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체는 어떤 재료로 만들까?

조회수 2020. 8. 15. 1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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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초과됐습니다. 짐을 줄이든지 비용을 더 내셔야 합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분은 공항에서 한두 번 이런 일을 경험했을 텐데요. 솔직히 비싼 항공료 내고 타는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무게는 연료 소모와 직결되니까요. 우주여행 시대가 오면 무게 제한은 더 엄격해지겠지요?

항공기뿐 아니라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는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1981년 발사된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표면 도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니(이렇게 해서 450kg의 무게를 줄였다고 합니다) 무게와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 지 알 수 있겠죠? 과장된 연출이긴 하지만,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 박사는 화성 이륙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각종 부품과 장치를 뜯어내기도 했으니까요.

출처: 위키백과
1981년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 발사 장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페인트를 덧칠하지 않았고, 이 방법으로 450kg의 무게를 줄였다.

하지만 무게만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가벼우면서도 강해야 합니다. 대기권 밖을 벗어나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 비행체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온과 초저온, 고압의 극한 환경을 견뎌야 하니까요. 우주 도전의 역사는 이런 첨단 소재를 찾고 개발하는 ‘재료의 도전사’이기도 했습니다.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소재가 필요한

우주 비행체

우주 비행체에 쓰이는 재료는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까요?

항공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거나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날고, 우주 로켓이 공기저항과 중력을 뚫고 우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가벼워야 합니다. 또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우주비행체에 사용하는 재료는 가벼운 동시에 고온에서 높은 강도를 유지해야 하죠. 특히 우주 로켓을 이루는 구조체를 가볍게 만들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비행체를 더 멀리 더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켓은 일반적으로 극초음속으로 비행합니다. 용도에 따라서는 대기권 바깥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비행체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축적된 첨단 로켓 기술을 이용해 대기권 밖으로 나가고 다시 들어오는 우주 왕복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왕복선의 속도는 마하25. 뉴욕과 도쿄를 2시간에 비행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이러한 속도뿐 아니라 우주 로켓은 다양한 극한 환경에 노출됩니다. 고속 비행으로 로켓의 표면 온도는 수백 도까지 상승하고요.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로켓 기체의 일부분은 2,000℃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또 로켓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고체나 액체 추진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추진제가 연소할 때 온도는 최대 3,500℃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

우주 비행체의 재료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능 향상을 위해 무게를 감소시키면서도 로켓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입니다. 극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경량성과 강도는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소재 공급의 용이성, 가공성 등도 우주 비행체 재료의 필수 요소입니다.

출처: 위키백과
티타늄(Ti). 가볍고 단단하며 거의 부식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티타늄 합금이 우주 비행체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금속에서 합금으로, 복합재료로 진화

그렇다면 어떤 소재가 사용될까요? 우주 비행체에 사용되는 재료에 앞서 간단하게 소재의 종류와 역사를 살펴볼까요?

흔히 소재는 금속재료와 비금속 재료로 나뉩니다. 비금속 재료는 다시 고분자물질(플라스틱계)과 세라믹스(무기질계)로 구분되고요. 인류는 오랫동안 무조건 강하고 튼튼한 소재를 찾고 연구했습니다. 인류 역사는 더 강하고 튼튼한 소재를 찾아 발전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아마도 처음에는 나무나 동물의 뼈가 가장 튼튼한 소재였을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석기를 사용했고 이후 돌처럼 강하면서도 가공하기 쉬운 청동기가 등장하면서 소재의 역사는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이후 철이 발견되면서 그야말로 ‘소재의 왕’으로 등극합니다. 재질이 강한 데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은 다른 소재가 넘볼 수 없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켓 개발 초기 기체용 구조재료는 주로 금속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앞서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료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모든 면이 우수한 소재는 세상에 없습니다. 금속 역시 강하지만 무겁다는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플라스틱보다 가볍지만, 철보다 강한 소재를 찾는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래서 합금을 주로 씁니다.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 합금, 니켈 합금 등이죠. 최근에는 이러한 금속-비금속, 고분자 물질-세라믹스의 장점만 취한 복합재료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성질을 얼마나 배합하느냐에 따라 재료의 성질과 용도가 다양합니다.

한국형발사체 연소시험 장면. 뜨거운 불꽃과 직접 닿는 연소기 내부는 열전달이 빠르고, 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구리 합금(크롬동)이 사용된다.

구리, 알루미늄, 티타늄, 니켈 등

합금 주로 사용

우주 비행체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금속재료는 합금입니다. 여러 종류의 금속을 짝지어 원하는 물성(物性)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알루미늄 합금은 비중이 2.7g/㎤으로, 같은 부피의 주철보다 무게는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더 가볍게’ 측면만 본다면 알루미늄 합금이 단연 압도적입니다. 20세기 초부터 사용하면서 이미 충분히 특성이 검증되었고, 계속 성능이 업그레이드되어 기체 구조용 재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재료입니다. 대신 가격은 주철보다 3배나 비쌉니다.

대표적인 알루미늄 합금으로는 Al-Cu(알루미늄-구리)계, Al-Zn-Mg(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계 합금이 있으며 최근에는 Al-Li(알루미늄-리튬)계 합금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알루미늄 합금은 항공기나 우주 비행체는 물론 고가의 스포츠카에도 사용됩니다. 1ℓ로 37km를 주행하는 알루미늄 합금의 스포츠카가 한때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요.

