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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르부르크링, 모터스포츠의 성지를 직접 달리다

모든 사람의 꿈이 전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자동차 마니아라면 버킷리스트에 하나쯤 공통되는 항목이 있을 것이다. 바로 뉘르부르크링을 달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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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우토반 도로를 타고 서쪽을 향해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평탄한 고지대가 나온다. 그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넓은 숲과 고원을 따라 길게 뻗은 자동차 서킷이 나타난다. 1927년 개장한 뒤로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뉘르부르크링이다. 이곳은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세계적인 서킷인 동시에, 일반인도 사용료만 내면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는 약 20km의 일방통행 유료 도로 노르트슐라이페가 있는 곳이다. 


뉘르부르크링은 모터스포츠의 오랜 전통이 깃들어 있음은 물론,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동적인 코스 덕분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평생에 한 번은 꼭 달려봐야 할 성지로 불린다. 그래서 레이싱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운전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짜릿한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 위해 뉘르부르크링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방문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20km가 넘는 서킷을 처음 방문해 마음먹은 대로 달리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고 방문해야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수 있다. 



▶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주행 영상 보러가기


수많은 드라이버의 목숨을 앗아간 녹색 지옥,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초기에 이뤄진 아이펠 레이스의 경기 모습. 그때는 지금보다 위험한 상황이 더 많았다

뉘르부르크링은 북쪽 코스를 뜻하는 20.8km의 노르트슐라이페와 5.1km의 남쪽 그랑프리 서킷으로 나뉜다. 노르트슐라이페를 이루는 아이펠 산의 도로는 본래 독일 자동차 협회가 주관하는 아이펠 레이스가 이뤄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길이 험난한 탓에 각종 사고가 속출했고, 이에 1925년부터 도로 정비 공사를 시작해 1927년 뉘르부르크링이 처음 만들어졌다. 


초기 뉘르부르크링은 22.8km의 노르트슐라이페와 7.7km의 남쪽 코스인 쥐트슐라이페로 이뤄졌다. 완공된 뒤로 다양한 모터스포츠 대회가 뉘르부르크링에서 개최됐지만, 여전히 코스 난이도가 높아 각종 사고가 속출했다. 1951년 뉘르부르크링에서 F1이 처음 개최된 뒤에도 안전을 위해 코스가 조금씩 변경됐으나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숲속 도로가 주를 이루는 뉘르부르크링의 지형적 특색을 따라 녹색 지옥을 뜻하는 '그린 헬(Green Hell)'이란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1976년에는 F1의 전설적 드라이버 니키 라우다가 주행 중 대형 화재 사고를 당해 F1 드라이버들이 뉘르부르크링을 보이콧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1984년 지금의 모습을 갖춘 남쪽 그랑프리 서킷이 열린 뒤에야 F1과 DTM(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을 비롯한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가 뉘르부르크링에서 다시 개최됐다. 뉘르부르크링의 아픈 역사다. 



뉘르부르크링, 자동차 제조사의 테스트 무대로

현대·기아차는 2013년에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를 지은 뒤 여러 신차를 시험하고 있다. 고성능 N 역시 이곳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드라이버들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는 여전히 험난한 코스다. 20.8km를 달리는 동안 73개의 가파른 코너(좌 코너 33개, 우 코너 40개)를 만나게 되고, 가장 높은 지역(해발고도 627.7m)과 낮은 지역(해발고도 320m)의 차이도 극심하다. 심지어 대부분 코너가 끝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인 탓에 주행 환경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런 극한 환경은 오히려 자동차의 성능을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되기에 적절했다.


BMW와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 등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여러 관련 업체가 뉘르부르크링에 테스트센터를 가지고 있다. 뉘르부르크링이 각종 신차의 주행 성능과 내구성 등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2013년에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를 건설한 뒤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의 고성능 라인업인 N 모델들 역시 뉘르부르크링에서 가혹한 성장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N 브랜드는 마주치는 모든 코너를 자신 있게 대할 수 있는 고성능차, 운전자에게 가슴 뛰는 경험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짜릿한 핸들링 성능을 시험하기에 뉘르부르크링만큼 알맞은 곳도 없다.


