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포츠有토피아] 그렇게 스포츠 마케터가 되었다! 디자인하는 스포츠마케터, 지민경

조회수 2020. 10. 22.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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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SF=장유진 기자] 뜨거운 함성과 열정이 가득했던 경기장에 선수들의 숨소리만 들린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에게 일상을 뺏어간 코로나는 불같던 취업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 이전의 경기장을 추억해보자. 땀 흘려 뛰며 최고의 순간을 선물하는 선수들, 그 원동력이 되어주는 소중한 팬들, 그리고 기자, 구단 프런트, 스포츠 마케터 등 수많은 이들이 함께 호흡하며 스포츠를 만들어간다.


 종목을 불문하고 온 국민,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스포츠의 힘. 필자도 우연한 직관으로 단번에 스포츠의 매력에 사로잡힌 스포츠 산업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듯 스포츠 관련 직업들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심하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有’토피아로 바꾼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 대학스포츠를 경험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취준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이 기획연재 기사를 준비했다. (직업 소개가 아닌, 대학 스포츠를 경험하고 나아간 스포츠 필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입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KUVF와 KUSF 대학생 기자단, U-스포츠마케팅 러너 등으로 대학스포츠를 경험한 후 현재 국내 최대 기업의 스포츠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지민경 씨이다. 




#힘들어도 결국 좋은 스포츠 



Q. 다음 질문은 이 기획기사의 가장 큰 주제이기도 한 부분인데요, 어느 직업이야 그렇겠지만 특히 스포츠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정말 큰 것 같아요. 스포츠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저도 한때 슬럼프가 크게 왔어요. 제가 사랑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건 즐거운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보니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힘들어지더라고요. 특히 콘텐츠 관련 업무는 밤샘 작업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아서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좋아하던 스포츠가 보기 싫어지더라고요. 아무리 업무가 힘들어도 현장에선 즐거웠었는데, 현장이 싫다고 느껴진 날 상당한 충격을 받고 심각해졌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와중에 스포츠행정 쪽으로 인턴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그 기회를 통해 스포츠마케팅 외에도 스포츠를 위해 수많은 업무와 직무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사실 그 이후에 스포츠산업 취업을 포기했었어요. 인턴 기간을 포함해서 한 1년 반 정도 도전했는데 계속 실패하더라고요. 제 이상과 현실이 부합하는 건 불가능하겠다 싶어서 일반 홍보대행사에 지원해 인턴으로 근무했었는데, 이번엔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4년 동안 해오다가 관심 없는 분야에서 일을 하려니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실 그전까지는 주변에 ‘나 이제 스포츠 판에서 일 안 해. 포기했어. 다신 안 할 거야’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막상 스포츠와 동떨어지게 되니까 우울해졌어요.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 내 목적지는 스포츠다 싶었고, 다시 한 번 도전해서 기회를 잡았죠. 사실 지금 제 포지션 지원 요건에 이력이 살짝 부족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치면 후회하겠다 싶어서 우선 이력서를 보내드릴 테니 한 번 확인해 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어요.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는지, 운 좋게 합격해서 스포츠마케터 꿈나무로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찐선배의 찐조언 



Q. 그렇다면 앞으로 많은 후배들도 그런 시간을 한 번쯤 가지게 될 것 같은데 조언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조언을 드리기는 부끄럽지만, 버티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 같더라고요. 취준생이었을 때도, 지금도 계속하는 말이에요. 어떻게든 버티다 보면 언젠가 기회는 찾아온다고요. 버티기 위해서는 힘들 때마다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소서를 쓰다 너무 지치면 3~4일은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고, 대신에 죄책감 같은 거 느끼지 말고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안하는 식으로요! 3일 정도 머리 비우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 생각 없이’ 같아요. 



Q. 따뜻한 선배였다면 이젠 냉철한 선배의 모습을 기대해볼게요! 아무래도 힘들다 힘들다 하는 스포츠 필드에서 스포츠를 좋아한다고만 해서는 이겨내기 힘든 점들을 각오하라고 미리 경고해 준다면? 


 선배라고 하기에는 저도 이제 시작한 단계라 좀 더 배워야겠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점이 힘든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이렇게 하면 다들 재밌어하겠지?!’ 싶어도 실제로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더라도, 그 하나를 위해 A부터 Z까지 모두 기획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컨펌을 받은 후 관련된 모든 서류를 직접 준비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요. 이런 점이 취준생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 것 같아요. 화려한 스포츠 경기 뒤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다는 것을 취업 후에 더 크게 느꼈어요. 대신 그만큼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Q. 스포츠마케터로 일한다는 건 야근도 잦으실 것 같고 상당히 바쁠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신지 얼마 안 된 사회 초년생이신데 회사 다니는 일상은 어떠신가요? 


