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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이십 대 초반, 기아차 콩코드와 함께하다

기아자동차의 첫 중형 세단인 콩코드를 타는 스물 두 살 청년이 있다. 대체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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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때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다. 열정과 용기만 있으면 된다. 빛나는 시기를 어떻게 채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이 찬란한 때의 시작을 기아자동차의 첫 중형 세단인 콩코드와 함께 하는 청년이 있다. 주인공은 올해 스물 두 살인 김경래 씨다. 그에게 콩코드는 어린시절의 상상과 기대가 담긴 소중한 차다.


콩코드는 기아차에게도 뜻 깊은 모델이다. 정부 규제로 승합 및 화물차 시장에만 묶여있던 기아차가 승용차 시장에 복귀하며 선보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 성능으로 기아차의 명성을 높인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는 잔존 개체가 워낙 적은 탓에 목격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올드카 마니아 사이에선 ‘귀한 차’ 대접을 받고있다. 하지만 김경래 씨는 이렇게 희귀한 콩코드를 일상용으로 탄다. 본인의 나이보다 더 오래된 차를 타는 이유가 대체 뭘까?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80년대 감성이 좋다는 김경래 씨. 요즘은 음악도 80년대 가요를 듣는다

그는 올해 초 병역의무를 다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학교에 돌아가기보다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좋아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자동차였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약 1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불현듯 차가 떠올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차를 좋아했거든요. 좋아하는 차나 직접 만지고, 실컷 타보자 했죠.”

김경래 씨는 운 좋게 실내가 온전한 콩코드를 구했다고 말한다

그가 차를 좋아하게 된 데는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이 컸다. 기억이 형성될 시기부터 아버지와 삼촌의 대화를 들으며 자연스레 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버지와 삼촌이 본인 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주행감부터 좋은 점과 나쁜 점 등 차에 대한 생생한 후기를 들을 수 있었죠. 옆에서 저는 두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이런 경험과 시간이 쌓이면서 저절로 차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아버지와 삼촌이었다면, 올드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만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린 시절 이웃 아파트 주차장을 돌아다니면서 자동차를 구경하는 게 취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매일 봐오던 차들과는 다른 생김새의 차 한 대를 마주쳤다.

콩코드의 특징 중 하나인 디지털 계기판. 엔진 회전수를 막대 그래프로 표시한다

“동네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차를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휠 모양이 특이한 쏘나타2 한 대가 지나가더라고요. 휠에 현대자동차 엠블럼이 붙어있는 걸 보고 무작정 쫓아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수출용 모델이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주차장에서 어딘가 다른 차를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점점 오래된 차가 눈에 들어오게 됐어요.”


올드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는 고등학교 진학 후였다. 지금은 철도기관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한때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다. 날렵한 라인의 고성능차부터 대중차까지 여러 브랜드의 수많은 모델을 따라 그렸다. 하지만 가장 신나게 그렸던 건 올드카였다. 그가 진정으로 올드카의 매력에 빠져든 순간이었다.

황금빛 로고가 새겨진 커버가 특징인 콩코드의 출고용 휠

여러 올드카 중에 콩코드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호기심 때문이다. 그는 온 동네에서 많은 차를 봤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도 콩코드만은 접할 수 없었다. “콩코드에 대해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차를 직접 본 적이 없으니 인터넷 정보를 조합해 이미지화 했죠. 차를 다룬 한 웹툰에 콩코드가 굉장히 멋지게 묘사돼 있더라고요. 레이싱도 참가하고, 고속도로의 제왕이라는 별명도 얻고요. 상상 속의 차에 가까웠는데, 차 구매를 고려하던 시기에 매물이 나왔어요. 모아뒀던 돈을 갖고 한달음에 달려가 사왔죠.”


실제 만나본 콩코드는 그의 기대 이상이었다. “디자인과 주행 성능이 정말 만족스러워요. 구매 전부터 당시 경쟁 모델보다 슬림한 전면부와 약간 서 있는 A필러가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 차를 보니까 정말 예쁘더라고요. 움직임이 경쾌하고 주행 질감도 탄탄해요. 물론, 올드카라는 점을 감안해서요. 고속도로 연비도 좋아요. 리터당 13~14km를 기대했는데, 16~17km 정도 나와요.”

김경래 씨의 차는 1990년 형 콩코드 DGT다. 은은한 금빛 외장 컬러가 매력적이다

평소 차 관리는 직접 하는 편이다. 가능한 선까지 스스로 부딪혀보며 데이터를 확보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학생인 저에게는 아주 비싼 재산이에요. 그래도 이왕 해보기로 한 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보고 있어요. 망가뜨리면서 배워보자는 생각이 커요. 결국 저에게 지식과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동호회나 올드카 타는 지인을 통해 항상 여유 부품을 알아보고, 있으면 바로 구매를 하죠.”


점검과 관련된 조언을 구하는 멘토도 있다. 그보다 오랜 기간 콩코드를 운행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은 이들이다. 그는 콩코드를 처음 갖고 온 이후부터 꾸준히 차계부를 작성해오고 있다. 주행 거리 및 주유량, 소모품 교체 등의 정보는 기본이다. 오래된 차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증상과 발생 상황 및 환경 등을 기록한다.

콩코드에는 시대를 이끈 디자인과 철학이 담겨있다

콩코드와 함께 하는 일상 중 가장 값진 시간은 야간 드라이빙이다. 그는 모두가 잠든 밤 콩코드와 드라이빙을 즐긴다. “차가 없을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집에서 거리가 먼 공원을 찾아가 산책하며 사색하는 거를 즐겼어요. 하지만 그때는 차가 없어서 매번 마지막 교통편을 타고 돌아왔죠. 온전히 저에게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콩코드가 있잖아요. 콩코드를 새벽에 끌고 나가 여기저기 달리다 보면 고민과 여러 감정들이 정리가 돼요.”


콩코드를 타며 그의 삶에 생긴 변화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올드카를 향한 부모님의 시선이다. 부모님은 그의 올드카를 탐탁치 않아 했다. 스물을 갓 넘긴, 아직 학생인 아들이 너무나 큰 돈을 차에, 그것도 오래된 차에 들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는 콩코드와의 외출 한 번으로 달라졌다.

김경래 씨는 올드카라도 자주 사용해야 더 오랫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콩코드를 타고 교외로 부모님과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굉장히 싫어하셨지만, 저의 부탁에 결국 차에 오르셨죠. 식당에 도착하자 주차요원 아저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차를 반겨주셨어요. 어떤 분은 차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고요. 그런 분위기가 나름 신선하고 좋으셨나봐요. 여전히 콩코드를 반기시지는 않지만, 그날 이후로 더이상 반대도 하지 않으세요.”


콩코드와 함께여서 일상이 충만하다는 김경래 씨. 그에겐 콩코드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 하나 더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제주도의 비자림로 같은 곧게 뻗은 숲길을 달리고 싶어요. 물론 차는 콩코드여야 하고요.”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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