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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가, 누가 자네에게 면허를 주었는가?

KCC오토그룹 작성일자2019.02.24. | 326,312  view

운전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이 도로는 한 방울 물방울에 와르르 흘러내릴 수 있을 만큼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라고. 특히, 정체가 극심한 교통 상황에서 누군가 영화에서 보듯, 운전자 하나가 갑자기 미쳐 버려서 이 차 저 차를 들이받는 듯한 광경이 스치듯 머릿속을 다녀갈 때가 있다. 그만큼 도로는 모든 운전자가 법을 지킬 때만이 평화가 찾아온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소셜 미디어를 만나 정보의 확산 속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지금, 블랙박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옛날 같으면 보기 어려웠을 사고 영상을 종종 접하게 된다.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운전면허를 쉽게 딸 수 있는 현행 제도에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에서 면허 따기

안 팔리는 자동차에 이유가 있듯이 '최고'라는 타이틀에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최초의 자동차는 칼 벤츠가 만든 삼륜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다. 특허받은 자동차라는 의미다.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메이커가 독일에 4개나 있다. 대부분 잘 알고 있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 일부 전문가는 독일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 느리더라도 철처하게 지키는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운전문화 선진국이기도 한 독일은 운전면허 취득이 어렵기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필기시험은 문제은행 939개 중에서 무작위로 출제되는데 이 중 오답이 3개 이상 나오거나 점수로 90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8시간의 응급처치교육을 이수해 수강증을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다. 법으로 정한 이론 교육 이수시간은 14회로 한 수업 당 9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실기 시험을 위한 주행 연습 시간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기능연습에 해당하는 기본주행이 13시간, 특별주행을 12시간 거쳐야 한다. 특히 특별주행은 학원 강사가 판단했을 때 수강생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연습시간이 추가된다. 비용도 더 든다. 보통 기본주행과 특별주행을 합해서 30시간 안에 실습을 다 끝내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쳐서 운전면허시험에 최종합격을 하더라도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임시면허증. 2년간은 정식면허증이 아니라 임시면허증으로 운전해야 한다. 임시면허증 소지자가 속도위반, 신호위반 등으로 단속에 걸리면 30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하고 2~4주 동안 매일 4시간 정도의 교통 교육을 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적발될 때는 임시면허 기간이 4년으로 연장된다. 독일의 평균 면허취득 비용은 약 190만원이다.

인간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하는 일이 있는 반면에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때가 있다. 공공과 관련된 것이 그렇다. 특히 자동차는 문명 사회에서 필수재에 가깝기 때문에 공공안전을 위해서 각 운전자가 질리도록 법규를 몸에 녹아들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임시면허를 가지고 있는 2년 동안 어떤 사항으로도 단속에 걸리지 않으려면, 운전자가 스스로 관련 법규를 더 공부하고 운전할 때도 법규를 어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운전습관이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자동차 강국이 되고 싶은, 한국의 면허

우리나라는 보통면허의 경우 학과 강의 3시간, 기능교육 4시간, 도로주행 6시간이다. 총 비용은 60만원 내외. 우리나라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어느 정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교육이 체계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면허를 따려는 사람은 도로에 나갔을 때 교통에 방해가 안 되는 안전한 운전을 위해 연습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시험에 통과하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음이 조급한 이유는 여유 있는 연습이 부족한 까닭이다.  


학원에서도 시간을 들여 수강생을 교육해주기 힘들다. 면허 취득을 위해 주행연습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해주는 학원이 정상인데, 이를 지금의 우리나라 문화에서 원하는 수강생이 얼마나 될까. '주입식 교육+시험 합격만을 위한 공부'는 우리나라가 낳은 끔찍한 수험 문화다.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수강생을 가르쳐야 하며 따로 기능 주행이란 개념 없이 바로 도로에 나가 다양한 환경에서의 운전을 경험하게 해주는 독일과 대비된다.

정식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자는 완성에 가까운 운전 실력을 갖춘 상태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운전면허를 갓 취득한 사람을 초보운전자라고 하며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안 주기 위해 혹은 배려를 받기 위해 당당하게 뒷유리에 초보운전이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독일 사람이 한국에 놀러왔을 때 이런 광경을 보고 "왜 저 운전자는 초보에요?"라고 묻는다면 어디서부터 말해줘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 종종 '김여사'라는 제목으로 기상천외한 운전을 하는 영상이 올라온다. 현장에 있던 다른 운전자는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운전자 때문에 위협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운전자를 향해 안 좋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발급 과정에 문제가 있는 탓이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면 안 된다.

source : 보배드림 '네가뭘안다고'
source : 유튜버 '블랙박스몽키'

칼 벤츠가 자동차를 만들었던 시절에는 자동차가 사치재였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필수재에 가깝다. 대중교통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한 일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매년 170~180만대의 자동차가 팔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만 대가 자동차가 도로를 달린다. 사고를 최소화해 누군가의 일상성을 깨뜨리지 않으려면 면허는 어렵게 따는 것이 맞다.

독일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도로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많고 표지판이 많아 이론 수업에도 공부할 것이 많았고 주행연습할 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독일 국민들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면서 법규를 제대로 숙지하는 까닭에 예측운전이 가능하며 다른 운전자와 필요 이상의 눈치싸움을 할 필요도 없다. 아우토반의 사고율이 낮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교통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법부터 똑바로 정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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