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친 영화인들 행동에 나섰다..정지영, 임순례, 정우성 등 1,325명 서명

조회수 2020. 2. 27.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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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봉준호는 없다? (가칭) 포스트 봉준호법
현재 한국 영화산업 환경하에서는 더 이상 ‘봉준호’가 나오기 힘들다!

영화인들이 대기업에 편중된 영화 산업 구조 개선 촉구에 나섰다.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이 26일 총 1,325명의 영화인이 영화산업 구조 개선 요구 선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준비모임은 1차 서명자 59명을 중심으로 지난 18일(화)부터 25일(화) 정오까지 ▲대기업의 영화 배급업과 상영업 겸업 제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였다.


임권택, 이장호, 이창동, 정지영, 임순례 등 중견 감독, 안성기, 문성근, 문소리, 정우성, 조진웅, 정진영 등 중견 배우, 제작자, 작가, 노조, 평론가, 교수, 정책, 영화제 인사 등 1차 서명자 59명과 온라인 서명자 1,266명 포함 총 1,325명이 서명했다.


이외에도 “지금 당장 대기업과 계약관계가 있어 서명하기 난처하다. 양해 바란다. 그러나 마음을 같이 한다”고 많은 영화인이 마음을 전했다고 준비모임이 밝혔다.

▲극장은 극장답게, 배급사는 배급사답게


현재 한국 극장의 입장료 매출은 CJ·롯데·메가박스의 멀티플렉스 3사가 97%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배급업을 겸업하면서 배급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이는 2000년 멀티플렉스가 극장가를 점령하기 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2000년대 초중반과 판이한 환경이다. 극장과 배급을 겸업하는 것의 문제점은 제작비를 투자하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제작자, 창작자, 배우, 기술진, 스태프의 처우 개선과 선순환에 힘쓰기보다 극장을 살찌우는 데 우선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파라마운트 판례’(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상영 부문과 분리시킨다는 판결)로 배급·상업업 겸업을 금지했다. 우리 헌법도 제119조 제2항(경제민주화)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에 준비모임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인 겸업 ‘금지’보다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배급업을 겸하는 극장체인은 일정 시장점유율 이상의 극장을 경영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겸업 제한’을 통해 ‘97% 독과점의 장벽’을 해체해 배급사의 원기능을 찾고 극장의 폭주를 막자는 것이다.


▲ 스크린 독과점의 장벽을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2019년 <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81% 상영점유율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던 하루 동안 상영된 작품은 총 106편이었다. 1대 105가 81대 19라는 기형적인 불균형을 보여주는 수치다. 좋은 영화가 스크린에 걸릴 기회조차 없고 걸린다 하더라도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 위주로 스크린을 배정받다 보니 관객의 영화 선택과 관람권 역시 박탈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비모임은 프랑스의 ‘영화영상법’과 ‘편성협약’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8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에서는 영화 한 편이 일일 상영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는 한 영화에 일일 최다 4개 스크린만 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기호의 관객들과 만나는 것을 보장한다.


▲ 건강한 영화생태계 조성.. 작은 영화들이 자랄 수 있도록


현재 독립·예술영화는 전체 개봉 편수의 9.5%를 차지하지만, 관객점유율은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보고 싶어도 볼 곳(스크린)이 없다는 말이다.


준비모임은 이에 ‘영화법’ 개정을 통해, 멀티플렉스 내 독립·예술영화상영관 지정과 해당 상영관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한 독립·예술영화를 연간 영화 상영일수의 60/100 이상 상영할 것을 제안한다.

겸업금지,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 전용관 확대 및 지원은 한국영화 산업 구조 개선을 거론할 때 매번 나오던 이야기. 정책과 제도 개선을 기다리던 영화인들이 정부와 기업의 영혼 없는 리액션과 지지부진한 탁상행정에 뿔났다. 단발성이 아닌 실효성을 발휘하기까지 계속 이어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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