한정판, 이미지 소비인가 재화 소비인가

조회수 2021. 2. 2.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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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지갑 열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한정판'. 나도 모르게 혹하는 심리에 숨어 있는 헝거 마케팅의 비밀.

한정판이 뭐길래

솔직히 더 많은 뷰티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은데, 리미티드란다. 나는 왜 또 갖고 싶은 것일까?

어차피 사는 거라면 남들과 다르고 싶다. 우리가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상품들에 혹하는 이유다. 뷰티와 패션은 물론, 식품, 게임, 전자 기기까지 모든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 유형도 구분된다. 판매한 제품의 개수를 한정하는 경우, 일정 기간에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기간 할인으로 판매되는 아이템 그리고 특정 장소에서만 살 수 있는 것까지. 이렇게 판매되는 한정판 제품은 소비자를 굶주리고 애타게 한다는 의미에서 ‘헝거(Hunger)’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제품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남들과 다른’ ‘남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얻길 원하는 심리를 완벽하게 적용한 것. 제품의 희소성을 높여 소비자들을 배고픈 상태로 만들어 구매 욕구를 부추기고, 입소문을 통해 잠재 고객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판매되는 수많은 한정판 카테고리 중 여성들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테고리로 화장품을 꼽았다. 자신을 위한 사치로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의견에서다. <싱글즈>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 여성들 중 한정판 뷰티 아이템을 구매한 사람이 참여자의 65%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메이크업, 향수, 스킨케어 순으로 관심을 보였으며, 메이크업 중에서는 립스틱이 4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에르메스가 첫 뷰티 제품으로 ‘루즈 에르메스’를 한정판으로 출시한 사례가 떠오른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외출 및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최소화하는 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등 각 판매처는 공식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평소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인 고급스러운 패키지의 립스틱은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패키지 디자인이 남다른 것이 한정판 메이크업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이는 헤어, 보디 제품 그리고 뷰티 기기를 제외한 모든 카테고리에서 동일한 결과로 나타났다. 헤어, 보디 제품의 경우 기존 대비 큰 용량의 제품 그리고 기기는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것에 구매 욕구를 느꼈다. 같은 뷰티 제품군에서도 카테고리마다 한정판 제품을 소비하는 포인트가 다른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뷰티 브랜드 또한 매해 리미티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출시하는 수량이나 기간을 한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희소성을 강조할 수 있어요. 제품이 가지는 특징, 효능 외에도 기존보다 늘어난 용량, 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해볼 수 있는 미니어처, 선물하기 좋은 단상자 디자인 등의 매력적인 요소를 더하죠.” 오휘 마케팅팀 ABM 안다희는 소장 가치와 구매 심리를 끌어올리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매해 한정판 상품을 기획하는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브램은 우리가 어떤 대상이 희귀해지고 한계가 생기면 그것을 더욱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일반 제품보다 한정판 상품에 구매 욕구가 크다고 답한 65%의 응답자도 이를 입증한다. 아무 때나 살 수 없는 제품을 소장해야 남들에게는 없는 것을 가진 것 같아서다. 어렵게 구매한 제품이기에 95%가 높은 만족도를 표한다. 결국은 심리다. 휴가 마지막 날의 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홈쇼핑의 쇼호스트가 품절 임박을 알리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처럼. 정말 특별해 보이는 한정판 제품을 만나 남들과는 달라 보이고 싶어 한다. 브랜드는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런 심리를 적극 이용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소비자들은 어떤 한정판에 눈독을 들이고, 브랜드들은 어떤 포인트에 주목할까. <싱글즈> 설문 조사를 토대로 앞으로의 리미티드 제품의 방향성을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먹히는 한정판 제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듯, 한정판에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음을 홀리는 한 가지

한정판 뷰티 아이템의 형태는 다양하다. 셀럽, 캐릭터의 컬래버레이션, 기존 제품에 스페셜한 패키지를 더하거나 한정된 개수로 출시하는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중 설문조사에 참여한 2030 여성 중 42%는 이목을 끄는 한정판 제품의 기준이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해당 인원 중 69%는 환경과 관련된 협업 다음으로 작가, 일러스트의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눈에 띈다고 답했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는 요즘 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되었다. 아트와 관련된 협업은 10여년간 아트 컬래버레이션 에디션을 출시하는 숨37°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겠다.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작가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어 재해석하는 숨37°은 독창적인 패턴을 표현하는 것은 기본이고 디자인 패키지에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소장 가치를 높인다. 이렇게 매해 출시되는 리미티드 아이템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기대되는 한정판 브랜드’라고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브랜드 자체가 한정판 제품을 구매할 때의 잣대가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매년 한정판 제품이 나오는 브랜드라서 믿고 구매하거나, 한국에 없던 제품을 한정 기간에만 판매하거나 고가의 브랜드임에도 일정 시기에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가격, 유행 정도 순으로 한정판 소비의 기준을 판가름한다. 적당한 금액은 6만~10만원대. 다소 높지 않은 금액이 책정된 것은 스킨케어보다는 메이크업 제품의 리미티드 아이템을 부담 없이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때문이다.

