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오랜만에 만난 탓일까,
주환이가 긴장한 탓일까,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뜬금없이 엉뚱한 질문을 하는 주환이.
오늘따라 서투른 주환이 대신,
채아가 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한다.
일상적인 질문에도 예상치
못한 답변이 튀어나온다.
참지 못한 재채기처럼 주환이의
마음이 숨지 못하고 삐져나온다.
뜻밖의 돌직구에 채아는
귀여운 탄성을 내뱉는다.
이내 '친구'라는 이름 안으로
주환이의 마음을
접어 넣어 정리해 본다.
사실, 오늘 카페에서 처음
스스로 주문해본 주환이.
좋아하는 그 사람 앞에서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 일들도 거뜬히 해낸다.
"나는... 너 만나서 좋았어, 많이"
다시 한번 삐져나온 주환이의 속내.
쑥스러운 듯 조금 버벅대지만,
침착하게 끝까지 말을 맺어낸다.
그 무엇보다 온전한 문장, 진솔한 마음이다.
이미 들켜버린 마음에
조금 과감한 질문을 던지고는,
긴장한 듯 음료를 연신 들이킨다.
(기쁨)
(슬픔)
이런저런 미사여구 대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아이.
일상에서 가장 비장한 눈빛과
단어들로 엮어낸 말들이 사랑스럽다.
채아 또한 솔직하고 깔끔하게 답을 건넨다.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주환이.
뜻밖에 현실적이고,
꽤나 어른스러운 말들로
거절의 이유를 설명하는 채아.
다시 이런저런 일상의 대화들이 오간다.
그러나 어딘가 엇나가 보이기도 한다.
만나지 못한 두 아이의 마음처럼
삐걱거리며 대화는 얼기설기 굴러간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채아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채아는 주환이보다 늦게 도착해,
일찍 떠났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더 오래 그 자리에서 머무른다.
채아가 카페를 나가고
꼿꼿하던 자세가 한 번에 흐트러진다.
눈치채지 못했는데,
주환이도 많이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언젠가부터 사랑을 전하는 것보다
속내를 숨기고, 표현을 절제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풋사랑이라는 말로 가볍게 흘리기에는,
그 시절 내 세상을 가득 채웠던 감정.
그 시절 우리는
처음이라, 더 대단했고
잘 몰라서, 솔직했다.
지금,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그 아이가 기억나시나요?
You were a kid once
당신도 한 때 아이였어.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