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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브레이크를 밟는다?

조회수 2020. 9. 9.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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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브레이크가 뽑힐 겁니다. 멈춰야 할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멈추게 하는 제동장치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좌우합니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게 사실 자동차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브레이크는 가장 손쉽게 조작하면서도 원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데요. 도로를 달리다 발로 페달을 살짝 밟기만 해도 속도가 줄고 자동차는 멈추게 됩니다.

출처: pixabay
무겁고 빠른 비행기는 어떤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어떻게 제동할까?

하지만 하늘을 날다 착륙하는 비행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일단 몸체나 무게가 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고 무겁습니다. 게다가 도로 위에서 평면 운동을 하던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는 활주로에 착지하기 전까지 3차원 운동을 합니다. 대부분 활주로는 제동거리를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지만, 그래도 브레이크만 밟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멈춰 세우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와 기능이 필요할까요?

시속 250km 무게 300톤의

항공기를 멈추려면

시속 100km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몇 km 앞에 휴게소가 나타나면 자동차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기 전에 일단 액셀 페달에서 발을 뗍니다. 속도를 서서히 줄이는 거죠. 이때는 엔진의 기계적인 작동에 의해 감속하는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를 멈추게 됩니다.

출처: pixabay
항공기는 활주로에 착륙해 정지할 때까지 복잡한 제동장치가 작동한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칩니다. 공항에 가까워지면 엔진의 추력을 최소화해서 속도를 줄인 다음 활주로로 진입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대형 여객기의 무게는 300톤 안팎에 달합니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에어버스 A380의 경우 최대 이륙 중량이 무려 600톤에 육박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는 비행이 가능한 최소한의 속도로 줄인 상태에서 활주로에 착지해야 하는데요. 착지한 후에도 시속 250km 안팎의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달리게 됩니다.

항공기의 착륙 거리는 기종, 크기, 중량, 착륙 각도, 활주로 노면 상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다르지만, 국제공항은 보통 3~4km 길이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시속 수백 km의 속도로 달리는 수백 톤 무게의 비행기를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브레이크 외에도 여러 제동장치를 작동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휴게소에 멈춰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거죠.

출처: wikipedia
역추력장치(Thrust Reverser)는 제트엔진의 일부 추력방향을 역전시켜서 브레이크 작용을 돕는다. 추력을 발생시키는 공기의 흐름을 후미가 아니라 주황색 부분으로 배출시키게 된다.

엔진추력을 이용해 속도를 늦추는



역추력장치


우선 자동차와 다른 항공기의 중요한 제동장치로는 역추력장치(Thrust Reverser)가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제트엔진의 추력을 역전시켜서 브레이크 작용을 돕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엔진의 방향을 돌려서 추력 방향과 거꾸로 추력을 내는 것은 아니고요. 뒤쪽으로 내뿜는 분사 가스의 방향을 일부 바꾸는 원리입니다. 평소 제트엔진 후미 쪽으로 분사되는 배기가스를 역추력장치 작동 시에는 배기가스 분사 각도가 항공기 진행방향으로 가능하면 많이 바뀌도록 해서 항공기 진행을 방해하는 거죠.

프로펠러기의 경우 착륙 시 활주 거리를 감소시키기 위해 프로펠러의 피치를 반대로 해 후진 방향으로 추력을 내는 역(逆)피치로 제동 효과를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제트기는 제트엔진의 추진 가스 흐름의 방향을 바꾸고 엔진 추력을 높여서 항공기 속도를 줄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할 때 엔진 부위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추력방향을 바꾼 상태에서 급격하게 추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역추력장치를 작동하면 건조한 활주로에서는 착륙 거리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요. 활주로가 비나 눈, 얼음 등으로 미끄러지기 쉬운 상태에서는 브레이크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욱더 좋게 됩니다. 또 활주로에 착륙할 때만이 아니라 일부 기종은 공중에서 역추력장치를 작동시켜 속도를 줄이는 스피드 브레이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공기저항으로

