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은 치료해야 할 질병
화제가 됐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 박해준의 아들로 나오는 준영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으나 남의 물건의 손을 대는 도벽 증상을 보였습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만으로 준영이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기 후반부터 ‘병적도벽(kleptomania)’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병적도벽은 일반적인 절도의 좀도둑과는 구별되는 정신적 장애로 상담이나 약물 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질병입니다.
병적도벽 환자는 쓸모가 없거나 금전적으로 가치가 없더라도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합니다. 훔치기 직전에는 긴장감을 보이며 훔친 이후에는 기쁨, 충족감, 안도감을 보입니다. 즉, 훔치는 행동 자체가 목적입니다. 병적도벽은 전 인구의 0.3~0.6%로 추정되며 이중 여성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었듯이 중요한 관계의 종결과 같은 큰 스트레스가 있을 때 발현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돈 보다 식품, 일회용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경향이 많습니다.
와세다대학은 최근 ‘통합정신의학회지(Comprehensive Psychiatry)’에 95명의 일반인, 절도 범죄 수감자, 병적도벽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수감자는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던 반면 병적도벽 환자는 충동적이고 통제력이 없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손지훈 교수(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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