자동차 마니아의 버킷리스트,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다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려볼 기회가 생겼다. i30 N으로 달리고 싶었지만, 연이 닿지 않았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뉘르부르크링을 달려보는 것만큼 가슴 뛰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마침내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코스를 달려볼 기회가 생겼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급하게 렌터카부터 알아봐야 했다. 자신의 차로 서킷을 달려볼 수도 있지만, 그건 유럽 현지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뉘르부르크링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대개 서킷 전용 렌터카를 빌린다. 물론 일반 렌터카로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리려는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뉘르부르크링에 상주하는 카파라치나 렌터카 관계자에게 적발될 경우 렌터카 업체가 꽤 높은 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곳의 뉘르부르크링 서킷 렌터카 업체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RSR 뉘르부르크(RSRNurburg), 렌트4링(Rent4Ring), 렌트 레이스카(Rent Race Car) 세 곳이다. 업체마다 렌터카 차종과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나, 대부분 서킷 레이싱에 맞게 튜닝한 차들이다. 그중에는 포르쉐나 페라리, BMW M처럼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도 있고, 나처럼 뉘르부르크링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소형차도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뉘르부르크링에 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기왕이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i30 N 모델을 타보고 싶었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용 렌터카를 취급하는 N-렌트닷컴의 사무실

i30 N을 보유한 업체는 두 군데였다. 유명한 RSR 뉘르부르크,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N-렌트닷컴(N-rent.com)이라는 곳이다. 하지만 아뿔싸. 하필 내가 방문하는 날 두 업체 모두 i30 N 예약이 끝났다는 답변을 받았다. 뉘르부르크링 방문 일정이 평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RSR 뉘르부르크는 이미 모든 렌터카의 예약이 끝나 있었다. 뉘르부르크링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했다. 


결국 N-렌트닷컴에서 다른 차를 빌리기로 예약하고 며칠이 지난 뒤 현지 렌터카 업체에 방문했다. 노르트슐라이페 입구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한적한 아데나우 마을에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예약금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현장에서 지불했다. 차종에 따라 1랩당 요금도 천차만별이고, 유류비와 노르트슐라이페 입장권 포함 여부에 따라 가격이 또 달라진다. 무엇보다 렌터카로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리려면 '서킷 주행 보증금'이 필요하다. 혹여 모를 사고에 대비해 차량 수리비, 서킷 시설 수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보증금은 업체와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1,000유로에서 많게는 1만 유로를 넘게 결제한 뒤 아무런 사고 없이 복귀할 경우 환불해주는 식이다. 이런 정보를 모르고 무작정 렌터카 업체를 찾았다간, 신용카드 한도 때문에 렌터카를 못 빌리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데블스 디너 테라스에서 바라본 노르트슐라이페 입구 주차장의 전경. 쉽게 보기 힘든 차들이 도열해 있다

노르트슐라이페에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렌터카 업체 직원을 뒤로하고 노르트슐라이페 입구로 향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라고 들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다소 한산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킷이 열리는 오후 5시 15분이 가까워지자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해졌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형형색색의 차들이 한데 모였다. 스포츠카가 가장 많고 제법 오래된 클래식카도 곳곳에 보인다. 차를 타러 온 사람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데블스 디너'라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서킷에 진입하는 차를 보러 온 사람도 꽤 많다. 노르트슐라이페의 후끈한 열기와 인기를 실감했다. 


노르트슐라이페 진입 직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듯 입장권을 단말기에 찍고 입장한다

비로소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그동안 각종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입구 단말기에 입장권을 찍고 노르트슐라이페로 들어갔다. 이곳을 거쳐 간 지인들의 조언과 렌터카 업체 직원의 말대로 안전 운전, 무사 귀환을 다짐하며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서킷 주행 경험이 많은 이들이나 레이싱 드라이버들은 서킷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선 모든 코스를 숙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코너의 경사와 기울기, 노면 특성, 적절한 제동 및 가속 시점 등 서킷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꼼꼼히 파악한 뒤에 비로소 제대로 도전할 수 있다고 말이다. 20km가 넘는 노르트슐라이페의 경우 100랩 이상 달려봐야 서킷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직접 달려 보니, 그 말에 100% 공감할 수 있었다.

