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적 연애법

조회수 2021. 2. 8.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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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는 내가 주도한다! 주도적으로 사랑과 행복을 지키는 나의 연애 유형 알아보기.

성인이 되어 우리는 나의 세계를 건축해나가기 시작한다. 돈과 시간을 들여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해 삶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비로소 나란 사람을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때 사랑이 찾아오면 우리는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한다. 지금 혼자 즐기는 삶도 어느 정도 행복한데 사랑을 시작해서 굳이 피곤한 일을 만들어야 할까?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일단 사랑은 시작하라는 거다. 사랑을 하면 행복이 배가된다. 단, 사랑을 하는 이유가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그리고 그 행복은 오롯이 나만이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내 세계를 지킬 용기가 충분하다면 혼자 보내는 겨울보다 둘이 함께하는 계절이 더 반짝이고 따뜻하게 기억될 것이다.

소개팅으로 만난 B와는 진도가 정말 빠르다. 본격적으로 사귀기로 한 날로부터 5일 만에 일방적으로 방귀를 트더니 일주일 뒤에는 서로 휴대폰과 안면을 트자며 다짜고짜 잠금 해제를 요구해왔다. ‘연인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냐’는 게 이유다.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조차 휴대폰 검열을 당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황당한 요구였다. 나의 거듭된 거절에 그는 “네가 준비되면 말해줘”라는 말을 남겼지만, 왠지 나는 앞으로 그런 준비가 영영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요즘 세상에 “넌 내 꺼야”라는 말처럼 무서운 애정 표현이 또 있을까. 서로의 세계가 만날 때 사적인 영역으로 스며드는 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그의 것이 되는 걸 허락하는 순간 필요 이상의 책임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이땐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며(아직 애정이 남아 있다면) 짧게 이별 여행이나 다녀오자. 수십 년을 자신의 잣대로 살아온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그와의 이별에 슬퍼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 삶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자. 엄마를 대신할 보호자를 찾고 있는 떡잎 누런 남자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지난주 생애 첫 교통사고를 경험했다. 이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그간 성실히 투자했던 보험사 상품을 톡톡히 사용했다. 신경 쓸 거 없이 알아서 일사천리로 처리해준 덕분에 내가 특별히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겁 많은 초보운전자의 브레이크 실수로 뒤 범퍼만 살짝 긁혀 사실 뭐 크게 수리비가 나가지도 않았다. 지난 주말 남자친구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이성적이고 똑 부러지게 사건을 수습했는지 자랑스럽게 설명하는데 그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때 나한테 전화했어야지!” 하며 앞으로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는 자기한테 가장 먼저 전화하라며 긴급 통화 목록에 친절히 번호 등록까지 하는 모습이 어딘지 불쾌하게 다가왔다.

어엿한 성인이 된 우리는 제 앞가림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아는 존재다. 여자이기 때문에 수습하지 못할 일은 세상에 없다. 연애를 하면 서로에게 의지하는 게 당연하지만 너무 손이 가지 않는 독립적 사랑꾼을 본 남자들은 종종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곤 한다. 이미 너무 삶을 잘 설계해놓아 남자로서 자신이 보호해줄 틈이 없기 때문이다. 성적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건 좀 귀여운 모습이지만 도를 넘으려고 한다면 애초에 싹을 자를 필요가 있다. 만약 그가 속상해한 점이 감정적인 부분이라면 나의 진심이 담긴 애정 표현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는 있다. 이때는 퇴근 후 혹은 둘만의 여행을 떠나 알코올의 힘을 빌려 왕창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나는 매월 마감을 해야 하는 일주일을 야근으로 채운다. 함께 사는 부모님께도 겨우 얼굴만 비춰 생존 신고를 하고 개인적인 시간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넉 달 전 헤어진 남자친구는 나의 이런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 바쁜 톱스타들도 연애하는 세상에 너는 나 만나는 잠깐도 힘들어?”라고 징징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어 이별을 고했다. 그와 헤어진 뒤 내가 소개팅 시장에 내건 조건은 단 하나였다. 사무실이 가까울 것. 그렇게 만난 B와 나의 사무실은 버스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다. 하지만 이 남자의 데이트 기준이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야근 중 저녁을 같이 먹거나 점심시간에 만나 커피를 마시는 게 데이트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했다.

