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가수인 척을 한 가수 이수영의 노래를 들은 아이들
'이수영'
음반 차트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던 그 얼굴을 모르고,
'휠릴리', '라라라', '덩그러니', 'Grace' 등
차트를 휩쓸던 히트곡들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노래 가사에 담긴
'연인이 헤어지게 되어 슬픈 감정'을
아직은 깊게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바로 16년 전에 발매된 노래
'이수영 - 휠릴리'를
신인 가수가 부르는
신곡으로 소개해 보았다.
수백 번 부르고, 수천 번을
들은 노래일 텐데
아이들 앞에서 이수영은
어쩐지 긴장한 듯 보인다.
모두가 숨죽인 4분 20초가 지나고
들려온 아이들의 대답.
"목소리가 청량해요"
"사극에 OST로 나올 것 같아요"
"마음에 와닿는 노래"
그 시절 이 가수를 향해 쏟아지던
칭찬들이 요즘 아이들
입에서 똑같이 흘러나온다.
그제야 얼굴을 마주보고 정식으로
이수영 자신을 아이들에게 소개한다.
"사실 저는 42살이고"
"데뷔한 지 21년 된 가수 이수영입니다"
"그리고, 방금 들려드린 노래는
2004년에 불렀던 노래예요"
신승훈, 박효신, 동방신기, 비, 보아...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대상을 탔던 가수.
그렇게 잘나가던 가수는 꼬박
11년 만에 새 곡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동안 '엄마'로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시간만큼
대중과 사이는 멀어졌다.
그리고 대중들과 가수 사이에 벌어진
그 틈 사이사이로 인해 이수영은
두려움도 많이 쌓인 상태였다.
"내 노래가 어떻게 들릴까"
"나를 기억하긴 할까"
"그때처럼 좋아해 줄까?"
이러한 걱정들은 이수영은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꺼내 놓자
항상 그렇듯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진 대답을 들려줬다.
"지금도 똑같은 마음으로 하면
대빵이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 들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짧지만 긍정적인 대답에
가수의 얼굴은 기분 좋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아주 오래된 노래는
누군가에겐 완전히 새롭다.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야
할 과거의 가수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기억을 쌓아
올릴 현재의 가수가 된다.
그 동안 수많은 어른들도
해내지 못한 위로를,
아이들이 전한 걸까.
한결 가벼워진 얼굴로
이수영은 스튜디오를 떠났다.
"You were a kid once"
당신도 한 때 아이였어.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