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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가운데 우두커니, 도시적인 주택, 오연재

조회수 2020. 4. 28. 0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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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hoto by 신주혁

자연의 비율이 압도적인 대지 위의 주택은 주변 풍경을 비집고 나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거나, 자연 속에 동화되어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한다. 전라북도 무주 한 산기슭에 자리한 오연재는 후자에 가까운 건물이다.


고향으로 귀촌해 거주 중이던 클라이언트는 6m의 경사를 가진 대지 위에 여생을 함께 할 집을 올리고자 했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클라이언트는 제로리미츠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오연재를 완성했다.



출처: Photo by 김종서
출처: Photo by 김종서

향(Scent)과 조망(View),
사는 사람을 고려한 배치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대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특히 경사지를 대하는 마음은 더하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에게 경사지는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라면, 건축가에게는 새로운 조망을 선사하는 장치다. 제로리미트 건축사사무소는 이런 경사 대지를 이용해 층을 분리하고, 시선(View)를 달리하고, 생활을 다르게 배분했다.


오연재 가족은 아이 두 명과 부부 4식구다. 여기에 지인들과 모임을 좋아하는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 가족이 생활하는 2층, 게스트가 머무르는 1층으로 분리했다. 1층과 2층을 잇는 실내 계단이 있지만, 방문 손님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출입로를 각각 만들었다.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된 건물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출처: Photo by 김종서

경사이기에 가능한 재미있는 배치와 건물 활용은 또 있다. 대지 경사가 높아지는 서쪽에는 최소한의 출입이나 환기를 위한 창과 문을 계획하고, 풍경(View)이 좋은 남쪽과 동북쪽의 조망을 신경 써 공간 배치를 계획했다. 풍경을 조망하기 위해 1층 매스는 남향으로, 2층 매스는 동향으로 길게 디자인하고 자연스럽게 출입 동선도 다르게 분리했다.



출처: Photo by 김종서
출처: Photo by 김종서

주변 환경은
인테리어가 된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주변 경관이 훌륭한 대지에 집을 지을 때는 실내를 특별하게 구성하는 것보다 향과 조망을 고려한 건물의 배치와 창 계획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단열 문제를 크게 걱정하여 창의 쓰임새를 단순히 채광과 환기 정도로 생각하고 기획한다. 하지만 창은 공간과 생활, 심미적인 모든 부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오연재의 창의 활용 방법과 배치는 점진적이며, 능동적이고, 과감하다. 국내 기후에서도 이런 창의 활용과 배치가 주택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출처: Photo by 공주은

그리하여 오연재의 창은 드넓은 자연 속에서 실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인테리어 요소가 되었다. 크기나 높이, 공간과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는 긴 모서리 창을 계획해 자연 속에 머무르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별한 행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주방의 전창의 배치는 싱크대의 작업 공간이나 식탁에서 마주 보지 않도록 계획했다. 이는 두 명 이상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사람을 마주 보거나 함께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계획이다.



출처: Photo by 공주은

사람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 안의 세상에 집중하는 세태를 떠올려 보면,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집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세세히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반대로 휴식을 위한 침실에는 침대 정면에 창을 배치하기보다는 사선이나 옆면, 뒷면에 창을 배치해 침대에 앉거나 누워서 휴식하는 시간에는 풍경보다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주택에 자연을 넣는다는 것,
그 축복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의미다.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절이 변화하고 계절에 맞춰 모습을 바꿔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곳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의도한 대로 살아간다기보다 자연의 변화에 맞추어 살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일이다.


건축가가 외벽 마감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이었다고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색과 형태가 변화하는 자연 사이에 들어설 집이 주변과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재료여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정된 몇 가지 선택지 중 결정한 것은 흙을 구워 만든 세라믹 타일이다. 이파리가 울창해져 주변이 검푸르게 변화하는 봄, 여름에는 주변 능선의 일부인 것처럼, 이파리가 떨어지고 난 뒤 남은 검은 나뭇가지 위로 하얀 눈이 내린 겨울 풍경 속에서는 집이 마치 산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생활 속 질감,
빛과 교차에 대하여

집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난방 잘 돼?”, “통풍은 좋아?”, “물 새 거나하지 않아?”에 대해 걱정하는 시기는 지났다. 전문가들은 정말 나쁜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나지 않는 한 이런 기초적인 기술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집을 짓는 사람도 이제는 조금 더 고차원적인 부분을 보고 요구하는 시대다. 무엇을 공간에 두고 싶은 가를 넘어, 이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고 또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재료와 질감에 대해 건축가와 토론을 하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듯, 집에도, 공간에도 숨은 의미를 넣고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런 재미가 재료이며, 빛과 그림자이고, 벽과 벽이 만나는 곳이며, 동선이다.



출처: Photo by 공주은

외부 공간은
열린 내부 공간이다

오연재와 같이 문만 열면 자연을 마주하는 주택 중에는 독립된 외부 공간이 없는 경우가 있다. 한옥에서 비롯된 마당 개념의 공간으로 신을 신고 나와야 하는 공간이다. 서양의 백야드, 테라스, 코트야드 등의 외부지만 내부 같은, 신을 신고 문을 열고 나올 필요 없이 내부에서 바로 문을 열고 나와 즐길 수 있는 데크(Deck)같은 공간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 



밀도가 높지 않아 넓게 트인 마당 자체가 사적인 외부 공간일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독립된 외부 공간은 집을 한층 더 복합적이고 풍만한 공간으로 만든다.



출처: Photo by 김종서

예를 들면 오연재는 평면상의 요철로 생겨난 아늑한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2층의 거실과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발코니를 계획했다. 


전체 면적에 비하면 그 비중이 크지 않지만, 집 사이사이의 외부 공간이 연결된 실내를 건물 안으로 가두지 않고 외부로 확장해 주는 것이다. 창을 통해 온전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집일지라도 직접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외부 공간의 필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가지(산세쾌연, 수류정연, 자손덕연, 인심유연, 고향거연)가 그러하다는 뜻의 오연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속에 담겨 자연을 닮아가는 주거 공간이다.



출처: Photo by 김종서
출처: Photo by 김종서
출처: Photo by 김종서
출처: Photo by 김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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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itects  : 제로리미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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