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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알

FA 왕관을 쓰려는 자, 인고의 시간을 견뎌라

[MLB이야기] 야구로 꽃길? 메이저리거들의 치열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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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상 수상에도 유예된 대박?

2018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

흔히 메이저리그는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합니다.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야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은 거의 다 이곳에 모여 경쟁을 합니다. 최고들이 모인 집단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은 야구선수들의 열정을 절로 들끓게 합니다.


리틀리그부터, 또는 MLB 구단의 아카데미에서부터 경쟁은 시작되지만, 부와 명예를 얻으려면 승리만을 뒤쫓으며 오랜 인고의 시간을 버텨야합니다.


인지도는 신인 때도 얻을 수 있지만, 엄청난 부를 손에 넣으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버텨야 합니다.

헉!
그... 그렇게나 오래...?!
긴 마이너리그를 거쳐 정착한 클리블랜드 시절

추신수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성공적으로 흘러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진출 14년 만에 FA 자격을 얻었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발생한 화두로 인해 주목받는 두 선수가 있습니다. 블레이크 스넬과 알렉스 브레그먼입니다. 만 26살의 스넬과 만 24살의 브레그먼은 작년 메이저리그 특급스타 대열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점은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겁니다. 그러나 다음 부분을 모르는 사람이 알게 되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입니다.


스넬은 올시즌 $573,700의 연봉을, 브레그먼은 $599,000의 연봉을 수령합니다. 일반인(특히 화폐기준이 다른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많아보이지만, 둘은 아직 메이저리그 기준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는 연이어 올해의 연봉에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둘 모두 '이것이 비즈니스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찾아봐도 수 천만 달러 단위의 계약은 꽤 흔히 볼 수 있고 이젠 억 단위 넘어가는 계약도 해마다 나오는 메이저리그인데, 한쪽에서는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 선수들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찬찬히 한 번 살펴봅시다.

1. 마이너리그, 첫 번째 존버


학창시절에는 사실 야구를 통해 수입을 얻는 경우는 극히 적습니다. 이 시기에는 돈을 번다기보다는 '미래 드래프티로의 성장을 위한 비용'을 지원받는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입니다. 이 시기는 부모의 지원, 학교에서 받을 장학금, 용품사 등의 장비지원비용 정도가 주된 수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마이너리그에 몸을 던지면 오히려 암울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드래프트 후 큰 계약금을 받는다고 해서 금전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 계약금의 일정부분은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되는데다, 이제부터는 아껴써도 생활이 쪼들리는 마이너리그 구간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급여도 거의 없는 루키, 싱글A리그부터 시작해서 트리플A까지 올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 이상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에도 훨씬 못미치는 급여로 살아야 합니다. 트리플A 주전급으로 올라서야 6자리 단위 연봉으로 진입하는데, 이 돈을 가지고 버텨내야 합니다.

열일
마이너리그 졸업을 위해!

2. 서비스 타임 - 두 번째 존버


드디어 트리플A 레벨부터는 일반인(미국 기준)들에 비해 선수들의 연봉이 역전합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서면 그 트리플A에서 받았던 것보다 일반적으로 4~5배 더 높은 순수 급여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각종 부대혜택들을 감안하면 비교도 안되는 혜택을 받게 됩니다.


초반에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지만, 능력을 보인다면 어떤 식으로든 메이저리그에 정착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스넬과 브레그먼을 포함해 현역 메이저리거들은 능력을 인정받고 풀타임 메이저리그가 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거가 된다고 바로 그들이 논하고 야구팬들이 논하는 대박에 해당하는 돈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에도 선수들은 3년 정도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을 받게 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50만 달러를 약간 넘는 금액이 책정됐는데, 조금씩 오른 결과입니다.

수비연습 좀 더 하고 오너라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2015시즌 개막전에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구단은 그 이유로 수비부족을 들었다.

한편, 이 서비스타임과 관련하여 구단들은 최근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서비스타임은 183일 중 172일 이상 로스터에 있어야 1년이 지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를 악용해 처음 데뷔한 선수의 데뷔시점을 고의로 최소 2주 가령 늦춰 데뷔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6시즌의 서비스타임을 7년에 걸쳐 채우게 할 수 있습니다.


데뷔 후 신인왕을 수상한 크리스 브라이언트, 아쿠냐 등도 겪었고, 올해 역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SD),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 헤수스 루자르도(OAK) 등의 선수들이 구단의 의도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연봉조정기간 - 존버 vs 조기 대박


별다른 계약합의가 없고, 25인 로스터에 부상 등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는다면 풀타임시즌 3년(정확히는 서비스타임 3을 충족한 경우)을 보내면 연봉조정 자격을 얻습니다.


중도 콜업 선수라고 해도 슈퍼2 조항(2-3년차 선수들 중 그 시즌에 86일 이상 25인 로스터에 머물렀던 선수들 중 총 서비스타임이 전체의 22% 이내에 포함되는 경우 추가로 연봉조정자격 부여)에 따라 3시즌만(데뷔시즌 포함) 최저연봉을 받고 조정자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연봉조정 자격 4번 부여)


뛰어난 활약을 펼친 슈퍼스타라면, 이 시점부터 대박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108년 묵은 우승한을 푸는데 앞장섰던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첫 연봉조정부터 1085만 달러를 이끌어냈습니다.


