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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 이동하는 세계

미래처럼 느껴졌던 수소 사회로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탄소화를 위한 움직임과 친환경 수소에너지 사용으로 얻게 될 여러가지 가치에 대해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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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경제 체계를 의미하는 ‘수소 경제’는 1970년 등장 이후 꾸준히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이상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손꼽혀왔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수소혁명으로 수소는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The Hydrogen Economy, 2017). 수소 경제라는 개념이 나온 지 50여 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수소 경제에 얼마나 근접했을까?


수소 경제로 이동하는 세계

과거 수소 경제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수소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이었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의미가 점차 구체화되어 왔다. 지금의 수소 경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에너지 공급과 수요 전체 영역에서 수소와 전기를 주요한 에너지 유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 체계를 의미한다. 친환경적인 면모는 물론, 지리적 이점을 가진 일부 국가들 중심의 탄소 경제 에너지 공급 사슬에서 벗어나 기술력이 있다면 누구나 수소를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평등의 경제 체계를 구축했다는 것이 수소 경제의 장점이다.

수소 경제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생산, 운송 및 저장, 활용 등 수소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기술적, 산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Hydrogen scaling up, 2017)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수소 수요는 연간 78EJ(석유로 환산 시 약 132억 6,000만 배럴)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수소가 지금은 주로 산업용 원료로써 활용되고 있지만, 수소 활용 분야의 기술 발전과 함께 수소 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수소전기차 분야가 수소 수요 확대를 이끌고, 이후 연료전지가 다양한 분야에 보급돼 수소 소비가 점차 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 경제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들

수소는 지역적 편중이 없는, 풍부하고 보편적 에너지이지만 물이나 유기화합물 형태로 존재한다. 즉, 수소 활용을 위해서는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대한 기술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수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수소 경제 실현에 도달하는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과제와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민관 파트너십인 H2USA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2050년까지 약 27%의 친환경차(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한 11개 주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0’인 차량의 의무 판매 비율을 점차 높이는 ‘ZEV(Zero Emission Vehicle) credit’ 제도를 시행하며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보급에 가장 전향적인 캘리포니아 주는 주의회에 수소전기차 보급 촉진 관련법을 통과시켜 자금투자 계획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독일 역시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합작해 ‘H2 Mobility Industry Initiative’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8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 H2 Mobility는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에서 수소충전소 건설비용의 2/3를 지원받아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투자액 규모는 약 3.5억 유로 수준이며, 대도시에는 10개소 이상, 대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는 최소 90km당 1개의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세부적인 목표도 수립했다.


또한, 2030년까지 발전량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정책과 수소 경제를 융합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의 잉여전력을 수전해 방식을 통해 수소로 변환해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 체계인 수소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립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소 경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2014년 4월에 발표한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수소 경제가 기반이 되는 수소 사회 실현을 국가적인 아젠다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일본이 밝힌 수소기본전략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대 보급, 수소버스 1,200대 보급, 수소충전소 900개소 구축,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 대 보급, 수소 발전단가 17엔/kWh 달성 등 분야별로 세부적인 목표를 수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호주 갈탄 등 해외 미이용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한 수소를 조달해 자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 수소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15년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수소전기차 개발 및 보급을 국가 핵심 사업으로 선정했다. 오는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은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다른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지만, 수소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원활한 보급을 위해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수소 경제 구축을 위해 공들이는 부분 중 하나는 수소버스 개발 및 보급이다. 중국은 캐나다 발라드사와 기술합작을 통해 연간 5,000대 규모의 수소버스용 연료전지 공장을 구축했고, 현재 약 13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수소버스를 비롯한 수소전기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

세계 주요국들이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해 전방위적 투자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동형 수소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높은 산업 성숙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현대차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18년 항속거리 611km(미국 인증 기준)의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해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소충전소 부족 등의 이유로 보급률은 높지 않아 시장 성숙도는 산업 성숙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고정형 수소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미국과 함께 상위 4개국에 속한다. 특히 시장 성숙도 측면에서 상위 국가인데 이는 대규모 상업용 연료전지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상업용 고정형 연료전지 제조업체 두 곳이 우리나라 기업이다(가정용 고정형 연료전지 제조업의 경우 일본과 독일이 주도하고 있다).


* 이동형 애플리케이션 - 수소전기차, 수소 기차, 수소 선박 등 이동 수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 고정형 애플리케이션 - 발전소(상업용), 가정(난방용) 등 고정된 장소에서 설치하는 연료전지

우리나라는 수소전기차, 상업용 연료전지 기술 등 수소 활용 분야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수소 경제의 선두 그룹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 경제 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가 지난 1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강점이 있는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기술을 양대 축으로 관련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운송, 발전 분야에서 수소 소비를 가속화하고, 수소 대량 생산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수소 공급망을 구축해 수소를 국내 에너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취약점으로 평가받는 수소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수소 경제가 활성화된 수소 사회의 모습은?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수소 사회에 진입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경 세계는 수소 경제 활성화로 인해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하며, 연간 2.5조의 시장가치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3,000만 개를 창출하게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소 생산, 저장 및 운송 등 인프라 산업 시장이 새로 생겨나고,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열차, 선박, 드론, 건설기계 등 모든 운송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소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도 새로운 시장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 경제의 활성화는 막대한 경제 효과와 함께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친환경적인 가치까지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 경제 진입과 함께 탄소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2050년에는 CO2 배출량이 연간 60억 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환경 오염이 줄어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50년 전 처음 등장한 개념인 수소 경제. 현재 수소 경제는 생산부터 활용까지 많은 분야에서 기술적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수소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소가 인류가 직면한 각종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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