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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요금 안 내도 되니까 제발 그냥 지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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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사람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명 사회에 널린 퍼진 기술은 기본적인 안정성과 도태되지 않을 만큼의 편리함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고속도로가 정체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요금소 정산소 대기 시간이다. 이 부분은 해결한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는지 한국도로공사는 2000년에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2007년에 전국 영업소에 개통했다. 확실히 편해지긴 했지만 관련한 사고 소식이 꽤 가끔 들려온다.


크고 작은 사고들

하이패스 단말기가 미장착 자동차의 운전자는 굳이 하이패스 전용 차로로 진행하지 않으며 잘못 진입하는 것은 자주 있는 실수도 아니다. 요금소 진입 전 1~2km 전부터 하이패스와 현금결제 차로 안내가 표지판과 도로표지를 통해 되어 있고 멀찌감치 전방에 요금소가 보이면 어느 쪽을 진입해야 할지 확실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착각을 하거나 교통량이 많아서 차로 변경을 하지 못해 단말기 미장착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하면 어떻게 될까?


절대 진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있다. 2017년 12월 기준 5년 동안 하이패스 요금소와 관련한 사고는 212건에 이른다. 1년에 약 40건, 1달에 4~5건으로 계산하면 일주일에 한 건 정도니까 얼마 안 되는 사고 비율로 보인다. 2017년 기준 고속도로 하루 평균 교통량이 거의 4만8,000대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더욱. 하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하이패스 사고는 일어나면 안 되는 사고다. 국민이 편리하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남양주 톨게이트를 진입하던 차량이 측면을 받히는 사고가 있었다. 서로 서행 중이었던 덕분에, 운전자와 동승자석에 앉아있던 임신 28주된 아내는 거의 다치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 운전자의 아내는 순간적으로 사지가 마비되어 걷지 못했고 트라우마 때문에 한 동안 남편의 차를 타지 못했다고. 사고 가해차량은 게이트에 거의 다 진입해서야 진행 중이던 차로의 요금소 직원이 퇴근한 것을 알고 7개에 달하는 차로를 거의 가로로 횡단해 하이패스 진입로까지 침범했던 것.

비가 오는 흐린 날에 도로에 고정되어 있는 주황색 봉까지 침범해 하이패스 진입로로 들어오는 차량 때문에 일어났던 추돌 사고도 있었다. 피해 차량 운전자는 오른쪽에서 과감하게 들어오는 차를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었는데 왼쪽 차로 역시 하이패스 진입로였다. 그 시간에 마침맞게 들어오는 자동차가 서행하지 않았다면 꽤 심각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전주 톨게이트에서는 사망 사고가 있었다. 톨게이트를 통과한 자동차가 갓길에 정차를 했고 운전자가 뛰어나와 요금소 사잇길을 넘다가 대편에서 들어오는 버스에 치였다. 피해자 차량이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은 채로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자 요금미납으로 인해 경광등이 돌고 경고음이 울렸다. 피해 운전자는 영업소를 방문하라는 문구를 발견하고는 바로 요금을 내야겠다고 생각해 갓길에 차를 정차하고 요금정산을 하러 가던 도중에 사고를 당했다.


버스 운전자에게 전방 주시 태만의 죄를 물을 수도 있지만, 버스가 하이패스 진입로를 지나갈 때 전방보다는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조금은 있다. 작년 10월에 단독으로 보도됐던 기사에 따르면, 전국 톨게이트 하이패스 중 3분의 2가 도로 폭 규정에 어긋난다. 도로공사 규정 상 표준 하이패스 차로 폭은 3.5m이지만 규정을 위반한 도로는 일반도로 규정인 3~3.2m의 폭으로 만들어졌다. 준대형 세단인 닛산 알티마의 전폭이 1,851mm, 고속버스가 2,490~2,500mm다. 전주 톨게이트 사망사고를 담당한 경찰관의 인터뷰에서도 버스가 통행하기 쉽지 않은 하이패스 도로 폭의 문제점이 언급된다.


시스템을 갖추는 게 먼저다

경기대 범죄심리학 이수정 교수에 따르면, 하이패스 요금을 정산하지 않는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크게 울려서 모든 사람이 알게 하고 운전자도 놀라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실익이 없다고 말한다. 요금소마다 CCTV가 있어 계속 미납한 차량에 대해서는 차 번호판을 확인해 벌금을 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이패스를 요금 안 내고 통과했다고 해도 당황할 필요 없고 정차할 필요도 없고 목숨 걸고 차로를 횡단할 필요도 없다. 미지급 통행료는 도착지 요금소에 문의하거나 한국도로공사 콜센터로 문의해서 납부하면 된다. 휴게소에 있는 종합안내소/무인수납기에서도 정산할 수 있고,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에서 미납요금을 조회해서 납부해도 된다. 나중에 요금을 통지 받게 되면 차량의 위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가장 높은 요금이 책정되기도 한다.

운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교육받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 운전면허는 필요한 것을 충분히 교육해주지 않고, 여타 국가자격증처럼 단순히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서의 느낌이 강하다. 직업이나 기술과 관련된 자격증은 이론과 실무가 다르다면 각 현장에 맞게 적응하면서 실무 역량을 늘리면 되지만, 운전면허는 바로 목숨과 직결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무게감이 달라야 한다.


이론과 실제가 일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에서는 면허증 따기가 대학 입시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필기 시험은 1000문제 가까운 문제 은행 중 무작위로 출제돼 9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아야 하며 8시간의 응급처치교육도 필수다. 연습 주행은 기본 주행이 13번이고 특별 주행이 12번이다. 연수를 할 때마다 90분 정도의 시간이 드는데, 아카데미에서 수강생의 특별 주행 성적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연습 시간이 추가된다. 비용도 함께다.

운전면허 시험 때 하이패스 관련해서 운전자가 교육을 받는지를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서비스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없다'였다. 2007년에 전국 영업소에 개통하고 나서 12년이 흘렀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으며 버스에 치인 사망사고가 있었던 2017년 이후에도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도 문의했지만 같은 대답을 들었다. 한국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독일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서 필기 시험 수준이 더 강화되고 있다. 운전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교통 관련 이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다시 운전면허 시험을 어렵게 만든다고 'T자 코스'를 부활했다. T자 코스를 잘 통과한다고 해서 차로 변경 때 지시등을 켜고 고속도로 1차선에서 정속주행을 하지 않으며 하이패스 요금을 미납했을 때 갓길에 정차하지 않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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