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요리 마스터 셰프들

조회수 2021. 2. 8. 18: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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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식재료 채소! 꼼꼼한 재료 선택과 손질 방법으로 건강한 한끼를 만드는 마스터 셰프들.

채소를 찾아 밭으로 떠난 셰프
‘사녹’ 셰프 김정호

정식당에서 10년간 요리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산, 들, 밭, 논 네 곳에서 수확한 재료를 사용하는 한식 비스트로 사녹을 열었다. 사녹에서 채식 요리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셰프 김정호는 건강하게 나고 자란 재료를 찾아 요리한다. 소고기, 달걀, 채소 모든 재료에 통용되는 철학이다. 쉽지는 않지만 되도록 농부들과 직접 거래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주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요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채소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식재료다. “누구나 좋은 고기를 잘 구울 수 있어요. 대신 맛이 단조롭죠. 채소는 되게 어렵더라고요. 종류에 따라, 조리법에 따라 맛이 엄청 달라져요. 저온 조리하거나 구울 때 다 다르죠.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어요.” 그 매력을 채우기에 마트는 너무 좁았다. 무르지 않아 유통하기 쉬운 채소, 겉이 맨질맨질하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채소로 채워졌기 때문. “작아도 맛이 꽉 차 있는 채소를 찾기 시작했어요. 뉴욕처럼 파머스마켓이 국내에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할 때쯤 농부들이 직접 농작물을 판매하는 마르쉐 시장을 알게 되었죠.” 그곳에서 알게 된 농장 준혁이네의 농부 이장욱을 만나러 일주일에 한두 번 남양주로 출근한다. “셰프는 요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농장에서 새로운 맛, 풍경을 알게 되었어요. 갓 딴 채소의 수분감이나 단맛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어요. 자연스레 채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죠. 가지만 해도 구이, 튀김, 무침, 절임 등 요리에 따라 사용하는 종류가 달라요.” 공부를 넘어 최근엔 호박을 계약 재배하고 있다. 시장, 마트 어딜 가나 사계절 내내 만날 수 있는 호박에 대해 그는 “알다가도 모르는 재료”라 말했다. 같은 모양인데 속이 노랗기도 하고 하얗기도 한 데다 맛도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호박을 주재료로 하는 디시 요리를 내놓고 싶어서 연구하고 있다. 농장에서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다. “계절의 변화대로 움직이니까 재료로 사용해볼까 싶으면 금세 품절되죠. 그런 경우 비슷한 식감이나 맛을 대체할 수 있는 채소를 찾죠. 또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농장이라 맛있는 걸 알고 벌레들이 먼저 먹어요. 그래서 밑동은 벌레 먹이고 위에 것들을 수확해요. 아직 노하우를 쌓는 중이에요.”

금세 허기지기 때문일까. 채소는 종종 곁들이는 재료로 인식된다. 그에게 채소로 요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대부분 고기가 메인, 채소가 사이드 요리죠. 반대로 채소를 메인, 고기는 사이드로 느껴지도록 메뉴를 구성하거나 치즈나 햄, 절임 요리를 곁들여서 밸런스를 맞춰요. 앞으로 야채로만 이뤄진 베지테리언 코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육류를 약간 곁들일 수는 있겠지만 채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선에서만요. 또 사녹의 다른 버전으로 작은 가정집 분위기의 공간에서 셰프 한 명이 정성껏 야채 요리를 해주는 식당을 하나 더 해보고 싶어요.”

1 10년간 운영한 정식당을 내려놓고 지난해 사녹을 오픈했다.

2 저온 조리로 애호박의 식감을 살린 애호박파스타샐러드. 단맛을 내기 위해 샤인머스캣이나 체리 등을 곁들인다.

3 식물이 가득한 사녹 내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36 2층

문의 0507-1353-1617

채소로 차린 아침
‘경우의 수’ 셰프 황지수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 계절의 흐름을 담은 간단한 식사를 판매한다. 주먹밥과 베이글이 주메뉴. 거기에 제철 식재료를 곁들인다. 봄에는 나물이나 꽃을 베이글에 감거나 과일을 재워 잼으로 만드는 식이다. 경우의 수는 채식에 대한 철학을 고수하기보다 셰프 황지수의 일상과 정체성이 담긴 공간이다. “아침이란 시간을 좋아해요. 친구들과 이른 시간에 만나도 갈 곳이 없죠. 같이 아침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순댓국집, 해장국집밖에 없죠. 무게감 있는 음식뿐이에요. 일본, 유럽 어딜 가도 아침 식당이 참 많아요. 간단하게 주먹밥 정도만 먹어도 행복하겠다 싶어서 만든 공간이에요.” 그는 셰프로서 스페인, 한식, 비건식 등 여러 요리를 섭렵하며 ‘가공 처리된 음식을 먹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구심, 공장식 축산에 대한 거부감 등이 생겼고 자연스레 채소라는 재료에 관심이 갔다. “전 비건이 아니에요. 단지 전날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다음 날 아침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 찾았죠. 모두가 삼시세끼를 요리할 여력이 있는 건 아니니까 식당을 고를 수 있는 정도의 정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을이 돌아오면 뿌리채소나 진한 맛의 채소로 대체할 예정이지만 경우에 따라 유제품, 달걀도 사용한다. 대신 그의 말처럼 메뉴판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더욱 상세하게 기재한다. 또 마르쉐 채소 시장 등을 통해 농부에게 직접 채소를 구입한다. 선택은 손님의 몫이다.

그녀가 생각하는 채소의 매력은 무얼까? “동물성 재료는 진하고 녹진해요. 그 풍부한 맛이 오히려 미각을 퇴화시키기도 하죠. 채소는 식감이 엄청 다양해요. 자신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요. 반면 워낙 가벼우니까 금세 배가 꺼져 주식이 되기 어려운데, 밥이나 빵처럼 탄수화물 요리를 곁들여 채워요. 또 요리하는 내내 미술치료를 하는 기분이 들 만큼 아름다워요.” 간소하게 빨리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 재료로 채소가 제격인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건강하되 활기를 깨우는 재료니 말이다. 그는 편의점 같은 가게를 하고 싶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 때는 여기서 간편하게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이어달리기 바톤을 주고받듯 빨리 음식을 내어드려야 했어요. 동화처럼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던 거죠. 24시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편의점 같은 가게를 하고 싶어요.”

1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오픈 키친으로 설계된 공간.

2 서울, 유럽 등지에서 경험한 아침 식당을 떠올리며 셰프 황지수가 오픈한 경우의 수.

3 경우의 수에서는 간단하면서도 건강한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54

문의 070-4647-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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