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유전자, 극복할 수 있나요?
제가 유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잘 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유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나오면서 유전자를 바꾸는 기술들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비만의 경우,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치료가 실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 딱딱하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유전질환’의 경우 중요한 유전자의 변화로 인하여 우리 몸의 기능에 큰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비만의 경우에도 이런 종류의 유전성 비만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Prader-Willi 증후군이라고 하는 병인데,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서 매우 심각하게 체중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한가지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서 비만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 빈도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유전변이가 모여서 소위 말하는 체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체질과 내가 살아온 생활습관에 의해서 비만한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과 관련된 유전변이만 해도 1500개 이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한 가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유전질환의 경우 유전자 가위와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만, 비만처럼 여러 가지 유전변이가 모여서 영향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그 유용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보통 유전이라고 하면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살이 찌는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소위 말하는 ‘저주 받은 체질’이라고 포기하고 싶어지시겠지만, 제가 이런 절망적인 이야기만 하고 글을 마무리 하지는 않겠지요? 이제부터 희망의 메시지가 선포됩니다. 잘 읽어보세요.
후생유전학은 쉽게 말하자면 ‘유전자스위치’에 해당하는 개념인데요,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유전자가 100퍼센트 ‘발현’되는 것이 아니고, 그 발현 정도도 우리의 생활습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메틸화(Methylation)인데, 일반적으로 methylation이 많을수록 해당유전자의 발현이 적어지는데요, 운동에 의해서 이런 메틸화 정도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비만한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그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질 수 있다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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