데이트의 기준은 시간, 에너지, 밀도 등 어 느 것으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독립적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트에 대한 정의다. 그들에게는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좋은 감정을 교류하는 것 자체가 데이트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하루종일 서로에게 집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의 양을 기준으로 데이트의 개념을 정의하는 사람과는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데이트라는 단어를 아예 없애자. 만나고 놀고 얼굴 보는 일련의 과정에 꼭 데이트라는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 좋으니까 만나고, 보고 싶으니까 얼굴 보고 행복해하는 시간을 채워 관계로 발전시키는 편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방법이다.

지난 1년간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 건 일주일에 두 번 가는 크로스핏 수업이다. 고강도 훈련이라 딴생각할 틈도 없고 그룹 멤버들이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악을 쓰며 땀을 흘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두 달 전 만나기 시작한 C도 처음에는 나의 건강한 취미를 반기고 응원해줬다. 사건은 지난주 수요일에 터졌다. 연락도 없이 퇴근 시간에 맞춰 불쑥 찾아온 그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크로스핏 클래스가 있는 날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와 데이트를 하자고 조르는 그의 말에 불쾌한 감정을 섞어 거절하고 운동을 갔다. 다음 날 그는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와서는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일단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엔도르핀이 확 돌며 행복을 느낀 다는 걸 확실히 아는 사람은 감정적 위기 상황을 건강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행복은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취미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해를 구하는 건 강아지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확률 이다. 일찌감치 이해는 포기하더라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상대를 향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존중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과는 쭉 뻗은 평행선처럼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개인적인 시간, 독립적으로 보장된 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포기하지 말고 우선 나를 지키자. 단 두 번의 실수를 막기 위해 새로운 만남을 앞두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즐기는 취미가 있는지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체크해두자.

“너 나 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 벌써 3주째 남자친구는 지겹게 나를 추궁한다. 내가 그의 사진을 SNS와 메신저 프로필에 올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지난달 영화관에서 박 대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다. 회사에서 사생활 관련 화제를 극도로 꺼리는 나는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굳이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 그날 박 대리의 “김 대리 남자친구 있었어? 전혀 몰랐어!”라는 말 한마디에 그는 나의 평소 행동거지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자기 말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까지 하더라. 나는 그저 회사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지 않고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독립적 사랑꾼의 연애는 조용하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조차 그녀의 연애사를 시시콜콜 알지 못한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SNS 포스팅 등으로 애인의 존재를 어필하고 싶어하는 상대와 부딪힐 때는 태그 기능을 사용해보자. 내가 올리지 않아도 상대가 나를 태그하는 것만으로도 내 SNS에 흔적은 뜬다. 내게 진짜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태그된 사진까지 찾아서 볼 정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으니 직접적인 포스팅보다 공개될 확률도 적다. 커플 계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만의 해시태그를 만들어 추억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계정을 운영하자고 제안해보자. 개인 계정을 보호하면서 주변에 그를 넌지시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B는 참 다정한 사람이다. 섬세하기까지 해서 함께 있으면 사랑 받는 기분을 듬뿍 느낄 수 있다. 그와 내가 감정이 상하는 유일한 이유는 카톡이다. 퇴근 후 그는 휴대폰을 손에서 거의 놓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 메시지에 답을 하지 못하면 곧바로 전화벨이 울린다. “어디야? 메시지에 답장이 없어서 걱정돼서 전화했어.” 처음에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전화벨이 울리는 빈도는 점점 잦아졌다. 그와 떨어져 있을 때도 끊이지 않는 연락에 내가 지금 누구와 함께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연락 스타일도 하늘이 내려주는 궁합의 영역이다. 성향에 따라 달라서 한 번 바꾸려고 하면 꽤 큰 인내심을 요한다. 메시지를 주고받고 연락을 하는 게 애정의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꾸준히 어필해야 한다. 지인들과도 주로 만나서 관계를 다지는 편이라는 걸 보여주는 식이다. 함께 있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것도 방 법이다. 데이트를 할 때 휴대폰은 아예 가방에서 꺼내지 않는 등 몇 번의 퍼포먼스를 통해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를 정말 사랑한다면 석 달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변화를 위해 애써봐도 괜찮겠다. 단, 왜 연락을 하 지 않았느냐는 상대의 질문에는 변명 대신 솔직한 답으로 일관할 것. 상대와 어색하고 얼굴 붉히는 감정이 싫어서 한두 마디를 덧붙이는 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다. 개인의 성향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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