 이전에 인턴 경험했던 것들이 회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인턴 없이 바로 입사했다면 매일매일 식은땀을 흘렸을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금도 열심히 배워가고 있지만요. 야근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좀 달라요. 새벽 2시까지 야근 한 적도 있고, 8시간 동안 회의만 한 적도 있고, 일주일 동안 빨래할 시간도 없어서 수건이 모자란 적도 있었어요(웃음).  


 그래도 바쁘지 않을 때는 정시 퇴근도 합니다! 그럴 때는 집에서 야구 보고 운동하고 행복하게 저녁 시간을 만끽해요. 코로나 이후에 입사한 터라, 아직 팀 회식을 가진 적은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전에는 회식도 잦았고 팀원분들끼리 밤새 술도 마시곤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술자리를 좋아해서 기대 중이에요(웃음). 



Q. 많은 분들이 일상 속 스트레스를 스포츠를 통해 푸는 경우가 많은데 스포츠 산업 종사자로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스포츠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스포츠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라 그런지 저도 그렇고 동료 직원분들도 그렇고, 스포츠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저는 퇴근하고 집 와서 야구 보는 게 올해의 행복이었습니다. 최근엔 자주 안 보지만요. 팀이 10위에 줄곧 머물러있어서... 하하. 



Q. 스포츠 외에도 빠져있는 취미가 있다면요? 


 작년부터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에 재미가 들렸어요. PT도 시작했고, 여자축구 동호회도 들어가고, 평소 춤추는 걸 좋아해서 연습실도 자주 다니고요. 확실히 체력이 좋아져서, 퇴근하고 1시간씩 운동해도 밤에 피곤하지 않아요!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Q. 바쁜 와중에도 취미와 일 둘 다 잡으신 것 같아요. 사실 워라벨이 말은 좋지만 챙기기 가장 힘들잖아요. 어떤 점이 본인을 이렇게 잘 움직이게 만드는 걸까요?


 전 가만히 있는 시간을 싫어해요! 집에 있으면 너무 따분하고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에요. 완벽한 외향형 인간이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쓰려다 보니까 취미 생활에도 열심인 것 같아요. 뭐라도 해야 에너지가 생기더라고요.

▲(사진=본인 제공) 대한축구협회 인턴 활동 당시의 지민경 씨. (왼쪽에서 두번째)

Q.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인해 스포츠를 접할 기회도 줄어든 지금, 대학스포츠 선수들과 기자분들을 포함해 스포츠 분야 취업준비생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이런 이야기하면 너무 꼰대(?) 같긴 한데, 제가 작년에 스포츠 취업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대한축구협회에서 진행하는 DreamKFA 프로그램에 가서 감명 깊게 읽었던 명언이 있어요.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피하고자 하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라는 글귀였는데, 그 글귀를 보자마자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전까지 저는 매번 ‘이 업계는 이래서 나랑 안 맞고, 스포츠 회사는 날 안 뽑아주고...’ 하면서 핑계만 대고 있었던 거예요. 그 뒤로 ‘매일매일 유노윤호처럼 살자!’는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해서든 스포츠 필드에서 일하고 싶어서 스포츠 영어 스터디도 꾸준히 참가하고, 포트폴리오도 계속 발전시키면서 기회를 기다렸어요.  


 준비된 자에게는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고, 그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비록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자신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하고 있다면 좋은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서 대학스포츠 보지



Q. 마지막으로 다양하게 경험해오면서 느끼신 대학스포츠만의 매력을 묻고 싶어요. 


 가장 열정적이라는 점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팀에 외국인 선수도 없고, 또래들끼리 경기를 치르다 보니 정말 치열하거든요. 배구로 예를 든다면, 단 한 점을 내기 위해 악착같이 뛰는 선수들을 보면 저까지 흥분이 돼요. 결정적인 순간에도 결국 또래 선수가 해결해야 하거든요. 그 간절함과 악착같은 모습이 스포츠 덕후인 저를 자극해요(웃음). 앰프나 응원단이 없다 보니 스포츠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그래서 전 프로스포츠보다 대학스포츠를 더 좋아해요. 대학스포츠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 모두가 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고요.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대학스포츠를 꼭 한 번 직관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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