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 천가이버! 장비 매니저는 뭔가U?

조회수 2020. 9. 7.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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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 천진영 장비 매니저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KUSF=이수연 기자]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데 문제가 없도록 보이지 않은 곳에서 힘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이스하키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비를 착용하는데 이를 다 관리해주는 장비 매니저가 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직업에 대해 깊게 파헤쳐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과 함께 한 천진영 장비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장비 매니저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감독보다 더 존경받을 정도로 유망 있는 직업이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장비(헬멧, 글러브, 팬츠, 숄더, 신가드 등)를 총괄해서 맡는다. 수시로 확인해서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주고 구매, 수선 그리고 빨래까지 도맡아서 한다. 또한, 새 유니폼이 만들어지면 스폰서 패치를 제작해서 붙이기도 한다. 장비에 관한 모든 것을 관리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장비 매니저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에 입사한 후에 선수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양승준 단장님이 일본 대표팀 매니저 구리바야시를 소개해줘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워 나갔다. 배운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생각을 넓혀서 응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핀란드에서 캠프에 참석하면서 아시아인 최초로 가서 디렉터를 하기도 했다. 



장비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건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안되고 차분하면서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가짐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요구하는 것이 많다 보니 일을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 선수들이 경기를 뛸 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말을 구사하고 행동에 있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장비 매니저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을 때와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아시아리그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14:0으로 지고 그랬었는데 최근에 세계선수권대회 1부리그로 승격한 적이 있다. 그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의 아이스하키 역사를 다시 쓰게 되었다. 힘든 점이 있다면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팀 스케줄이 우선이다 보니 개인 스케줄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 주말 농사를 하며 힐링하고 온다. 



선수들마다 스케이트 날을 가는 게 어떻게 다른가? 

공격수들은 날 표면이 앞쪽으로 많이 휘게 하고 수비수는 뒤쪽을 낮게 한다. 쇼트트렉이나 스피드스케이팅은 날이 평면이고 표면 전체가 얼음판에 붙지만, 아이스하키나 피겨 스케이팅은 날 표면이 얼음판에 닿는 부분이 적다. (예를 들어서 28cm 스케이트를 신고 있다고 가정하면 얼음판에 닿는 부분은 9~10cm 정도밖에 안된다) 아이스하키는 날이 평면이 아니라 U자 형태로 홈이 파여 있는데 이것은 몸 싸움에서 지탱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선수들마다 홈 깊이를 다르게 하는데 힘이 좋다고 해서 깊이 파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홈을 깊게 파는 것을 선호했지만 선진 하키로 접어 들면서 얕게 파고 있으며 선수들마다 개인의 취향이 있다.



선수들 개개인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소통하는가?

같이 지낸 지 오래돼서 이제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이이다.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해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일부러 먼저 장난을 걸기도 하고 선수들도 장난을 받아 치기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가끔은 인터넷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면서 선수들과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간다. 



장비들을 포함해 많은 부품들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실수해서 아찔했던 순간은 없었는가? 

선수들 운동이 끝나야 그때부터 장비를 챙길 수 있는데 보통 밤 12시에 끝나서 새벽 5시에 (원정 경기를 뛰러) 나가야 해서 빠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각 팀 장비 매니저들과 친하게 지내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서로 도와가며 지냈다. 유니폼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각자 챙겼었는데 빠트리고 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서 지금은 유니폼이랑 여유분을 직접 챙겨 간다. 유니폼은 다른 팀에게 빌릴 수 없으니 한라그룹 응원단이 타고 오는 비행기에 실어 경기 당일에 받고 그랬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장비매니저 1호 천가이버’라는 타이틀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지금도 선수들이 ‘천가이버’라고 부르는데 어떤 물건이든 고장나도 다 고치기 때문에 붙여준 별명인 것 같다. (웃음) 스케이트가 부러져도 어떻게 해서라도 신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예전에 유니폼이 자루처럼 크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 잠을 자지 않고 가위질하고 바느질해서 새 것처럼 만들었었다. 23개의 유니폼을 다 만들어야 하다 보니 꿈쩍 않고 일주일 동안 날 새면서 만들었는데 그때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웃음) 뭐든 고칠 수 있다고 소문이 나서 부산이나 제주도에서도 전화 와서 고쳐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서비스로 해주기도 한다. 우리는 프로팀이니까 (웃음) 



오랜 시간 아이스하키와 함께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젊었을 때 이 일을 시작해서 20년 정도 됐는데 인생의 절반을 일에만 열중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금 남은 건 흰머리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그것이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하키나 장비 매니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아이스하키 관련해서는 한국에 팀이 더 생겨서 선수들이 많은 구단에 가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장비 매니저 관련해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직접 찾아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보고 어떻게 선수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찾아 나간다면 충분히 매니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단이 더 생기고 매니저들이 각 분야에서 파트별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선진 하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사진과 함께 선수들의 장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아보자.

날을 갈기 전에 연마 게이지를 이용해서 스케이트 날의 수평을 확인한다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스케이트 날과 신발을 연결해주는 못이 있는데 이것이 잘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못이 제대로 안 박혀 있거나 휘어 있으면 이 도구를 사용해서 교체해준다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스케이트 날의 휘어짐 정도를 보고 완벽히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원상태로 복귀시켜준다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밑에 보이는 발같이 생긴 철조물을 넣어 스케이트 신을 때 불편한 부분을 기계로 늘려 편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 출처=이수연 기자)

위에서 본 것처럼 스케이트 하나만 하더라도 많은 것들을 체크해야 하고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아이스하키를 하기 위해서는 스케이트 외에도 헬멧, 신가드, 장갑 등이 존재하는데 그런 것들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천가이버’라는 별명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잘 뛸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힘써주는 장비 매니저에 대해 알아봤는데 앞으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때도 이 점 참고하고 보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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