뉘르부르크링 소개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코스 지도. 뉘르부르크링의 전체 코스를 알 수 있다

노르트슐라이페는 거의 1km 구간마다 이름이 붙어 있다. 해당 구간의 지명 또는 역사에서 따왔거나, 카라치올라 카루셀 또는 스테판 벨로프처럼 해당 구간에서 활약한 레이싱 드라이버의 이름에서 따온 것도 있다. 모든 구간마다 노면의 경사와 좌우 기울기, 특성이 다르고, 연석을 밟으며 코스를 공략해도 되는 곳과 연석이 너무 높아 밟으면 안 되는 곳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코스를 모르면 다음 코너가 어떤 모양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블라인드 코너가 연달아 튀어나온다. 


이처럼 많은 요소를 이해하며 달리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르트슐라이페를 거듭해 달리면서 코스의 모든 특성을 숙지하고, 실제로 운전할 때는 본능적으로 빠르게 대응해야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노르트슐라이페의 수많은 코너를 하나둘 공략할수록 벅찬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노르트슐라이페 시승 영상이나 자료는 숱하게 봤다. 하지만 실제로 달리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그래서 처음엔 관광하듯이 안전하고 느긋하게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차가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면 오른쪽 차선으로 냉큼 비켜줬다. 그저 천천히 달리면서 흐르는 코스와 풍경을 감상하기만 해도 장관이었다. 


하지만 나를 빠르게 추월해가는 차를 볼수록 마음속 불씨가 타올랐다. 자동차 마니아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까지 와서 마냥 여유롭게 달릴 수는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너와 길게 뻗은 구간을 지나며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코너를 하나둘 공략할수록 가슴이 벅차오르고, 꿈에만 그리던 곳을 달리고 있다는 실감이 들 무렵 1랩이 끝났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과 허탈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평일 오후 5시 15분부터 7시 30분까지 2시간으로 제한된 투어 주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4~6랩 정도를 타볼 수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노르트슐라이페로 들어갔다. 2랩부터는 페이스를 좀 더 끌어 올렸다. 대부분 코너가 여전히 생소하지만, 첫 번째 랩보다는 나았다. 코너를 돌아 나가고 랩을 거듭할수록 머릿속에 있던 노르트슐라이페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떠올랐다. 차의 성능에도 익숙해져서 이제 좀 달려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어느새 4랩이 끝나고 노르트슐라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된 것이다.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몰려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에는 반드시 노르트슐라이페를 제대로 달려보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니, 한국에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인 현장을 달리며 수많은 코너를 돌아 나갈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명성과 분위기에 압도당한 나머지 좀 더 즐겁게 달리지 못했다는 자책 역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뉘르부르크링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즐겁게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글. 이세환


뉘르부르크링을 수놓은 현대 i30 N

현대차 독일 법인은 N 오너들을 대상으로 뉘르부르크링에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뉘르부르크링 서킷 전용 렌터카로 i30 N을 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독일에 살고 있는 N 모델의 오너라면 뉘르부르크링을 달려볼 좋은 기회가 있다. 바로 현대차 독일 법인에서 진행하는 드라이빙 아카데미에 참가하는 것이다. 현대차 독일 법인은 작년 5월에 개최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발맞춰 독일 i30 N 동호회 회원들 대상으로 뉘르부르크링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처음 진행한 바 있다. 


N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블루 컬러가 뉘르부르크링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그 뒤로 뉘르부르크링은 i30 N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위 사진은 올해 4월 27일부터 이틀간 뉘르부르크링에서 진행한 2019 현대 N 트랙데이 행사로, 이때는 노르트슐라이페가 아니라 뉘르부르크링 남쪽의 그랑프리 서킷에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나 벨로스터 N 동호회의 트랙 데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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