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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교사'는 옛말, 교사가 미래 최악의 직업으로 꼽히는 이유

조회수 2021. 1. 12. 0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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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요? 철밥통 아닌가요?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물정을 모르는 것이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 수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0년에는 무려 8,024명. 2016년 이후 퇴직자는 만 60세부터 연금수령이 가능하단 점을 감안하면, 많은 교사가 경제적 불안을 감수하고도 퇴직을 택할 만큼 절박하단 것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교총의 설문결과를 보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및 교권 추락’ ‘학부모 등의 민원 고충’ 때문에 명퇴한다는 답변이 각각 89.4%, 73%에 이른다.

그래서일까. 늘 상위권에 랭크되던 전국의 교대 경쟁률이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머잖아, 교사가 기피 직업 1순위가 될 거라는 예측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지금, 교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 A는 수업 도중 화장하는 한 학생을 여러 번 지적했다. 하지만 이 학생은 A를 계속 무시하더니 급기야 대놓고 조롱했다. 분노한 A는 학생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고, 학생은 팔이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 A는 곧 팔을 놓고 사과했지만, 학생은 이 상황을 녹음해 자기 부모에게 들려줬다. 학생의 부모는 다음 날 학교에 찾아와 강하게 항의했다. 알아서 해결하란 교장의 말에 고민하던 A는 결국 학생의 집에 찾아가 무릎을 꿇었다. 이후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진 A는 급기야 담임직을 중도 포기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꽤 자주 눈에 띈다. 물론 교사가 늘 피해자는 아니다. 인간 집단이 늘 그렇듯, 교사 집단에도 나쁜 개인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몇몇을 비난하며 교사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 교사 대부분은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학생의 성장을 돕고 싶어 한다. 좋은 교사, 헌신적인 교사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교사들의 자존감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

교사들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추락하는 교권, 현장과 따로 노는 교육제도, 밤낮 없는 민원전화, 학교에 무관심한 관리자….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만 좋은 교사가 교단에 남을 것이다. 좋은 교사가 많아져야 우리 아이들이 수준 높은 교육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교사의 질’이 곧 ‘교육의 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살아나려면

인정하자. 구조적인 문제를 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마냥 참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사이, 교사들은 더욱 병들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테니 말이다.

교사들을 돕고자 오랜 시간 마음공부를 해온 초등교사 서준호 선생님이 ‘성장 교실’을 시작한 배경에는 이런 인식이 자리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는 없으니, 일단 교사들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성장 교실을 시작한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나니 자존감이 회복되더라는 것.

교사의 자존감은 한번 깎이면 회복이 더 어렵다. 자존감이 깎인 교사들은 문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를 믿지 못해 위축된 모습을 보이거나 분노를 터뜨려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다. 그러고 나면 자존감이 더욱더 깎이는 끔찍한 악순환에 빠져든다. 

서준호 선생님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성장 교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다. 수많은 교사가 성장 교실 이전과 이후 측정한 자존감 수치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자존감이 올라가자, 교실이 잘 통제되고 수업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단 후기도 넘쳐났다.

성장 교실에 참여할 수 있는 교사의 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서준호 선생님은 더 많은 교사들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거듭 고민했다. 그리고, 더 많은 선생님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성장 교실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의 자존감》이란 책을 펴냈다.


교사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는 법

그는 이 책에 좀 더 다양한 교사의 목소리를 담고자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교사 집단 특유의 자존감 원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토대로 교사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정교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교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교사는 자기 평가에 지나치게 엄격하다. 심지어 남몰래 내뱉은 욕 한마디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문제 학생을 교정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과도한 업무를 다 해내지 못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서준호 선생님은 교사에게 책임감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만, 자칫 할 수 없는 것까지 해내려 했다간 실패에서 오는 충격을 견디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사실을 그저 알고 고개 끄덕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몇 가지 생활 습관까지 제안한다.

교사의 자존감을 이대로 외면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의 기피 직업 1위로 ‘교사’가 꼽힐지 모른다.

교사의 자존감은 교사 개인만의 자존감이라 할 수 없다.

교사의 자존감은 곧 학생의 자존감이자 미래의 자존감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사의 자존감
교사의 자존감이 올라갈 때,
아이와 미래의 자존감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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