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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 지내는 그와 연애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1. 2. 8. 1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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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편안함 그 사이에서 남사친과의 연애 시작해도 될까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조정석과 전미도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감정을 모른 채 20년째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사이 조정석은 아이의 아빠가 되고 이혼을 했고, 전미도는 몇 번의 꾸준한 연애를 했다. 서로가 가장 빛나던 시절에 상대방은 몰랐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좋아했고, 한참을 친구로 지낸다. 드라마 <화양연화>의 유지태, 이보영도 한때는 연인이었지만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나는 남녀를 연기한다. 넷플릭스에는 옛 연인을 기다리는 연애 리얼리티 쇼 <내겐 너무 완벽한 EX>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콘텐츠에서 그리는 X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엔 사랑했지만 지금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것.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아도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남자, 또 있을까?

친구가 연인이 되기까지

엄마 친구 아들인 그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엄마 손을 잡고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고, 그때마다 함께 레고도 하고 닌텐도도 하면서 잘 놀았다. 그런데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그 친구를 대하는 게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분명 나보다 체구도 작고 귀여운 남동생 같았는데 느낌이 확 달라졌다. 나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그는 하루가 다르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거리감이 들었다. 엄마를 통해 안부만 전해 듣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그 친구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고, 자연스럽게 다시 친구가 됐다. 거의 5년 동안 못 보고 지내온 동안 나도, 그 친구도 많이 자라 있었다. 이제 닌텐도를 같이 하면서 놀던 사이에서 도서관에서 서로의 자리를 맡아주는 친구가 돼 있었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편한 친구에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오래 봐왔기 때문에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컸다. 소위 말해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를 나는 다 이해했고, 그도 내 이야기에 공감했다. 하지만 설렘 없이 편안함으로 시작한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에게 당연한 존재였지만 그게 꼭 연인의 이름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서히 멀어졌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친구로 돌아갔다. 지금 우리 두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우리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연인으로서의 설렘은 주지 못했지만 친구로서의 휴식을 줄 수 있는 사이로 남았다.

추억은 방울방울

아무리 싫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미화된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싸웠던 남자친구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았던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났다. 벚꽃은 피고 지고, 여름의 문턱에 다다랐는데 K의 옆자리는 비어 있다. 이제 슬슬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지인들도 없어졌고, ‘자만추’를 주장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퇴근하던 중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퇴근길이었지만 급하게 걸려온 상사의 전화를 받느라 당황해 에어팟을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앞만 보고 걸었다. 전화를 끊고 뒤늦게 에어팟이 없어진 것을 알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망연자실한 나에게 저 멀리서 헐레벌떡 누군가가 뛰어왔다. 2년 전 헤어졌던 전남친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한 번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날 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놀랍고도 반가웠다. 심지어 그가 내 에어팟을 들고 달려와서 더 반가웠다. 그는 “여전히 걸음이 빠르네”라는 말과 함께 에어팟을 건넸다. 그가 에어팟과 함께 다시 내 마음으로 뛰어든 순간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커피를 사겠다고 하자 그가 순순히 따라왔다. 그러더니 커피는 그가 샀다. “너 라테지?”라는 말과 함께. 내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설레었다. 고작 이런 호의에 설레다니 스스로 많이 놀랐고 ‘나 많이 외로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그저 나를 던져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현재 서로에게 애인이 없다는 것까지 알게 됐다. 익숙하지만 설레는 오묘한 이 연애가 다시 시작됐다. 적절한 타이밍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업무 전화를 걸어준 부장님과 가방에서 스르르 탈출한 에어팟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무렇지 않게 대하면 아무나가 된다

신경 쓰다 보면 더 신경이 쓰이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면 정말 아무나가 되기도 한다. K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회사에 들르는 거래처 직원과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느새 그가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됐고, 출근 전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6개월 정도 그의 행동을 따라 시선도 함께 이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회사 앞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우연한 만남이라 반가움은 더 컸고, 인사를 건네는 내게 그는 대뜸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지금도 그날의 기분이 생생하다. 그렇게 그와는 연인이 됐고, 2년 정도 만남을 가졌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결혼을 대하는 가치관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를 놓아주었다. 만남은 끝났지만 그와 우리 회사의 거래는 계속됐다. 한 달에 두 번 여전히 그를 보고 있지만 지금은 오랜 지인처럼 느껴진다. 설레었던 그날의 공기, 냄새까지 기억이 또렷하지만 그와 나눴던 감정은 빨래가 마르듯 바짝 말라버렸다. 처음에는 그를 보는 것이 힘들고 시선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서로의 안부와 일상을 묻고, “다음에 보자”라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다. 친구들은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차피 봐야 할 사이인데 불편해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해서 마음을 달리 먹었더니 생각보다 관계 정리가 쉬웠다. 아무렇지 않게 대했더니 정말 아무나가 됐다.

