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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그야말로 대체 불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
최근에는 <킹덤: 아신전>과
<지리산> 집필에 몰두하며
수많은 팬들의 심장을 두근대게 하고 있다~! 💗

작품에 투영된 김은희 작가의 가치관과
차기작에 대한 짧은 썰까지!
너무너무 궁금하니
어서 살펴보자구~! ➥➥➥
- 질문Q
남성지 <아레나>에서 한 해 활약이 두드러진 남자들에게 수여한 상을 드릴 수 있어서 뜻깊다. 여성 수상자가 <아레나> 커버를 한 것은 15년 역사상 최초다.
- 답변A
최초의 여성 수상자 커버라는 건 몰랐는데 영광이다. 한 해 마지막에 선물 같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화보 촬영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한 것도 좋았다. 오랜만에 멋진 옷도 입어보고.
- 질문Q
성 역할의 구분이 없어지는 시대다. 배우자인 장항준 감독님이 <라디오스타>에서 “김은희 작가가 우리 집의 경제적, 도덕적 가장”이라고 말씀하신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 답변A
남자가 해야 할 일, 여자가 해야 할 일이란 없으니까 서로 잘하는 부분을 담당하게 된 거다. 우리 남편은 살림을 되게 좋아하거든. ‘집돌이’에 요리 잘하고, 물건을 싸게 구매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다. 난 설거지를 좋아해서, 남편이 요리를 해주면 내가 설거지한다. 둘 다 설거지를 좋아했으면 곤란했을 텐데 말이지.(웃음) 난 일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남편은 집에서 살림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럼 너는 나가서 일해”라고 하게 된 거다. 집안의 대소사를 섬세하게 잘 챙겨준다.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질문Q
보기 드문 남편이다. 물론 김은희 작가님도 보기 드문 배우자고.
- 답변A
남편은 인간적으로 참 좋은 사람이다. 이를테면 팀에서 누구 한 명이 모가 나거나 해서 남들이 꺼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장항준은 “얜 그래서 재미있어” 이런 식으로 코믹한 캐릭터로 승화시켜서 다른 사람들도 결국 그를 좋아하게 만든다. 그런 점이 참 멋있었다. 그런 긍정적인 면을 배우고 싶었지. 남편으로서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사실 결혼은 웃겨서 한 거다. 내 주변에 이렇게 웃긴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얼굴도 좀 볼 걸 그랬나 싶다.(웃음)
- 질문Q
<킹덤>엔 빛나는 순간이 많지만, 시즌2 엔딩을 향해 달려가면서 중전이 최종 빌런으로 변모할 때 굉장히 짜릿했다. 조학주가 아닌 중전이라는 어린 여성을 최종 빌런으로 설정한 이유는 뭔가?
- 답변A
<킹덤>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었다. 그 시대에는 왕족이라 해도 여성은 아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높은 계급임에도 낮은 위치라는 역설이 있었지. 중전의 나이를 어리게 설정한 건 당시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정략적 결혼이 많았으니, 그런 불합리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킹덤>은 계급에 대한 이야기니 결국 억눌렸던 것들이 폭발해야 하는데, 조학주처럼 왕좌 빼고는 다 가진 사람은 그렇게까지 폭주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전은 왕자까지 손에 넣었지만 결국 택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 차별받고 억눌려온 이의 폭주를 보여주기 위해선 중전을 최종 빌런으로 삼는 게 좀비물에 맞겠다고 생각했다. 계급이 낮은 의녀 서비와 다른 선택을 하며 다른 결말을 맞는 대비도 보여주고 싶었고.
- 질문Q
스핀오프 <킹덤: 아신전>과 시즌3는 ‘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밝혔다. 배우 전지현이 연기할 아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 답변A
<킹덤> 시즌1이 배고픔, <킹덤> 시즌2에서는 피와 혈통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킹덤> 시즌3는 ‘한’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이전 시리즈가 지배 계급의 선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번엔 가진 게 없는 자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지. 가장 최하위 계급이 주역이 되는 이야기다. 아신은 한을 강하게 품은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런 그가 주체적으로 나서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 질문Q
이 훌륭한 기획의 시작이 궁금하다. 어떻게 좀비라는 소재에서 군중의 배고픔을, 연민의 감정을 포착했나? 그리고 그걸 어떻게 조선 시대에 이식할 생각을 했나?
