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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왜, 의료진은 나를 함부로 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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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의사가 된 지 23년이 되었지만 항상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 있었다.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 환자나 보호자분들을 이해하려 하는데, 나중에 보면, 내가 불친절하다고들 하는 분들이 왕왕 있으시다. 거꾸로, 내가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나를 대하는 의료진은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성심껏 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환자분들이나 보호자 분들이 요구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고, 반대로 환자나 보호자분들은 의료진이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얼마 전 어떤 개념을 통해 머리를 탁 치는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준 것은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 교수가 쓴 <던바의 수 (Dunbar's number)라는 책이다. ‘던바의 수’는 인간의 뇌가 진화론적으로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최대의 인간관계는 평균 150명에 불과하다는 이론이다.

즉, SNS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록이 되어 있어도, 실제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150명 정도라는 의미이다.

던바 교수는 이 숫자가 고대로부터 있어 온 인간의 특성으로, 고대 로마 군대나 원시시대 마을이나 촌락의 규모도 150명 정도가 한계라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한 지휘관에 편제된 대대의 숫자나 벤처 사업의 구성원 역시 150명 정도라는 예시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150명 정도는 지인의 범위로, 통상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동창회나 동호회 멤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150명의 제곱근(루트)인 √150(약 12명)이 친밀집단인데, 1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는 사이, 즉 친한 친구나 가까운 친척, 가족 등이다. 12명의 제곱근 (√12)의 근사치인 3명 정도가 최친밀 집단으로, 같이 사는 가족이나 베스트 프렌드, 힘이 들 때 서로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의료진이란 지인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자신의 아픈 부분, 즉 개인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일종의 최친밀집단 혹은 친밀집단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 보호자를 만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무리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더라도 지인 수준인 150명 혹은 그 밖의 남으로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입장 차이로 인해 환자는 의료진에게 배신감과 섭섭함을 느낄 수 있다. 


인간관계는 모두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상대편 입장에서는 항상 서운한 점이 생기는 것 같다. 환자-의사 관계에서든, 같은 의료진 사이에서든, 어쩌면 한 명의 환자분을 돌보는 서로 다른 가족들 간에도 어쩔 수 없는 오해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로 대화를 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조금씩 따뜻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요즈음 많이 든다.

오늘도 외래 진료를 하면서,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약을 처방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항상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사람이 될 순 없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 더 마음을 열고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씩 공감하며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세상은 조금씩 더 행복해진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만 한 걸음, 아니 반걸음이라도 서로에게 다가가며 살아가면 싶다. 우리는 모두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니까... 

*위 자료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무단으로 사용시 저작권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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