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아

조회수 2021. 2. 1. 18: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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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우선순위로 두기 위해 K-장녀, 신혼부부, 둘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

하릴없이 트위터를 뒤적이다가 리트윗이 셀 수 없이 많이 된 멘션을 봤다. “크레이지 아시안 걸 중에서 제일 크레이지는 장녀야. 기억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가정에서 30년 넘게 장녀로 자란 나는 ‘숨은 또라이’였다.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라는 뜻의 은어)처럼 모범적이고 유약해 보이지만 누구라도 나의 치부를 건드리면 미친듯 달려들었다. 나는 왜 뒤틀린 감정을 안고 자랐을까. 그렇다. 나는 K-장녀였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동생, 부모를 위해 희생하며 자란 여성을 뜻하는 K-장녀들은 불안, 우울한 감정, 억눌린 욕망이 늘 내재해 있다. “누나니까 동생한테 양보해야지” “우리 딸 아니면 엄마 마음 누가 알아줘?” “조신하게 말해야지” 같은 말들에 둘러싸여 늘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다듬으며 자란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순간 억눌렸던 내면이 뜨겁게 폭발한다. 굉장히 건강하지 못한 서사다. 부당한 요구에 “싫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더라면 어땠을까. 과연 이런 부당한 희생이 K-장녀에게만 있을까. 부모를 부양하고 남자답게 자라길 강요받는 K-아들에게는? 가족들의 귀가 시간이 달라 하루 2~3번 저녁상을 차려야 하는 엄마는 또 어떻고?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인 가족일수록 서로를 소외하기 쉽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신혼부부만 가사 분담을 하는 게 아니다

취업 준비, 학업, 회사일 등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바쁘디바쁜 현대 사회. 신혼부부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에게 정확한 가사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독립하면 제일 먼저 엄마의 수고를 알게 된다. 먹고 마시고 청소하며 빨래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분리수거, 청소, 빨래, 장보기, 설거지 등 집안일은 더 늘어간다. 집안일을 엄마나 여자 가족 구성원에게 주어진 책무로 치부하지 말 것. 과도하게 한 사람에게 가사일이 몰린다면 정확하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해야 할 일과 각각에 소요되는 시간, 주기 등을 정리한 가사분담표를 가족 전원이 작성하자. 가시적으로 정리할 때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뿐더러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진다.

현관문 옆방은 제일 늦게 귀가하는 가족에게

‘K-장녀 대부분이 현관문 옆방을 쓴다’는 말이 트위터에서 확산됐다. 가족들의 외출, 귀가 소리가 가장 먼저, 크게 들리는 방이자 욕실 옆에 위치해 새벽같이 출근하는 아버지의 준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이기에 가족의 대소사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된다는 말들이 덧붙여졌다. 사실 현관문 옆방은 안방 다음으로 큰 방이라서 장녀보다는 첫째에게 주어지는 방이라 보는 게 맞다. 다만 형제들 사이에서 가장 큰 방을 꼭 첫째가 써야 하는 법은 없다. 되레 미술, 음악을 전공해 방 안에 물건이 많은 둘째나 시험을 앞둬 귀가가 늦은 수험생 막내처럼 제일 늦게 귀가하는 가족이 현관문 옆방을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첫째라서 넓은 방을 사용해야 하는 특권도, 가족의 모든 일을 알고 개입해야 하는 책무도 없다. 가족 사이에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은 없다.

둘째의 취향도 존중해줘

첫째는 처음 태어난 아이라서, 셋째는 너무 낡아서 새 옷과 물건을 사지만 둘째는 대부분 물려받으며 자란다. 자신의 취향이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욕심쟁이, 예민한 아이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너는 왜 이렇게 무던하질 못하니? 형 좀 봐”와 같은 말을 듣곤 한다. 첫째에게는 사랑을, 둘째에게는 새 옷을 챙겨줘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두개뿐인 닭다리를 언니와 동생에게 양보해야 했던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성장해서도 둘째는 형제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흐릿한 편이다. 유학이나 시험 준비처럼 큰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도 부모의 공감이나 지지가 더해지기보다 비용, 시간으로 계산되기 쉽다. 가족끼리 야식을 시켜 먹거나 쇼핑을 나갔을 때조차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이런 위치의 둘째일수록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 “회가 먹고 싶어” “겨울 코트가 필요해”처럼 자신의 요구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말자. 극성맞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엄마처럼 살기 싫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를 보며 자란 딸들은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생각을 되뇐다. 갱년기가 찾아와 우울감에 빠진 엄마를 볼 때면 딸들은 부담감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엄마가 “넌 결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결혼하면 애는 엄마가 봐줄 테니까 하고 싶은 일 계속해”라고 말할 때면 그의 주름진 인생이 마치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과잉 연민이다.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 자유를 찾아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는 것도, 커리어를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 어쩌면 당신은 엄마처럼 살기 싫은 게 아니라 엄마처럼 살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연민과 죄책감처럼 복잡한 감정으로 엄마를 이해하지 말자. 훗날 서운함이나 오해 같은 괜한 갈등만 부른다. 엄마의 삶을 인정하되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게 자유로운 비혼주의, 안정적인 가정, 한 템포 느린 속도의 삶 그 무엇 일지라도 말이다.

돈만큼은 투명하게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가족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용돈을 받을 때와는 달리 부모, 형제 등과 섭섭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족 사이의 위계, 나이 등과는 무관하게 각자 형편이 달라지기 때문에 더 어렵다. 돈만큼 오해를 빚기 쉬운 것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투명하게 개인의 금전 상황이나 여력을 터놓고 이야기하는게 좋다. 결혼을 준비하는 연인이 연봉, 저축액 등을 공유하는 것처럼. 또 계산적으로 보일지라도 외식, 선물 등 소소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보증금, 축의금처럼 명분이 확실한 돈을 아끼지 않는 것도 팁이다. 나이가 들수록 형제 간에 동업을 하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귀속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경제력이 곧 자신의 입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 종교 강요는 사양할게요

본가를 찾을 때면 아버지와 언성을 높인다는 A. 자신의 신념을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불편하기만 하다. 정치로 시작해 종교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 싸움에 A도 어머니도 지쳐간다. “이번 명절엔 듣고만 있어 제발”이라는 어머니 부탁에도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할 순 없었다. 가족 구성원의 가치관이나 신념 차이는 겉으로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 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결혼을 하고 나니 4대가 모여 분기별로 제사를 지내고 사찰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B와 “여자친구에게 이번 선거에 어느 정당을 뽑으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엄마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C의 이야기처럼 정치와 종교는 늘 가족 사이에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한다. 각자의 생각을 토론하고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과한 요구나 신념을 비아냥거리며 일방적으로 강요할 때는 “아직 투표할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거나 “주말까지 일하느라 예배에 참석할 여력이 없다”는 등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하고 “가족끼리 정치 얘기 안 하는 거 요즘 센스예요”처럼 유쾌하게 받아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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