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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타봤더니, 뛰어난 디자인에 가려진 성능과 편의장치

기아자동차 3세대 K5는 디자인만 강렬한 차가 아니다. 달리고 서고 도는 기본기가 뛰어난 것은 물론, 각종 장치 구성도 훌륭하다. 제품력으로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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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디자인에 파격을 던졌던 K5가 처음 나온 지 벌써 10년이 다 됐다. 1세대 K5는 지금도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나이든 티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만큼 초기 디자인이 시대를 앞섰다는 증거다.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신선함을 더했던 2세대 K5도 마찬가지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세월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K5가 입증한 셈이다.

디자인 이야기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K5는 오랫동안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세단 본연의 가치도 충실하게 갖췄음을 보여줬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디자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능, 경제성, 편의성, 안전성, 잔존가치 등 여러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본다면, K5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곧 차 자체가 갖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모델들보다는 뛰어난 부분도 많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3세대 K5은 이전 세대 모델들의 강점이었던 디자인은 어떻게 바꿀 것이며, 나머지 영역의 경쟁력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했을까? 3세대 K5를 만나기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3세대 K5의 디자인은 아주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한다. 변화보다는 진화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속도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화려한 표현으로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개성이 뚜렷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점만큼은 인정할 것이다.


무엇보다 날렵한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하나로 이어진 헤드램프와 그릴은 입체적인 형태와 그래픽으로 역동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한 차례 크게 꺾인 뒤 뻗어나가는 주간주행등으로 강렬함을 더했다. 가장 큰 특징은 얼굴에 크롬 장식이 없다는 것이다. 화려한 장식 없이 형태 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옆모습은 세련된 패스트백 형태다. 앞뒤 모습에 비하면 훨씬 간결하지만, 선보다는 면의 변화로 박력을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뒷바퀴 위쪽은 뒷바퀴 굴림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가 떠오를 만큼 탄력 있게 표현했고, 도어 앞 유리에서 시작해 지붕 가장자리를 따라 매끈하게 휘어져 뒤 유리 아래를 휘감는 크롬 선은 ‘백미’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돋보인다.

뒷모습은 앞모습 이상으로 화려하다. 차체 뒤쪽을 가로지른 테일램프는 강약을 긴장감 있게 조절한 붓글씨를 연상케 한다. 클러스터 안을 점으로 수놓은 램프는 기아 세단의 새로운 특징적 디자인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범퍼 아래쪽은 여러 디자인 요소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동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충실하다.

강렬한 겉모습과 비교하면 실내 분위기는 무척 차분하다. 차의 안팎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디자인은 비단 K5만의 특징은 아니다. 외장은 밖에서 차를 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지만, 실내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이동하는 내내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실내외 디자인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차이를 두는 차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K5의 실내외 디자인에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탄탄한 선과 면이 단을 이루며 가지런히 놓인 모습은 마치 공들여 쌓아 만든 성처럼 알차고 탄탄한 느낌을 준다. 일부 플라스틱 소재를 빼면 내장재 재질감은 전반적으로 뛰어나고, 각 소재들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무드 조명과 우드그레인, 금속 느낌 장식의 구성과 배열은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실내 구성과 편의성은 윗급 모델에서 먼저 선보인 여러 기술을 가져온 것은 물론, 동급 차들에서 볼 수 없던 기능도 더해 탄탄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디지털화된 일상이 자연스럽게 연장되도록 배려한 기능들이 젊은 세대에게 환영 받을 듯하다.


실내 주요 장비 조절 기능의 인터페이스는 터치식과 다이얼식, 버튼식 등이 섞여 있지만, 용도와 기능에 따라 알맞게 배치해 직관적으로 쓸 수 있다. 다이얼식 기어 셀렉터도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변화다. 이미 전자식 변속기를 적용하고 있는데 굳이 기계적 조절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좌석이 주는 느낌은 앉는 부분의 높이와 크기, 몸을 감싸는 곡면 형태 등 여러 면에서 스포티함과 안락함 사이에 있다. 그런 느낌은 앞좌석과 뒷좌석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소 낮은 지붕선에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달려 있지만, 표준 체형인 성인이 앉기에는 앞뒤 모두 편안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예상보다 더 여유롭다.


