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의 정제된 스트라이프 룩
Q 스튜디오에서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웃고 있다. 좀처럼 지치지 않는 모양이다. 힘들 때 오히려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긴장감이 유지된다. 다행히 태생적으로 흥이 넘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다.
Q 평소엔 어떤 방식으로 그 흥을 배출하나. 가까운 사람들과 장난도 치고, 옷 갈아입을 때 춤도 춘다, 하하.
Q 첫 솔로 앨범 <화분> 활동을 마친 지 2주가량이 흘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오롯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곡 작업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리 대비를 해야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선보일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곡가들과 즉시 소통한다.
Q 가장 최근에 떠오른 음악적 영감이 있다면.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구구단 데뷔 앨범을 내 식대로 재해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때문에 목소리를 잃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 차라리 붉은 머리를 내어주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Q 데뷔한 지 어느새 5년차다. 데뷔 초와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편해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예전엔 편하게 행동하는 것조차 노력을 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놓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가 편해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라.
Q 그때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까지 신경을 쏟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절이 있었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 나아질 일은 결국 나아진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Q 음악은 세정을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 둘 중 하나다. 특별하게 만들거나, 착각하게 만들거나. 음악적 영감이 번뜩 머리를 스치면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마냥 특별한 기분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하게 된다. 허세 가득한 음악, 혼자 즐기는 음악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굳건히 다잡고 있다.
Q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반대로 최근 세정을 위로하게 한 말이 있나. 중학교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친구와 오랜만에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알게 모르게 서운하게 했던 순간이 많더라. 내가 들어도 ‘도대체 왜 이런 사람과 친구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친구에게 친구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 순간,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나에게도 이런 소중한 친구가 있구나 하고.
Q 자취 새내기다. 혼자 사는 기분은 어떤가. 장점은 다 누렸고 단점만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하하. 쓰레기도 빨래도 쌓여가고. 잊고 있던 습관을 눈으로 확인하게 돼서 씁쓸하다.
Q 혼자 살며 자신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 있는가.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원래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무얼 하든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주변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내 생활을 오롯이 지킬 수 있게 됐다. 이것 역시 스스로를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 같다.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식사와 곁들이는 맥주! 거의 매일 즐기고 있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다가도 하루의 방점을 찍는, 개운한 기분을 멈출 수 없다.
Q 요즘 세정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창법을 바꾸고 성량을 늘리는 것. 시간적 여유 덕분에 다양한 창법을 시도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Q 반면 가장 자극하는 건 무엇인가. 언제 봐도 한결같은 선배들. 그들이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그들처럼 꾸준한 모습으로 열심히 노래를 쓸 거다. 다만 미숙한 성실함은 되레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함과 적당함의 간극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Q 염원을 담아 10년 후를 그려본다면. 지금 번뜩 떠올랐는데 김종민 선배처럼 되는 것. 자신 그대로의 모습과 온갖 노하우가 몸에 배어 본인 자체가 캐릭터가 된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 속에서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