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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큼은 알리고 싶지 않다는 래퍼 009

“음악은 유명해졌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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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얼굴을 알리려는 시대, 오히려 얼굴만큼은 알리고 싶지 않다는 래퍼가 있다. 2017년,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믹스테잎 '회색단지'로 래퍼들과 리스너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009다. 사람들의 관심이 한창 뜨겁던 당시에도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던 그가 2019년 11월 싱글 '정릉'을 시작으로 다시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에 음원을 공개하며 활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여전히 그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지금,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더 많은 곡을 쏟아낼 것인지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공연 외에 얼굴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촬영도 마찬가지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음악은 유명해졌으면 하는데, 얼굴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럼 패션에 더 신경을 쓰나요?


남들 앞에 설 때에는 얼굴을 가리려고 모자를 자주 쓰는 반면, 평상시에는 모자 쓰는 것을 안 좋아해요. 모자 외에는 아직 옷에 큰 관심이 없는데, 요즘은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하기도 해요.

소속사나 크루 없이 혼자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힘들진 않아요?


크루는 크게 상관 없는데, 회사가 없는 건 힘든 것 같아요. 혼자서 일 처리를 다 해야 하니까요. 처음이라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첫 오피셜 싱글을 낼 때 특히 느꼈어요. 그냥 음악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던 거죠. 그렇다고 제가 다 혼자 한 건 아니에요. 그때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음악 외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기회에 한번 다 언급하고 싶네요. 달팽이, 저스디스 형, 비와이 님, 북극곰, 포도, 태정이, 원희, 유빈이. 모두 너무 감사해요.


2017년 '회색단지'가 나온 지 벌써 3년이 됐어요. 당시 ‘샤라웃’도 많고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때 회사에 합류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요.


우선, ‘샤라웃’해준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당시 꽤 많은 회사에서 컨택이 왔었죠. 조건이 안 맞는 곳도 있었고, 유명 뮤지션들이 제 음악이 좋다고 하니까 저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없이 대충 사인 하자고 찔러 보는 무례한 사람들도 있었죠. 또 조건도 좋고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도 있었는데, 계약 직전에 영문도 모르고 흐지부지 된 경우도 있었어요.


보통 회사에서 연락오면 직접 멀리 찾아가야 하고, 악수하고, 억지로 웃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결과가 자꾸 어그러졌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은 혼자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회사에게는 만나고 싶으면 제 작업실로 직접 와달라고 할 정도였죠. 일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굉장히 지쳤었어요.

그것과 관계없이 음악에 대한 반응은 좋았는데, 한동안 활동이 뜸했어요. 흔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하는데, 잠잠했던 이유는 뭐예요?


저랑 맞는 물에만 노를 저은 것 같아요. 들어오는 공연은 대부분 했었어요. 하지만 라디오 출연이나 인터뷰는 사전 조사를 저한테 부탁하더라고요. 가뜩이나 할 말도 많지 않은데 저한테 하는 질문을 제가 따로 만들어야 하니까 선뜻 응할 수 없더라고요. 피처링은 저도 했어야 됐다고 봐요. 어쨌든 유명한 뮤지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 사람들이 주목하니까요. 근데 그땐 그런 게 괜히 아니꼬와서 안 했던 것 같아요. 또 여러 목소리로 만든 노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몰랐고요. 하지만 지금은 프로듀서를 위한 피처링은 좋으면 다 하고 있어요. 가깝다고 느끼는 친구들의 곡도 마찬가지고요. 또 앞으로 상황이 맞으면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작년 11월 첫 오피셜 싱글 '정릉'을 낸 후 사운드클라우드에도 새로운 곡들을 공개하고 있어요. '정릉'이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인 걸까요?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정릉'을 발매한 즈음부터 활동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싱글 발매 후 앨범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는데, 앨범 계획은요?


2019년에 직접 다 프로듀싱해 만든 앨범이 있긴 해요. 그런데 아직 더 손을 봐야 될 것 같아서 잠깐 손을 놓고 있어요. 그러는 사이에 만난 프로듀서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랑 지금 작업을 하면서 곡을 꽤 많이 모으고 있어요. 진행 속도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아마 다음 공식 발매는 그 친구와 함께한 앨범이 될 것 같아요.


2019년에 피처링이 없는 믹스테잎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건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거죠?


만취한 상태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하면서 한 얘기 같은데, 가벼운 취지로 만든 믹스테잎이 있긴 해요. 작년에 내고 싶었는데 못 냈어요. 이유는 믹스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이 믹스테잎에 정이 떨어져서 작년에는 못 내게 됐어요.

가장 최근 발표한 ‘냅둬’에는 ‘20180511’이라는 부가 설명이 있어요. 2년 전 노래라는 뜻이겠죠? 뒤늦게 발표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앞서 언급한 믹스테잎이 2018년에 만든 건데, ‘냅둬’가 그 믹스테잎 수록곡 중 하나예요. 최근에 낸 노래는 전부 2018년에 만든 거예요. 당시 믹스테잎을 만들 때, 억지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든 터라 신경을 제대로 못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묵혀 놨었어요. 반면 작년에는 앨범 작업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잊고 지낸 2018년도의 작업물이 그제서야 생각났어요. 그래서 작년 후반부터 한 곡씩 공개하고 있어요. 저 곡 되게 많아요. 빨리 다 풀고 싶어요.


가사에서는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져요. 


일부러 시선을 날카롭게 두는 건 아니고, 느낀 것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편이에요. 싱글로 낸 '정릉'을 예로 들자면, 정릉은 제가 꽤 오래 살던 곳이에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지만요. 곡을 들어보면 상황 묘사가 많은데, 정말 보이는 그대로 가사에 녹였어요. 교복 입은 애들이 번화가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다가 경찰에게 뺏기고 그걸 또 경찰이 피운다거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 ‘각기’ 털다가 크게 넘어졌는데 지나가는 대학생들이 그걸 보고 비웃는다거나, 학생이 자기 덩치만한 가방을 메고 등산하듯 등교를 한다거나, 웬 아저씨가 술 취해서 버스에서 난동을 피운다거나. 보이는 그대로를 쓰고, 거기서 제가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올해 계획은 어떻게 돼요?


2월 안에는 2018년에 만든 노래들을 다 공개할 생각이고, 이후로도 순차적으로 계속 뭔가가 나올 거예요. 올해 계획은 좋은 앨범들을 내는 거고 그걸로 돈도 잘 버는 겁니다.

Editor Soobin Kim

Photographer Seunghoon Jeong / HYPEBEAST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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