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오거스타 내셔널 그리고 앨리스터 매킨지

조회수 2021. 4. 12. 11: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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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그리고 앨리스터 매킨지라는 아키텍트에 관한 이야기
첫번째 메이저, 마스터스 (The Masters)

다시 4월에 열린 이번 마스터스 대회는 마쓰야마 히데키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아시아인 최초의 마스터스 대회 우승이기도 합니다. 


타이거 우즈의 사고 이후, 스토리가 있는 골퍼가 꼭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지, 개인적으로 로리 맥길로이가 우승해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거나, 조던 스피스가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다시 그린 재킷을 입길 바랬습니다만, 맥길로이는 컷 탈락을, 조던 스피스는 아쉬운 TOP 5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4월로 다시 돌아온 마스터스 대회가 참 반가웠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4월에 다시 열린 마스터스 대회의 모습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
마스터스 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나요? 저는 '녹색', '그린 재킷'과 같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오거스타 내셔널이라는 골프장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그만큼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마스터스라는 대회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골퍼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이 골프 코스는 '영원한 아마추어' 바비 존스 그리고 앨리스터 매킨지라는 골프 설계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를 짓기 위해 땅을 구입한 바비 존스는 지금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을 두고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가 골프 코스를 만들어주길 기다렸던 완벽한 땅"으로 표현했었다고 하니, 골프장을 위한 최적의 지형이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클럽하우스 모습
오거스타 내셔널 (Augusta National)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코스는 1931년부터 1933년까지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1934년에 첫번째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당시에는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라는 대회명이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를 설계할 때 두 가지 요소가 특히 고려되었다고 합니다. 
  1.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할 것
  2. 모든 홀이 다양한 공략 방법을 가질 것
실제로 중계를 보게 되면, 위 두 가지가 정말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두 선수가 서로 다른 공략법을 택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어떤 코스인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Thinking-man's golf course'입니다. 바로 생각하는 골프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버디를 쉽게 할수도 없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보기를 하는 것조차도 어렵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니, 생각하는 골프를 해야만 하는 골프장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때 바비 존스와 함께 코스의 설계를 맡았던 사람이 바로 앨리스터 매킨지(Alister Mackenzie)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 12번 홀의 모습
앨리스터 매킨지 - 골프 코스 설계가 (Architect)

골프 코스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아키텍트(Architect)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건축가 혹은 설계자라는 뜻으로 쓰이는 영어 단어입니다. 


앨리스터 매킨지는 스코틀랜드 태생이지만 192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꽃을 피운 골프 코스 아키텍트입니다.


설계자에 따라서 자신만의 설계 철학을 갖게 되는데, 앨리스터 매킨지가 추구한 것은 바로 '단순함'과 '어려움'이었습니다. 약간은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설계 철학은 얼핏 보기엔 코스가 쉬워 보이지만, 어떻게 공략하는지에 따라 아주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즉 어디로 샷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홀의 공략을 요구한 오거스타 내셔널의 설계 철학과도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앨리스터 매킨지가 세계 제1차 대전 중에 '위장 전문가(Camoufleur)'로 활동했다는 것입니다. 자연 안에서 인공물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해야 하는 일인데, 아마도 이러한 경력 혹은 그의 관심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그의 코스 설계 철학과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로, 앨리스터 매킨지의 대표적인 코스로는, 프레지던츠 컵이 자주 열리는 호주의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 그리고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코스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이프레스 포인트가 있습니다.

출처: 매킨지소사이어티
위대한 골프 코스 설계가의 한 명인 앨리스터 매킨지의 모습
앨리스터 매킨지의 안타까운 이야기
이렇게 역사적인 골프 코스를 설계했지만, 앨리스터 매킨지와 오거스타 내셔널의 관계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앨리스터 매킨지는 1934년 1월에 사망했는데, 바로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기 2개월 전이었습니다. 즉, 자신이 만든 코스에서 열린 첫 번째 마스터스 대회를 지켜보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오거스타 내셔널 설계에 대한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만들어진 시기와 당시 대공황 시기가 겹치다 보니, 골프 코스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최고의 코스를 설계했던 설계가에게 약속된 금액을 지불하지 못했던 것이죠. 

최고의 설계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고, 노년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앨리스터 매킨지의 또 하나의 작품, 사이프레스 포인트의 모습, 자연이 선물한 골프 코스라고 칭송받습니다.
그린에서 티잉 구역을 바라보는 여유

골프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골프 코스의 디자인 철학 혹은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티잉 구역에서 그린 쪽을 바라보게 되지만, 그린 위에 오르게 되면 반드시 그린에서 티잉 구역 쪽으로, 즉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을 꼭 추천드립니다. 코스 설계의 철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꽤 많은 골퍼들이 코스를 전혀 모르고 그냥 치기만 했구나 하는 생각과 반성을 많이 하시게  될 겁니다.


티잉 구역에서는 보였던 위험요소가 전혀 위협이 되지 않거나, 반대로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던 벙커나 코스의 형태가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특히 자신이 자주 가는 골프장이라면 꼭 반대 방향에서 코스를 바라보면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타수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 코스를 살펴보는 여유를 가지는 시리어스 골퍼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린에 서서 티잉 구역을 바라보시면 다른 느낌의 골프장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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