어떤 성분을 어느 정도 섞느냐에 알루미늄 합금의 종류는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두랄루민이라는 알루미늄 합금은 구리 4%, 마그네슘 0.5%를 섞어 만든 것이고요. 이 두 성분을 1.5%의 비율로 같이 섞으면 초두랄루민이 됩니다.

‘더 가볍고 튼튼하게’의 측면으로 보면 티타늄 합금을 따라갈 소재가 많지 않습니다. 부식에 강하고, 비강도(재료의 강도를 비중량으로 나눈 값으로, 가벼우면서 튼튼한 재료의 척도를 나타내는 값)가 우수합니다. 특히 알루미늄 합금보다 고온(300℃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티타늄 합금은 강도가 높고 용접이 가능해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부위에 주로 사용됩니다.

또 바나듐(V)이나 몰리브덴(Mo)을 첨가해 열처리가 쉽고, 강도가 세며, 더 고온에서 사용이 가능한 티타늄 합금도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알루미늄 합금과 티타늄 합금이 견딜 수 없는 온도에는 니켈 합금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주왕복선 주 엔진 무게의 6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재료인데요. 고온 산화와 부식에 대한 내식성, 넓은 사용온도 범위 등으로 고온을 필요로 하는 부위에 많이 쓰입니다.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합금에 비해 무겁지만 1,000℃ 이상의 고온에도 견딜 수 있어 초합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투기의 경우 전체 무게의 절반이 엔진인데, 엔진의 50% 정도가 초내열 합금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밖에도 내식성이 좋은 스테인리스 스틸도 많이 사용됐으며, 지금도 비강도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사용되는 금속 재료입니다. 최근에는 티타늄 합금으로 많이 대체되고 있지만, 수소 취성(금속 조직 내에 수소를 포함하면 연성을 잃는 현상)에 대한 저항력이 크고, 강도가 높으면서 열팽창계수가 작은 내열강이나 석출강화 스테인리스 스틸 등이 기능성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구리 합금은 열전도성과 내식성이 좋고 가공하기 쉬운 장점을 갖고 있어 연소챔버 등 빠른 열전달을 요구하는 부위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한국형발사체엔 어떤 금속이

한국형발사체에도 다양한 금속이 사용됩니다. 산화제와 연료가 만나 뜨거운 불꽃을 만들어내는 연소기에는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 구리-크롬 합금 등을 사용합니다. 산화제와 연료가 흘러들어오는 연소기의 헤드 부분은 극저온에도 잘 깨지지 않는, 충격에 강한 스테인리스 계열의 금속이 사용됩니다. 3,500도에 달하는 화염에 닿는 부분에는 빠른 냉각을 위해 열전달이 잘 되는 구리 합금을 사용합니다. 구리를 단독으로 사용하기엔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여기에 크롬을 섞어 사용하지요.

일반적으로 합금을 만드는 과정은 주조-단조-열처리로 이루어집니다. 금속을 목표로 하는 조성비대로 녹여내는 주조, 녹여낸 금속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대장장이가 망치로 내려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인 단조, 합금이 원하는 특성을 갖도록 하기 위한 열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한국형발사체에 사용되는 합금은 고온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내열 코팅(열차폐 코팅)도 해야 합니다.

발사체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진제 탱크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알루미늄 합금이 사용됩니다.

탄소 복합재료,

세라믹 재료 점차 확대

최근에는 금속재료보다 비강도가 높고 200~300℃ 정도의 고온에도 결함이 적은 재료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바로 복합재료인데요. 복합재료는 고강도, 고탄성률의 섬유 강화재에 고분자/수지/금속/세라믹을 혼합해 새로운 물성을 갖는 재료입니다.

로켓의 추진제 저장탱크의 경우 현재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많이 제작되지만, 향후 고분자 복합재료로 제작,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우주왕복선이나 우주 로켓에 사용되는 재료는 1,2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세라믹 복합재료와 탄소 복합재료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1,800℃ 이상의 고온이 요구되는 우주 로켓이나 우주왕복선의 머리 부분, 날개의 앞부분, 인공위성과 우주 정거장의 구조물 등에는 탄소 복합재료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철의 7배에 가까운 비강도와 20배에 가까운 비탄성률(단단함의 정도를 나타내는 값)을 갖고 있으며, 열과 충격에도 강하고 화학 성분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는 등 만능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항공, 우주 분야뿐 아니라 스포츠, 레저용품 등 일상에서도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가 되었지요.

출처: NASA/JPL-Caltech
NASA가 우주용으로 개발 중인 금속 섬유

우주 개발은 우수한 재료 개발의 역사

우주 환경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최근 NASA 제트추진 연구소가 개발 중인 우주에서 사용될 금속 섬유, 이른바 ‘우주 섬유’가 공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 금속 섬유는 금속으로 제작됐지만 접을 수 있고 여러 모양으로 쉽게 변형할 수 있어 우주선 보호제나 우주복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주에서 사용될 이 금속 섬유는 반사, 열 관리, 접힘, 인장 강도 등의 네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한쪽 면은 빛을 반사하지만, 다른 면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를 잘 이용하면 열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인장 강도가 높아 잡아당겨도 끊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명을 발달시켰습니다. 불을 사용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개발했고, 알루미늄과 티타늄, 니켈 합금, 나아가 탄소 복합재료까지 만들면서 우주로의 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소재의 발전이 없었다면, 우주 도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일부 과학자들의 진단은 과장이 아닌 셈이죠. 동시에 우주 비행체는 최첨단 소재를 총망라한 ‘신소재의 집합장’이기도 합니다.

더 가볍고 튼튼한 소재가 개발된다면 인류는 더 먼 우주로의 여행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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