구매 후의 만족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들 중 55%가 일반 제품보다 한정판 상품에 구매 욕구가 크다고 한다. 특히 같은 가격과 패키지라도 ‘한정판’이라는 문구가 붙으면 혹한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브랜드라도 한정판이라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50%다. 생소한 브랜드나 제품이어도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사두면 기념이 될 것 같다는 코멘트가 따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예 처음 듣는 브랜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 혹은 평소 본인이 모르던 브랜드라도 한정판을 출시했다고 하면 관심이 생긴단다. 디자인이 예쁜 것은 기본 전제이고, 내년에는 다시 출시되지 않을 것 같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구매한 리미티드 아이템으로 얻는 만족도는 어떨까. 약 95%에 달하는 인원이 만족을 표했다. 만족하지 못했다고 답한 소수의 인원은 결국 쓰던 제품만 쓰게 되고, 이전 시즌 한정판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의 가장 큰 매력은 ‘소장 가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낸 감각적인 패키지와 재미 요소가 가미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전달하고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카테고리별 관심도

뷰티 카테고리 안에서도 메이크업, 스킨케어, 보디, 헤어, 향수 그리고 기기까지 크게 6개의 군으로 나뉜다. 그래서인지 각 카테고리마다 관심 가는 항목과 명목은 제각각이다. 앞서 설명했듯 가장 구매율이 높은 카테고리는 메이크업 제품. 그중에서도 립스틱과 섀도의 비중이 75%를 차지한다. 디자인이 예쁜 것은 기본이고 하나의 패키지 안에 베스트셀러가 모두 담겨 있어서다. 브랜드 나스는 매해 연말 가장 인기 있는 블러셔인 ‘오르가즘’ ‘섹스어필’ 그리고 브론징 파우더 ‘라구나’ 등을 믹스한 팔레트를 미니어처 사이즈로 출시한다. 기존에 판매되는 블러셔와 가격은 동일하되 하나만 구매해도 두 개의 컬러를 함께 사용해볼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15%는 수십 개의 메이크업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한정판 제품으로 나스를 꼽았다. 한편 35%의 응답자는 기존 대비 용량이 큰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을 표했다. 에센스, 토너는 100ml 이상, 크림은 70~100ml 정도가 대용량이라고 인지한다. 평소 판매되던 제품보다 좀 더 많은 양을 포함한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은 헤어&보디 제품에도 동일하다. 그런데 향수는 조금 다르다. 제품을 구매하는 기준이 향인 만큼 한정 시즌에만 살 수 있는 향에 포커싱하는 응답자가 32%. 평범하지 않은 선물을 하거나, 굳이 사용하지 않고 인테리어용으로도 향수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담겨 있다.

한정판의 입김

브랜드는 판매율이 높은 제품을 성공한 아이템이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성공한 한정판이란 무엇일까.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거나 출시 전부터 예약 구매를 하는 제품이 잘 팔리는 한정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완판’이 기준이라는 것은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에게 일맥상통한다. 잠자는 시간 외에 휴대폰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SNS의 노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작년 7월 크레용 브랜드인 지구 색연필과 협업했던 마몽드의 크리미 틴트 컬러 밤이 이를 증명한다. 색연필과 똑 닮은 패키지와 뒷면에는 몇학년 몇반까지 쓰는 칸이 있을 정도로 꼼꼼한 디테일을 챙겼다. 출시와 동시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1위에 등극했고, SNS에서도 좋아요와 댓글이 1만 개 이상 달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정판은 일반 제품처럼 판매로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출시와 동시에 제품이 매진돼 사람들이 물건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것만으로 한정판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 브랜드는 이를 ‘매진’ ‘품절’이라는 키워드로 입소문을 증폭시킨다. 그러면 평소에 해당 제품을 모르고 있던 소비자라도 최소한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미지가 높아진다. 한정판 제품은 당장의 수익과는 상관없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기다리는 리미티드 에디션

어떠한 것이든 만족은 없는 법. 소비자들은 늘 업그레이드된 무언가를 원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소장 가치가 높은 한정판 아이템이 더욱더 확대되기를 바랐다. 나에게 한정판 뷰티 아이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나를 위한 보상 선물이다’ ‘소확행’ ‘스트레스 분출구’ ‘기분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뽑았다.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고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지금, 사회적 기준보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답변이다. 더 많은 브랜드에서 더 다양하고 획기적인 리미티드 제품을 출시하기를 바라는 니즈는 명확하다. 구매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꼭 필요하진 않지만 패션 아이템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희귀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알림이 올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뭔가를 구하려고 애쓸 때 특히 그것을 구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 우리가 리미티드라는 단어에 설레는 이유가 아닐까.

기억에 남는 브랜드

수백 개에 달하는 뷰티 브랜드에서 매 시즌 획기적인 리미티드 제품을 출시한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자리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패키지가 예뻐서도 구성이 좋아서도 아니다. 매 시즌 한정판을 계속해서 출시하는 브랜드여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지속적인 활동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 매해 컬러 코드를 정해 한정판 메이크업 컬렉션을 내놓는 샤넬, 11월 말이 되면 콘셉추얼한 어드벤트를 빼놓지 않고 출시하는 록시땅이 ‘한정판 뷰티’의 아이콘이 된 것은 ‘꾸준함’의 성과다.

2020년 12월 2~12일 <싱글즈> 웹사이트(www.thesingle.co.kr)에서 37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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