‘에어 브레이크’ 역할 하는 스포일러

출처: wikipedia
날개에서 위로 들려 세워져 있는 부분이 스포일러(사진 왼쪽). 스포츠카 후미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다음은 스포일러(Spoiler)입니다. 영화나 소설의 줄거리를 미리 공개한다는 의미의 스포일러가 아니고요. 비행기가 착륙해서 멈출 때 사용하는 중요한 제동 및 조종장치 중 하나입니다. 비행기로 여행을 자주 하는 분이나 창가 쪽에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날개 부위를 자세히 본 분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장치인데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날개에서 갑자기 툭 튀어 올라오는 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스포일러입니다. 이 스포일러가 튀어나와 그 부분의 공기저항을 증가시켜 제동을 거는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오른쪽 날개의 스포일러가 들리면 이곳의 공기흐름을 방해해서 공기저항이 생기고 양력이 감소하면서 오른쪽으로 선회하게 되고 반대로 좌측이 들리면 좌로 선회를 하게 됩니다. 또 고도를 내릴 때 보조 역할도 수행하는데요. 고도를 급히 낮추고자 할 때 기수를 급격히 내리면 속도가 증가하게 되어 착륙하기 위한 속도 범위를 넘어서게 되는데, 속도를 줄이면서 고도를 내리고자 할 때 양쪽 스포일러를 속도 감속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라는 장치는 자동차에도 있습니다. 차 뒷부분에 날개처럼 부착하는 옵션 부품인데요. 특히 빠른 속도와 급전환을 자주 하는 스포츠카에는 대부분 장착되어 있습니다. 공기 흐름을 이용해 차체 뒷부분을 살짝 눌러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차의 속도가 올라가면 차체는 떠오르는 성질이 있어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해집니다. 가속도가 붙지 않고 운전도 불안정해지죠. 이를 막기 위해서 뒷부분을 밑으로 누르는 작용을 하는 부착물이 필요한데 이것이 자동차의 스포일러입니다. 후미에 부착되어 있어 리어 스포일러라고도 합니다.

자동차처럼 바퀴를 직접 제동하는

휠브레이크

끝으로 자동차 브레이크처럼 직접 항공기 타이어에 제동을 가하는 휠브레이크입니다. 비행기는 공중을 비행하지만, 만약 바퀴가 없거나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이착륙이 불가능합니다. 착륙할 때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착륙을 시도하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비행기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바퀴가 필요합니다. 또 비행기 타이어는 이착륙할 때마다 활주로에 충돌하면서 기체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항공기 제동을 위해 역추진장치와 스포일러 등이 사용되지만, 항공기 역시 최후의 정지는 휠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됩니다. 역추진장치와 스포일러가 공기 마찰을 이용해 항공기의 속도를 줄인다면, 휠브레이크는 타이어와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항공기의 안정적인 제동력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ABS(Anti-Lock brake system)라고 불리는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입니다. 브레이크는 제동 시 바퀴 회전을 감소시켜주는데요. 이때 브레이크를 잡는 힘이 너무 크면 바퀴 회전이 완전히 멈추는 ‘타이어 잠김(Lock)’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을 방지해 조향력과 제동력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가 ABS입니다.

출처: pixabay
항공기 역시 최종 정지는 휠브레이크로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을 이용한다.

쇠줄로 걸고,

낙하산 펴서 항공기를 멈추기도

크고 무거우면서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항공기를 멈추기 위해 이처럼 역추력장치, 스포일러, 휠 브레이크 등이 적용되는데요. 이와 함께 특수한 상태에서는 별도의 항공기 제동장치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항공모함 착륙 시 사용하는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가 대표적입니다. 항공모함은 지상과 달리 활주로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는데요.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함재기 후미에는 고리가 장착되어 있고요. 이 고리를 항공모함에 가로질러 설치된 쇠줄에 걸면 마치 낚아채듯 항공기가 멈추게 됩니다. 만약 쇠줄에 고리가 걸리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이륙했다가 재착륙을 시도합니다.

출처: pixabay
활주로가 짧은 항공모함에서는 어레스팅 와이어를 이용해 낚아채는 방식으로 비행기를 멈추게 한다.

항공기 제동에 낙하산이 동원되기도 하는데요. 드래그 슈트(Drag Chute), 브레이크 슈트(Brake Parachute)로 불리는 이 제동 낙하산은 고속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지상에 착륙한 직후에 동체의 꼬리에서 사출되어 퍼지면서 항공기의 저항을 급증시켜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데요. 항공모함 착륙 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어레스팅 와이어처럼 주로 군용기에서 사용됩니다.

출처: wikipedia
전투기는 제동 낙하산으로 공기저항을 급증시켜 속도를 줄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비행기도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자동차처럼 바퀴의 마찰력을 이용한 브레이크, 여기에 공기의 저항과 마찰력을 이용한 브레이크까지. 이처럼 몇 겹의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기에 그렇게 크고 빠른 비행기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퀴 부위에서 쿵 소리가 나고, 날개에서 덜커덕 소리가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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