작년 보스턴 우승을 이끈 베츠는 연봉조정 2년만에 2000만 달러를 수령하며, '류현진 천적' 아레나도는 조정 3년차에 무려 2600만 달러를 받습니다. 저 선수들이 FA로 나오면 대체 어디서부터 부를 지가 궁금해질 페이스입니다. (아레나도는 연장계약 합의)

빗속 좌절
아아... 부러운 인생

물론 이것은 극소수 사례에 불과합니다. 아레나도 역시 첫 조정에서는 500만 달러 밖에 받지 못했고, 양키스에서 주전 중견수로 뛰는 애런 힉스가 연봉조정 3년 동안 받은 금액은 1000만 달러 남짓에 불과합니다. 추신수 선수 역시 1억 3천만 달러 계약 직전의 마지막 연봉조정에서 737만 달러로 합의했습니다.


이 정도 액수면 대박이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FA에는 힉스나 추신수 사례의 연봉조정액과 비교도 안될 계약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 연장계약을 맺은 힉스는 그 3년 걸려 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내년 한 해 동안 지급받습니다. 추신수 역시 평균액수가 3년차 조정액에 비해 3배가 뛰어오른 계약을 맺었습니다.


살펴봤듯 시기의 차이가 다소 존재하긴 하지만, 스타 선수들은 연봉조정기간을 통해 대박의 에피타이저를 맛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대박 계약'을 노릴 차례입니다.

계약에 성공한 이번 겨울 최대어들

하퍼는 우승을 위해 접근한 필리스를, 마차도는 보장액이 더 컸던 파드리스를 택했습니다.

4. FA - 일생일대의 기회, 첫 FA 자격


보통 FA 자격을 얻어 꽤 긴 기간의 계약을 얻는다고 해도, 왠만해서는 20대 중후반에 자격을 얻으면 이후에도 한 번 정도는 FA를 얻을 기회가 나옵니다. 옵트아웃이 없이도 말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때 쯤이면, 선수생활은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고 첫 FA 때와 같은 대우를 받기 대단히 어렵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더욱 신중하게 움직이고 능력있는 에이전트를 통해 단 한 번의 기회에서 가치어필을 극대화하려 합니다.


불펜투수들의 경우는 장기의 계약을 맺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보직 특성 상 경기 피로도가 크고 롱런이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야수나 선발투수들은 건실하고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면, 대박을 내고 이 때까지의 15~20년을 달려온 보상을 제대로 받게 됩니다.

에이징커브, 최정점은 24-26세

4개의 집단이 존재하는 팬그래프발 에이징커브 자료. 정점은 24-26세 시즌 사이에 존재한다.

5. 오래 걸린 대박, 노쇠화, 그리고 비난


연장계약 같은 사건이 없는 것을 전제로, 미국 야구계에서 선수들이 성공하는 흐름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계약 후 첫 시즌은 20대 중후반입니다. 정말 빨리 나왔다는 마차도와 하퍼는 92년생 동갑내기로 26세 시즌이 FA 계약의 첫 시즌이 됩니다.


여러 에이징커브들을 살펴보면, 대략 25세-26세를 전후로 하향세가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올해 26살시즌인 마차도와 하퍼는 만으로 17살이던 2010년에 드래프트되었고 마이너리그 풀타임은 실질적으로 단 1년 밖에 치르지 않았습니다.


괴물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FA(논텐더) 계약은 결국 선수 기량이 정점보다 하락세에 있을 때 맺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대여섯개의 레벨이 있는 마이너리그를 그 속도로 주파하는 선수도 매우 드물고, 메이저 레벨에서 처음부터 등락없이 주전이 되는 선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FA 계약 이후 노쇠화에 의한 성적 감퇴 이슈는 대부분의 경우 피할 수가 없게 되고, 팬들은 돈값을 하라며 비난합니다.


드래프트된 유망주가 마이너리그 과정 없이 메이저리그 직행으로 시작해 풀타임으로 치뤄도 대졸(4학년) 선수는 만 27살에 FA를 취득합니다. 그 나이면 에이징커브 상 떨어지는 시기에 직면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스넬은 30세에, 브레그먼은 29살에 시장을 노립니다. 지금의 퍼포먼스보다 향상될 가능성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나이대로 가게 됩니다.

늦었다 늦었어
아... 서둘렀는데!

카브레라는 최근 인터뷰에서 "왜 사람들이 우리에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선수들이 처음 5년간 돈을 벌지 못할 때는 화내지 않았다." 라며, FA 선수들을 비난하는 팬들의 시선에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계약과 선수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살펴본다면, 분명 이해가 가는 발언입니다. 선수 생활에서 정점을 찍을 20대 중반의 나이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FA 자격은 커녕 연봉조정자격도 얻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특히 대학을 다 마치고 들어오면 마이너에서 조금만 시간을 보내도 저 시기를 확정적으로 최저연봉으로 보내야만 합니다.

FA 먹튀 비난에 뿔난 카브레라

카브레라는 최근 인터뷰에서 FA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태도에 볼멘소리를 했다.

최근 FA 시장의 한파로 선수들은 날이 서있는 상태입니다. 파업의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우리 팬들 역시 FA 선수들만 마냥 비난할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개중에는 이미 메이저리그에 오른 이상 충분히 돈 버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집단에서의 상대적인 수치들과, 요구되는 무언의 사회공헌활동과 행동양식 등의 요소 또한 감안해야할 것입니다. 서비스타임과 마이너리그 기간 역시 그렇습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FA를 향하여 가는 것은 험난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마이너리그에서 '수련'을 거치는 것은 미국 4대 스포츠들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입니다. 


유례없는 FA 한파가 계속되고, 선수들을 옥죄는 족쇄들과 구단의 꼼수 문제가 계속 불거진다면, 욱여넣었던 갈등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 노사협약은 아직도 두 시즌을 더 치뤄야 개정할 수 있습니다.


이 2년 동안 있을 선수-구단과의 긴장상태를 조심스레 주목해봐야할 것입니다.


글/구성: 정강민 에디터, 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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