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어 트로피'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LPGA투어에서는 시즌말에 다양한 시상을 하며 한해를 마무리합니다. ‘프로선수는 돈으로 증명한다’는 말이 있지만, 시즌 동안 자신이 쌓아온 업적을 상이라는 형태로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LPGA투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베어 트로피(Vare Trophy)’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해요. 베어 트로피는 시즌 평균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점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상은 1900년대 초, 전설적인 여성 골퍼인 글레나 콜렛-베어(Glenna Collett-Vare)의 이름을 딴 상입니다. 1903년생인 글레나 콜렛-베어는 14세에 처음으로 골프를 접해 16살에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합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21년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메달리스트상을 받게 되죠. 그리고 이듬해인 1922년에 처음으로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이후 1928년부터 1930년까지 3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1928년부터 1931년까지 16개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웁니다. 여성의 프로대회 출범이 1950년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 세대에서는 전설적인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큰 업적이었죠.
이 때문에 LPGA투어는 1953년에 그녀의 이름을 딴 ‘Vare Trophy’를 제정하고 당해연도 시즌에서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이 상을 수여하게 됐습니다.
이 상을 받기 위해서는 LPGA투어의 회원이며, 당해연도 시즌에서 70라운드 이상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상이 선수들에게 주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승이나 시즌 상금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게다가 이 상에는 모든 선수들의 꿈인 ‘골프 명예의 전당’의 문을 여는 열쇠가 달려 있습니다.
LPGA투어 멤버로서 ‘골프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조건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올해의 선수상 또는 베어 트로피 수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최고의 선수라는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는 상이라는 뜻이죠.
이 베어 트로피는 1953년에 페티 버그(Patty Berg)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당시 그녀의 평균 스코어는 75.00타였습니다. 이후로 선수의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평균타수는 낮아졌고, 1998년에 아니카 소렌스탐에 의해 마의 70타대 스코어가 처음으로 깨집니다. 당시 소렌스탐은 69.99타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균 60타대 점수를 기록한 선수로 기록됩니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2003년에 박세리가 처음으로 베어트로피를 수상했고, 이듬해인 2004년에 박지은이 수상했습니다. 2003년과 2004년 당시 평균타수 1위는 아니카 소렌스탐이었지만 규정라운드인 70라운드를 채우지 못해 베어 트로피가 박세리, 박지은에게 넘어간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어 2010년에 최나연, 2012년과 2015년에는 박인비, 2016년에는 전인지가 이 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역대 베어 트로피를 받은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2002년의 아니카 소렌스탐입니다. 이 해에 소렌스탐은 68.70타라는 기록으로 베어 트로피를 받았는데, 이 타수는 이후에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68타대 평균타수를 기록한 것은 이 해의 소렌스탐이 유일합니다.
그 동안 베어 트로피를 수상한 선수는 아래의 LPGA공식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골퍼께서는 한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역대 베어 트로피 수상자 명단(LPGA 공식 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