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소지섭, 그가 수입한 빛나는 예술영화 4편

조회수 2020. 4. 7. 15: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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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마중,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비거 스플래쉬, 카페 소사이어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기부와 동시에 훈훈한 결혼 소식을 알린 배우 소지섭은 반짝반짝 빛나는 외화 여러 편을 국내에 소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장예모, 프랑소와 오종, 루카 구아다니노, 우디 앨런 등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은 감독의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극장에서 개봉했다. 


주로 영화 수입배급사 ‘찬란’이 수입, 배급하는 과정에 투자 형태로 참여했지만 본인과 소속사 51k의 이름을 ‘공동 제공’란에 올리며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들여온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로 ‘집콕’이 대세인 요즘, 소지섭이 들여온 외화를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영화 정보에 [왓챠], [넷플릭스] 등 4월 7일(화) 현재 해당 작품을 스트리밍중인 OTT플랫폼을 표시했다.

장예모 감독 <5일의 마중>(2014) [왓챠]

문화대혁명의 시기, 펑완위(공리)와 루옌스(진도명) 부부는 루옌스가 체포되며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다. 20년 만에 석방된 루옌스는 펑완위에게 5일에 집에 간다는 편지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펑완위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고 딸은 아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루옌스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펑완위의 곁을 묵묵히 지킨다. 한편 루옌스를 기다리는 펑안위는 오늘도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며 ‘5일에 루옌스 마중 나갈 것’이라고 메모한다. 과연 펑안위는 루옌스를 알아보고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문화대혁명의 혼란보다 한 부부의 기약 없는 만남에 집중하는 <5일의 마중>은 영화 속에서 또 다른 희생자를 암시함으로써 시대가 빚어낸 참상의 아픔을 증폭시킨다. 공리와 진도명의 연기는 영화 속 두 주인공이 함께 한 그리운 세월을 설명 없이도 납득시키는 힘이 있는데, 노부부의 사랑은 그 세월의 깊이만큼 고매하고 애절하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왓챠]

‘클레어’(아나이스 드무스티어)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공유하며 자랐던 절친 로라가 죽은 후 깊은 상심에 빠진다. 클레어는 로라의 아이와 그녀의 남편 ‘데이빗’(로맹 뒤리스)을 돌보며 슬픔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클레어’는 낯선 여자에게서 죽은 친구를 느끼게 되는데...

의식이 없는 망자에게 고운 화장을 입히면서 시작되는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여되는 성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는 ‘클레어’가 ‘데이빗’의 비밀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데이빗’의 성정체성을 미스터리로 남기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두 주인공이 성정체성(gender identity)과 성적정체성(sexual identity)을 탈피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은 데이빗과 클레어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삼각구도를 만드는 클레어의 남편으로 인해 더욱 흥미롭게 전달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비거 스플래쉬>(2015) [왓챠]

전설적인 록스타 ‘마리안’(틸다 스윈튼)은 영화감독인 남편 ‘폴’(마티아스 쇼에나에츠)과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어느날 ‘마리안’의 옛 연인인 음반 프로듀서 ‘해리’(랄프 파인즈)가 뜻하지 않게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와 함께 방문하면서 그들의 여유로운 휴가는 깨지고 만다. ‘마리안’과의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하는 ‘해리’와 그런 해리가 신경쓰이는 ‘폴’,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페넬로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관계는 질투, 욕망 그리고 위험의 수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주인공의 4각 구도가 흥미로운 은밀한 성인 로맨스다. 치정으로 발전하기 딱 바로 전까지의 얽히는 감정을 빼어난 영상으로 세련되게 그려낸다. 때문에 영화는 질척이지 않고 간결하다. 유명한 락가수, 음반 제작업자, 영화 감독 등 화려한 주인공들을 내세우지만 영화는 겉치장보다는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에 주목한다. 사랑을 경험해 본 관객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농밀한 어른을 위한 드라마로 <아이 엠 러브>로 유명한 루카 구아다그니노 작품이다.


우디 앨런 감독 <카페 소사이어티>(2016) [넷플릭스]

성공을 꿈꾸는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연예계 거물인 삼촌을 찾아 떠난 할리우드에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 바비는 뉴욕으로 돌아가 ‘카페 소사이어티’를 차려 사교계 명사가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보니와 바비는 이전과 꽤나 다른 모습으로 재회하게 되는데…

‘뉴욕의 상징’ 우디 앨런 감독이 본령인 뉴욕과 할리우드로 돌아온 작품이다. 영화는 꿈을 좇는 두 젊은이와 그들이 오가는 뉴욕, 할리우드를 통해 1930년대 미국의 황금시대를 파노라마처럼 그려낸다. 당시 사교계 명사들의 모임이었던 ‘카페 소사이어티’의 화려한 겉모습을 조명하면서 그 속 인물들의 뒤엉킨 욕망, 화려함 이면의 공허함들을 묘사한다. 떠들썩한 욕망의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서 사랑의 화살은 무수히 쏘아진다. 화려한 꿈과 초라한 현실의 경계에서 청춘 남녀 역시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선택 또한 예측불가능하며 통제할 수 없게 흘러갈 뿐인 인생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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