- 답변A
짠하잖아. 뭐 하나 먹겠다고 여기저기 찢겨가며 창자 부여잡고 뛰어오는 게. 오죽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나. 다른 감정이 모두 거세된 채 식욕만 쫓는 존재. 민중의 배고픔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장르적 소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대에도 부조리한 일이 많지만 최근엔 기아나 기근보다는 다이어트, 섭식장애가 더 두드러지는 시대니, 조선 시대가 적절하겠다고 생각했고. 장항준이 남편이기 전에 스승이었는데, 같은 걸 다르게 보는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영화를 보다가도 “근데 이건 이럴 수도 있지 않아?”라고 말해본달지. 그런 도움을 받은 것 같다.
- 질문Q
작가님의 작품은 치밀한 장르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일에 근원적 관심을 두는 것 같다.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추구하는 <킹덤>, 미제 사건을 두 시간대에서 추적하며 진실을 밝히는 <시그널> 등.
- 답변A
실제의 나는 불의를 보면 피해 가는 겁 많은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그럴 거다. 자신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싶은 거. 사실 무섭잖아. 자신의 안전을 위해 불의를 못 본 척 넘어가는 이가 있다 해도 그를 욕하고 싶진 않다. 정의로운 일을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니. 어쩌면 그래서 내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그런 일들을 시키는 게 아닐까? 그리고 사람들도 그렇기에 오히려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내가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쓰게 되는 건 아직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 질문Q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어 보인다.
- 답변A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 질문Q
<씨네마운틴>에서 장항준 감독이 “자녀에게 주식을 어떻게 양도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김은희 작가가 “내가 쓰는 이야기의 내용이 그런 걸 하지 말자인데 그러면 안 돼”라고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 답변A
예전에 어떤 감독님이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더라. 그런데 그 감독님이 “나는 맨날 저렇게 잘사는 사람들 욕하는 맛에 살았는데, 내가 그렇게 하면 그 사람들을 욕하지 못할 거 아니야”라고 거절한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와닿은 적이 있다. 나도 참 뒷담화하는 맛으로 사는데, 그걸 못 하는 건 싫다.(웃음) 나는 정의롭다기보단 투덜대는 사람이다.
- 질문Q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세상이란 어떤 것인가?
- 답변A
상식이 통하는 사회. <킹덤>의 세계라면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 <시그널>의 세계라면 죄를 지으면 그만큼 벌 받는, 유전무죄가 아닌 세상. 당연한 것이 지켜지고, 나와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우리 딸 같은 평범한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겠지. 우리 모두 BTS가 될 수는 없으니까. 특출난 존재가 아니어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 질문Q
방송에서 따님이 “모두가 죽는 결말의 글을 쓰곤 한다”고 하신 걸 보니 상당히 비범해 보이는데… 작가를 꿈꾸나?
- 답변A
물론 내게는 굉장히 특별한 아이지.(웃음) 이제 중3 올라가는데,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우리를 닮았으면 이과 쪽은 아닐 거고, 책 읽기를 좋아하니 그러는 것 같다.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작가가 되겠다면 응원할 거다.
- 질문Q
어마어마한 롤모델을 어머니로 둔 셈이네.
- 답변A
제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딸이다. 오래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웃음) 딸이 내 작품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볼 때면 참 힘이 난다.
- 질문Q
어린 시절 어떤 작품을 보며 자랐나?
- 답변A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했다. <로빈 후드> 같은 활극,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복수극. 그 전집에 수많은 장르의 이야기들이 있었지.
드라마는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 MBC 주말극 중 <그대 그리고 나>. 영화 <대부>도 좋아하고, 감독은 제임스 캐머런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들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 참 가난했는데, 처음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영화가 <E.T.>였다. 그때 정말 눈물 콧물 다 빼면서 봤는데. 그리고 <터미네이터>를 보며 극본을 써보는 훈련을 해서 그 두 편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나는 늘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희망적인 좀비물을 써볼 순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썼다.
나는 세상을 좀 더
살고 싶은 곳으로 그려보고 싶다.
- 질문Q
대중을 사로잡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이야기를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뭔가?
- 답변A
새로움. 자가 복제를 하진 않는지 끊임없이 경계한다. 한 발짝이라도 조금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하자. 그리고 재미.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재미없는 이야기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내게 맡겨진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 동안, 시청자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봤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 질문Q
‘떡밥 회수’를 다 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어떻게 플롯을 짜나?
