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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History] 야구만화 같은 이야기, 2006 아시아라운드 3차전(vs. 일본)

조회수 2017. 2. 6.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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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WBC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나게 됐다.
대만과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기록한 2006 WBC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나게 됐다.

WBC 한국대표팀은 2월 19일부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합동훈련에 들어갔다. 후쿠오카의 명물 야후돔에는 한국팀과 함께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이끄는 일본대표팀도 훈련을 했다. 그러자 마침내 사달이 났다. 


일본의 주장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한국, 대만)가 앞으로 30년 동안 일본 야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완벽하게 이겨 주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치로 망언’이다. 이 말은 일본 언론에서는 크게 다뤄지지도 않았다. 일본 언론이나 국민들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만난 선동열 코치(좌)와 이치로(우)>

일본은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 최강으로 공인받기 위한 출정을 하는데 한국이나 대만은 미국, 도미니카 등 강팀들을 상대하기에 앞서 만나는 ‘스파링 파트너’일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치로 이전에도 와다 가즈히로(세이부 라이온즈)나 미야모토 신야(야쿠르트 스왈로스) 등이 “아시아지역 예선인 1라운드에서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살살 하자”는 등 한국과 대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치로의 발언에 대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분기충천했고, 한국의 여론은 들끓었다. 결과적으로 이치로는 한국 대표선수들에게 “일본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자”라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해줬고, 한국민의 관심을 WBC로 끌어들이게 해 한국 야구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일전은 시작됐다.

3차전은 WBC 아시아라운드에서 최고의 빅카드인 한일 대결. 한국은 수비 위주로 나섰다. 공이 빠른 김선우를 선발로 냈고, 일본의 기동력을 저지하기 위해 ‘앉아쏴’ 조인성에게 선발 마스크를 맡겼다. 일본 선발은 지바 롯데의 잠수함 와타나베 슌스케. 김선우는 100% 제 구위를 발휘하지 못했다.

<일본전 선봉으로 나선 김선우>

일본은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로 1회 선취점을 냈고, 2회 가와사키의 우월 솔로포로 점수차를 벌렸다. 한국은 3회초 2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만루의 찬스를 맞았지만 이승엽이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한국은 5회 추격을 개시했다. 안타와 몸에 맞는 공에 이어 정석대로 김종국이 번트를 대 1사 2, 3루. 이병규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 붙었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이승엽에게 기대를 걸었으나 바뀐 투수 좌완 후지타 소이치(지바 롯데)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3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승엽은 방망이에 날을 세우고 있었다. 8회 1사 1루에서 만난 상대투수는 2005시즌 센트럴리그 구원 2위인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야쿠르트). 이승엽은 3B-1S에서 이시이의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겼다. 추정 비거리 120m의 역전 결승홈런. 한국은 일본을 3-2로 꺾고 지난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의 첫 드림팀 맞대결 패전을 설욕했다. 또 이 승리로 이치로의 30년 망언을 통렬하게 되갚았다.

<역전 투런홈런을 기록하며, ‘8회의 기적’을 만든 이승엽>

일본은 역시 ‘일본파’들이 잡았다. 이승엽에 이어 마운드에서는 퍼시픽리그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4년간 뛴 구대성이 승리투수가 됐다. 구대성은 7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해 탈삼진 2개를 곁들여 2이닝을 퍼펙트로 봉쇄했다. 날카로운 코너워크로 일본 타선을 농락했다. 박찬호는 9회 나가 공 7개만으로 일본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두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의 최대 강점인 마운드는 선발 김선우가 공 60개에 7안타를 맞고 물러난 이후 등판한 좌완 봉중근-우완 배영수- 좌완 구대성-우완 박찬호가 지그재그 로테이션을 가져가며 봉중근이 볼넷 2개, 배영수가 몸에 맞는 공 1개만 내줬을 뿐 20타자에게 단 1안타도 내주지 않은 ‘철옹성’을 쌓았다.

<지금도 생생한 박찬호의 어퍼컷 세리머니>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또 ‘초 프로급’ 수비를 선보였다. 한국은 0-2로 뒤진 4회말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고, 2번 니시오카가 봉중근에게 우익수 왼쪽으로 날아가는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다. 누가봐도 최소 2루타가 돼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일 타구였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따라잡은 이진영은 역모션으로 몸을 날렸고, 한바퀴 구르면서 글러브를 뻗어 공을 낚아챘다.

<2006 WBC를 통해 ‘국민 우익수’로 불리기 시작한 이진영(맨 좌측)>

이치로의 망언에 멋진 역전승으로 답한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의 맹주’가 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조 1위로 진출했다. 그 때 당시 한국 대표팀은 같은 대회에서 일본을 두 번 더 만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3연승으로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 국가대표팀>
* 자료출처 : 2007 KBO 연감, 한국스포츠사진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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