X는 Y가 될 수 없다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고 누가 그랬던가. 다시 그를 좋아하게 될까봐 너무 무섭다. 그래서 피했다. 사내 연애를 했고, 그는 이별 후에도 회사에 잘 다녔지만 나는 회사에 잘 다니는 그를 보는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그만뒀고, 이직에 성공했다. 서른 살 이후의 연애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는 소개팅은 어딘지 모르게 부담스럽고, 상대방의 매력을 알 시간과 내 매력을 어필할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결국 회사에서 스치듯 만나게 되는 사람과 또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계속 보다 보니 정이 갔고, 평소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던 스타일과는 정반대였음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게 두 번째 사내 연애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또 이별.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이번 연애까지 이별의 끝이 이직일 수는 없었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다니고 있지만 분명 감정 정리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전남친이 다른 여직원과 웃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화가 나는 자신을 느낄 때면 더욱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최근엔 괜히 그들의 대화에 끼려고 노력했고, 다시 그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 모든 게 전남친에게서도 느껴지면 덜 억울할 텐데 그는 나를 정말 직장 동료로만 대하는 것 같다. 대체 어떻게 사람들이 전남친과 친구가 되는 건지, 모두 쿨병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좋은 사람 YES, 좋은 남친?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남친이 되진 않는다. 모두가 좋아하고, 주변에서 욕하는 사람 하나 없는 전남친과의 연애는 처음엔 모두에게 부러움을 샀다. 주변에서 ‘얼마나 잘해주겠어’라는 말을 했고,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나에게 좋은 남자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자주 나와의 약속을 잊었고 매번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했지만 언제나 내가 최우선이 아닌 것 같았다. 만인의 연인의 연인으로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모두가 우리가 사귀는 것을 알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이돌 그룹 멤버의 숨겨진 연인같이 늘 주눅 들었다. ‘저 남자가 내 남자다. 저 남자가 내 애인이다’라고 소리쳐 말하고 싶었는데, 스스로 늘 그 앞에서는 작아졌다. 생각해보면 그가 기억에 남을 만한 잘못을 한 적은 없는데 그와의 연애는 늘 불안했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만남 후 이별했고, 지금은 그가 친절함을 뿌리고 있는 주변인으로 남아 지인으로 지내고 있다. 지인이 된 그는 여전히 세심하고, 아직도 가끔은 그의 친절을 미련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마음만 잘 다스린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조금 억울하게도 그가 여전히 꽤 매력적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평소 ‘될 사람은 된다’와 ‘안 되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 올해 서른이 된 B는 연애에 있어선 늘 안 되는 사람이다. 늘 열심히 연애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연애를 성공과 실패로 나눈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B의 연애는 모두 실패인 것 같다. 연애에 관심도 많고,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에 내 일처럼 공감하지만 정작 B는 털어놓을 에피소드가 없다. 마지막 연애는 2년 전, B는 활활 타오르는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전남친은 어딘지 모르게 뜨뜻미지근했다. 딱히 B에게 소홀했던 건 아니었지만 충동적이거나 무모하진 않았다. B는 어느 날 갑자기 훌쩍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매사에 계획적이었던 전남친에게 그런 일탈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뜨거웠던 B가 먼저 지쳤고, 남자친구가 B의 온도에 맞춰질 때쯤 B는 차갑게 식었다.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서로의 속도가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남친의 고유 메시지인 ‘자니?’처럼 질척거리지도 않고, 감성에 젖을 만한 밤도 아닌 훤한 대낮에. 만날 약속을 잡으며 B는 다짐했다. 혹시 전처럼 연인이 된다면 천천히 달리겠다고. 2년이 시간이 지나 만난 두 사람은 중간 지점의 속도로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어느 날은 시속 100km였다가 어느 날은 30km이기도 한 지금의 연애는 익숙하지만, 전혀 다르고 그래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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