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고 뻔뻔한 멋진 여성들 1

조회수 2021. 2. 8. 17: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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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해도 나만의 길을 간다! 세상의 편견에 당당한 그녀들의 이야기.

서혜진(TV조선 PD)

매일을 규칙적으로 보내요. 그게 제 자존감의 근원이죠.
셔츠, 슈즈 모두 자라, 레더 재킷 대중소, 팬츠 코스.

범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식당, 카페 어딜 가도 한동안 모두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을 보았다. <미스트롯>으로 시작해, <미스터트롯> <동상이몽> <스타킹>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한 PD 서혜진은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말한다. 남들은 그녀에게 핫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평하지만 그는 스스로에 대해 “안타를 잘 치는 PD라 생각해요. 시청률을 유지하고 방송을 꾸준한 템포로 제작하는 매니지먼트에 능하다”고 답한다. 교양 PD로 시작해 예능 PD로 자리를 옮겨 TV 프로그램을 만든 지 올해로 22년 차, 그는 매일을 성실히 살아낸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지닌 당당함의 뿌리다. “새벽에 운동을 하고 출근해요. 오전, 오후 내내 미팅을 하고 밤에는 녹화장에 가거나 믹싱을 듣죠. 저만의 규칙을 만들고 지키면서 안정감을 쌓아요. 그걸 기반으로 다시 도전하고요. 얼마 전에 친한 선배를 만났는데 ‘그냥 쭉 가면 돼. 하던 대로. 그럼 다 이겨낼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참 멋졌어요.” 성실함의 뒤에는 그걸 버티는 체력이 기본. 그는 올해 초부터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이요? 탄탄한 근육을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운동해서 연말엔 보디프로필을 찍으면 좋겠어요. 먼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그게 제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그날그날 열심히 사는 것. 아주 간단한 원칙뿐이에요.”

나나영롱킴(드랙 아티스트)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나 자신, 그 자체죠!

인지도 1등 드랙 아티스트이자 드랙 그룹 네온밀크의 멤버로 활동 중인 나나영롱킴. LGBTQ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드랙이 가장 힙한 문화로 떠오른 배경에는 그의 노력이 숨어 있다. “포기하지 않았어요. 안 그래도 사람들이 싫어하는데 왜 눈에 띄게 치장해 욕을 먹게 하느냐고 되레 성 소수자들에게 비난받기도 했죠. 성 정체성을 당당히 밝힌 학창 시절에도 ‘너희가 날 왕따시키는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왕따시키는 거야!’라고 말했어요. 정신력으로 버틴 셈이죠.” 자신을 ‘멈추지 않는 엔진’이라고 표현하는 그에게 한국에서 드랙으로 활동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을 지지해주는 관객들을 위해 더욱 단단해졌다. “무대에 오르기 10초 전, 스스로 용감함을 느껴요. 매번 떨리고 긴장되지만 가장 기대되고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죠. 다른 드랙들은 가사를 외우느라 바쁘지만 저는 거울을 보면서 ‘하, 너무 예뻐. 미치도록 예뻐!’라고 자신을 다독여요. 나 자신, 그 자체가 뷰티풀하다고 되뇌면 어떤 모습이든, 무엇을 하든 부끄럽지 않을 수 있죠.” 뮤지컬 배우, 연기자, 가수, 댄서, 모델까지 꿈 많던 그는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찍고, 모델을 하는 등 이루고 싶던 것을 모두 이뤘다. 삶과 일이 일치하는 운 좋은 사람. 쉴 새 없이 꿈을 꾸며 세상을 바꾸는 사람. “딱히 뭐가 되고 싶다기보단 지금처럼 즐겁게 살고 싶어요. 언젠가 K드랙으로 월드투어를 가는 날이 오겠죠?”

고아라(발레리나)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세요.
톱, 셔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어밴드, 이어링, 스커트, 토슈즈 모두 본인 소장품.

“통화가 어려워 문자로 이야기하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발레콩쿠르 대학일반부 여자클래식부문 대상, 대통령 표창 대상을 받은 무용수이자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을 빛낸 발레 요정 고아라.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무작정 인스타그램 DM을 보냈고 답이 돌아왔다.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매일 발성 연습을 했어요. 청각장애인 특유의 비음 섞인 고음보다 허스키한 중저음이 멀리까지 잘 전달된다고 하더군요.” 거의 들리지 않는 음악 소리에 동작을 맞춰야 했던 고아라는 장애인 인식 개선 강연을 위해 목소리를 바꿨다. ‘청각장애인이 말을 하네?’ 그녀가 종종 듣는 말이다.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에도 청각장애인이 말을 할 수 있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격이 컸던 그녀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학교로, 회사로 강연을 나섰다. 그럼에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장애로 꼽는다. “잘 들을 수 있었다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에요. 어떻게 보면 청각장애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발레리나라는 사실이 저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죠.” 잘 듣지 못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도,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더욱 많다는 고아라는 “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마음으로 바라봐달라”고 했다. “언젠가는 청각장애 발레리나라는 타이틀에서 청각장애라는 단어가 삭제되는 날이 오겠죠.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춤이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을 개선하는 게 저의 꿈이에요.”

안리나(타투이스트)

나를 만족시키는 것을 찾아 떠나세요.
톱,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팬츠 코스.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타투이스트 안리나는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학창 시절 10년 넘게 왕따를 당했어요. 쌓이고 쌓인 게 성인이 되어 폭발했죠. 돌려 말할 수 있는 것도 일부러 거칠게 말했어요. 누구도 나를 건들지 않게 가시를 세운 거죠.” 2013년, 스무 살의 그가 타투이스트 문하생이 되었을 당시만 해도 SNS에 자신의 타투를 업로드하는 문화가 없었기에 그는 많은 사람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이불킥할 얘기지만 당시에 지지 않고 악플러들과 싸웠어요.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니까.” 두피를 포함해 전신에 그려진 타투가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그는 타투이스트로서 전신에 타투를 해봐야 자신에게 작업을 받는 사람에게 그 고통을 설명할 수 있지 않느냐 되묻는다. “저는 성형도 했어요. 남들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원하는 저의 모습 때문이에요. 남과 여, 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르지 마세요. 또 타인과 자신을 저울질하는 것도요. 공기와 물, 쇠와 돌처럼 다른 속성의 것을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육아를 위해 타투이스트의 삶을 잠시 내려놓았던 그녀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간 올드스쿨을 작업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그림은 복잡하니까 어느 순간 변형되어서 뉴트래디셔널이라는 장르를 하고 있었어요. 한참 고민과 연습을 이어왔어요. 9월 11일 아이 생일을 기점으로 블랙 앤 그레이 장르로 바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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