앞뒤 좌석 USB 포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앞좌석 3단 열선 및 통풍 기능, 뒷좌석 2단 열선, 동승석 릴랙션 시트 등 실용적인 편의 장비도 두루 잘 갖춰 놓았다. 운전자 관점에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풀 LCD 계기판에 표시되는 후측방 모니터 화면,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차와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이 무척 유용하다. 특히 주변 날씨에 따라 배경 그래픽을 바꾸는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홈 화면은 감각적 디자인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이제 경쟁력을 판가름할 기준이 될 중요한 요소인 달리기를 살펴볼 차례다. 신형 K5는 3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3세대 플랫폼을 쓴 첫 차는 아니지만 조금 더 나중에 나온 모델로서, 그리고 기아라는 브랜드의 색깔을 담은 모델로서 달리기에 어떤 개성을 녹여냈을 지 궁금했다.


승차감은 탄력이 넘친다. 스포티한 차의 탄탄함과 편안한 차의 너그러움 중 아주 살짝 탄탄함 쪽으로 더 기운 느낌이다. K5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는 점이 바로 이런 느낌이다. 충격은 거칠지 않을 만큼 나긋하게 잘 걸러내면서 노면 변화를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고, 속도를 높여도 꾸준하게 안정감을 지켜 나간다. 알맞게 억제한 위아래 움직임은 차분한 스티어링 감각에도 도움을 준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이 불필요하게 스티어링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운전자를 안심하게 만든다. 요소는 강렬하지만 형태는 간결한, 역동성과 진지함이 고루 담겨 있는 겉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전반적으로 듬직한 움직임 덕분에 차를 다루기가 좋다.


시승차는 효율과 편안한 주행 감각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스트림 G2.0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간 2.0 가솔린 모델이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알맞은 힘을 내는데, 하체가 주는 탄탄한 느낌이 엔진과 변속기가 만들어내는 가속감에 생기를 더한다. 또한 변속기를 섬세하게 조율해 변속 때 거슬릴 수 있는 감각적 특성을 상당 부분 다듬었다.


K5 중에서는 기본이 되는 모델이지만 기본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물론, 한층 더 출력이 높은 엔진을 얹더라도 주행 감각과 안정성에 불만은 없을 듯하다. 참고로 어른 두 명이 탄 상태에서 184.4km 구간을 시승하며 트립 컴퓨터로 측정한 연비는 13.3km/l로, 공인 복합연비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도 잘 억제했다. 엔진 회전수가 높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엔진 소리는 적정 수준 이상 커지지 않고, 소리의 색깔도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다. 타이어에서 비롯되는 노면 소음을 비롯해 허리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유리 주변에서 생기는 소음도 전반적으로 잘 누그러뜨려 속도를 웬만큼 높인 상태에서도 탑승자들이 대화를 나눌 때 굳이 목소리를 키우지 않아도 된다.


높아진 정숙성 덕분에 소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고속 주행에서도 인공지능 음성인식이 정확하다. 3세대 K5에는 인공지능 카카오i를 통해 차의 여러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담겨 있다. 시승 중 카카오 i에게 조금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 봤다. “1박2일 출연진을 알려줘” 잠시 뜸을 들인 뒤, 스피커에서는 이런 답이 들려왔다. “KBS 2TV에서 방송되는 1박2일 시즌4 출연자는…” 일부 수입차에서 제공되는 차량 전용 음성인식 시스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정답’을 내놨다.


내친 김에 “광진구 냉면 맛집을 알려줘”라고 말하니 검색된 냉면집 목록을 표시하며 고르라고 한다. 동급 최초로 적용되었다는 음성인식 제어 기능도 고루 시험해 봤는데, “조수석 창문 열어줘”라거나 “운전석 열선 켜줘” 같은 명령에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음성으로 여러 기능을 쓸 수 있으면 운전 중 시선을 돌리거나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되므로 안전 운전에도 도움을 준다.

폭넓게 적용된 드라이브와이즈(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ADAS) 기능도 듬직하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유지 보조, 차로이탈 방지 보조 기능 등을 모두 함께 작동하면 운전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곡선 구간에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기능의 자연스러운 작동은 동급 경쟁 모델은 물론 윗급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각종 경고 기능과 방지 기능도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필요할 때에만 적절하게 개입한다.


3세대 K5의 강렬하고 화려한 디자인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다. K5는 동급 중형 세단 가운데 가장 알찬 차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차들에서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잘 채워 넣었다. 무엇보다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기가 뛰어나고, 거기에 사람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장은 늘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 때문에 머지 않아 경쟁자들은 또 다른 무기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K5의 경쟁력은 최고의 자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1세대 K5가 디자인으로 기아 중형 세단의 역사를 바꿨다면, 3세대 K5는 제품력으로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1996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전문 글쟁이.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전문 필자 및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북>(공역), < F1 디자인 사이언스 >를 번역했으며 그의 글을 묶은 매거진 총서로 <알기 쉬운 자동차 용어풀이>, <발가벗긴 자동차>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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