- 답변A
그거 하느라고 죽겠다. 어차피 그 많은 시청자들을 속일 수는 없다. 반전의 재미보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개연성을 지키는 거다. 이야기를 너무 자극적으로 풀면 캐릭터가 무너지기 쉽거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다 캐릭터가 살아 있었다. 철저하게 취재하고 조사해 캐릭터를 만들곤 한다. 자료 조사가 충분히 하고 쓴 부분과 머리로만 쓴 대본은 확연히 다르다. 막연히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이럴 거야, 라면서 쓰면 딱 나 같은 캐릭터만 나오더라고.
- 질문Q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
- 답변A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회의를 하는 것이다. 나 혼자 안고 있어봤자 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다. 남들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으며 대화하다 보면 이런 걸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되짚어보게 될 때가 있거든. 후배들한테도 막히면 회의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 질문Q
산을 배경으로 국립공원 레인저들이 나오는 드라마 <지리산>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됐나?
- 답변A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같이 일하는 작가들과 배우 주지훈이 “사람을 살리고 싶다더니 왜 자꾸 죽여”라고 하는데, 초반 기획 의도는 그랬다.(웃음) 더 거슬러 올라가면 <킹덤>을 쓰기 위해 답사를 다니며 우리나라 자연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산을 지키며 조난자를 살리는 국립공원의 레인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취재차 지리산에 처음 가봤다. 사실 산을 본격적으로 타본 건 처음이었는데, 중간에 너무 지쳐서 일행과 떨어져 조난을 당한 거다. 대피소에 머물다 레인저의 구조를 받았다. 역시나 산을 타지 말았어야 했다.(웃음)
- 질문Q
작가님의 작품은 로맨스가 주된 서사가 아니다. 사랑에 관심이 없는 까닭은 뭔가?
- 답변A
일국의 왕자가 나라에 역병이 퍼지고 있는데 사랑 타령을 하면 되겠나? 누군가는 전쟁통인데도 사랑을 하겠지만 그게 주인공일 때 매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한다. 더 긴박한 일들이 펼쳐지니까. 사랑에 관심이 없는 건 글쎄,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불타오르는 사랑, 영원한 사랑 같은 건 없다. 나의 배우자는 정말 좋은 친구이자 잘되길 바라는 스승이지만, 그를 못 본다고 미칠 것 같지는 않으니까.
- 질문Q
팬데믹 시대에 역병을 그린 <킹덤> 시즌2는 동시대적 공명이 있었다. 20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대 이상이었던, 혹은 기대 이하였던 순간은?
- 답변A
전자는 <킹덤> 시즌2에 대한 반응. 후자는… 없다. 드라마에서만 벌어졌으면 하는 팬데믹이 현실로 일어났기에 두렵고 암울했던 해였지만, ‘우리 주변에 사명감을 지니고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 해이기도 하거든.
- 질문Q
현실이 디스토피아가 되어갈수록 사람들은 좀비라는 소재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작가님은 왜 좀비물을 쓰고 싶었나?
- 답변A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좀비물을 좋아하는 건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 군상의 본성이 잘 표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약탈자가, 누군가는 보호자가,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는 리더가 되기도 하지. 다만 나는 좀비물을 디스토피아 엔딩으로 끝맺고 싶진 않았다. 어떤 작품을 볼 때 “내가 쓴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나는 좀비물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늘 아쉬웠던 건 열심히 도망쳐 왔는데 그곳에서도 좀비가 출몰한다는 거다. 어떻게 저런 데서 살아, 희망이 없다. 좀 더 희망적인 좀비물을 그려볼 순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썼다. 내게 아이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는 세상을 좀 더 살고 싶은 곳으로 그려보고 싶다.
- 질문Q
작가님이 <킹덤> 세계관의 인물이라면 어땠을까?
- 답변A
범팔이겠지 뭐.(웃음) 이름 없는 인물이라면 나는 달리기도 잘 못하고 의지가 강한 인간도 아니기 때문에 그럴 바엔 제일 먼저 물리는 편을 택하겠다.(웃음)
작가님,,,
멋진데 귀엽고 솔직하기까지,,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 (´∀`)

2021년도 어김없이
김은희 작가의 해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 'ᴗ' )ノ♥
<아레나 1월호>
FEATURE EDITOR 이예지
FASHION EDITOR 이상
FASHION ASSISTANT 김지현
PHOTOGRAPHY 레스
HAIR&MAKE-UP 이은혜
DIGITAL EDITOR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