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 사구 후 사과, 모자를 벗어라?
지난 14일 잠실 구장에서 펼쳐진 LG-두산 주말 3연전 마지막날,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LG의 선발투수였던 배재준이 두산의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사구를 던지면서 발생한 신경전이었는데요.
배재준의 사구 후 사과하는 모습이 논란이 되며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많은 야구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일촉즉발' 배재준의 사사구에 팽팽해진 양팀 분위기 / 3회초
우선 배재준이 던진 속구가 실투가 되며 페르난데스의 팔꿈치 보호대 쪽에 맞는 사구가 되었습니다.
당시 경기 상황과, 점수 차, 그리고 슬로우 모션을 봐도 고의적으로 빈볼을 던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의적인 빈볼은 아니었지만, 맞은 부위가 부상 위험이 있는 민감한 부위였고 이에 페르난데스가 배재준을 상당히 긴 시간동안 응시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장면은 여기서 나옵니다.
배재준이 외야의 전광판을 가리키면서 뭐가 문제였냐는 투의 제스처를 취했고, 고의성 빈볼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필한 겁니다.
이에 두산 벤치의 베테랑들(오재원, 유희관 등)이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 TV 중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이후 배재준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페르난데스에게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구 직후 배재준이 보여준 불만 섞인 제스처가 불필요한 감정 대립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기 이후에도 이 장면으로 인해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발생했습니다.
배재준이 사구 후 탈모(脫帽)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같은 날 롯데 신인투수 서준원이 NC 양의지를 사구로 맞춘 후 모자를 벗고 소휘 ‘폴더인사’로 불리는 90도 인사를 통해 정중히 사과한 장면과도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성 욕설이 나오며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팬들 간에도 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자신도 놀란 사구에 양의지에게 사과하는 서준원 / 6회말
실제로 배재준이 사구 직후 불필요한 제스처를 취했고, 상대팀을 자극하는 잘못을 한 것은 맞습니다.
이내 자신의 잘못이라고 페르난데스에게 분명히 사과의 제스처를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의 행동은 비판받을 소지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자를 벗지 않았거나 폴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사과의 방식은 다양하고 그 취지는 동업자끼리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것이니까요. 가능한 정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겠지만 반드시 모자를 벗고 허리를 굽혀야 사과인 것은 아닙니다.
잘못에 대한 적정한 수준의 비판이 아닌 도를 넘어선 욕설이나 인신 공격은 팬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하게 되고 프로야구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게 됩니다.
앞으로는 그라운드의 선수는 물론이고 각 팀의 팬들도 서로를 존중하며 KBO리그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야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더 즐거워집니다!
글/구성: 이상평 에디터,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