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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가변 밸브 듀레이션 제어 기술, 연구원에게 묻다

자동차 엔진 133년 역사에 없던 새로운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이 현대·기아차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을 만든 주역들에게 개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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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VD 기술을 만든 주역들. 윗줄 왼쪽부터 박건혁 책임연구원(이하 책임), 유인상 책임, 박동헌 책임, 손유상 글로벌R&D마스터, 아랫줄 왼쪽부터 하경표 연구위원, 김백식 책임, 이승재 책임

자동차 엔진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변 밸브 기술이다. 밸브가 열리는 시점과 열리는 양을 적절히 제어해 공기(혹은 공기·연료의 혼합가스)가 실린더 내부로 보다 잘 유입되도록, 동시에 배출가스는 잘 배출되게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한계가 있다. 바로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듀레이션)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밸브를 빨리 열면 빨리 닫히고, 늦게 열면 늦게 닫힐 수밖에 없다. 밸브를 빨리 열어도 늦게 닫히게 하는 등, 밸브가 열리고 닫히기까지의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밸브의 열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하려는 시도는 133년의 엔진 개발 역사에서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신뢰성 있는 기술 구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3월,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 이름은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로 명명했다. 이 기술은 개발 이후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에 적용돼 2년의 테스트 및 신뢰성 검증을 거쳤고,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새로운 쏘나타 트림의 심장으로 처음 들어간다. 


개발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브랜드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CVVD의 아이디어를 내놓게 됐을까. 가변 밸브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꼽히는 CVVD 기술을 구현한 연구원들을 직접 만나봤다. 

CVVD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해 개발을 이끈 가솔린엔진2리서치랩의 하경표 연구위원

Q.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 CVVD 기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경표 연구위원(가솔린엔진2리서치랩): CVVD는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엔진의 작동 상태에 따라 가변하는 기술’입니다. 다양한 운전 조건에 맞춰 흡기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최적화해 실린더로 유입되는 공기량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CVVD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존의 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나 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같은 가변 밸브 기술은 밸브가 열리는 시점이나 양만 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CVVD는 엔진의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의 여닫는 타이밍을 최적화하기 때문에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배출가스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출력 성능 4%, 연비는 5% 좋아지고, 배출가스는 12%까지 줄어듭니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엔진.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기존 CVVL에 비해 부품 수가 1/3로 줄었다

Q. 133년 역사에서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하경표: CVVD에 관한 아이디어는 CVVL을 개발하던 2010년 처음 떠올렸습니다. 기존 가변 밸브 기술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죠. 당시 연비 규제가 강화되었고, 동시에 보다 성능 높은 엔진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가변 밸브 기술로는 이런 것들을 충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미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가변 밸브 기술의 특허를 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죠. 앞선 기술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의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죠. 내연기관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하는 자괴감이 매일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들이 가지고 놀던 편심 운동 작동 완구를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유레카!" 그래 바로 저것이다. 기계공학자에게는 너무 상식적인 편심 구동의 원리를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리고 바로 설계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밸브를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다’, 이 간단한 생각과 편심 운동의 결합이 CVVD 기술 개발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존 CVVL과 완전히 다른 가변 밸브 기술, 생산 공정과 부품 수까지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기술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우리 연구원들이 뭉치면 꼭 해내리라는 믿음(당시에는 망상)이 결국 ‘사고’를 치게 된 것이죠. 기본적인 설계는 제가 제안했지만 우리 연구원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CVVD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유인상 책임연구원(가솔린엔진성능시험팀): 기존의 가변 밸브 엔진은 밸브가 열리는 시점과 열림량을 바꿀 수는 있지만, 열려있는 시간까지 손 댈 수는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밸브가 열려있는 시간에 따라 엔진의 특성이 성능 지향인지, 연비 지향인지 결정됩니다. 그렇게 열려있는 시간(듀레이션)이 결정되면 이는 바꿀 수 없습니다. 기존 가변 밸브 엔진의 한계인 것이죠. 


또한 엔진의 특성을 차량에 일일이 맞춰 맵핑 및 미세 조정을 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하경표 연구위원님이 제안한 CVVD 아이디어라면 이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Q. 그렇다면, CVVD 기술 개발은 하경표 연구위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모여 연구를 시작한 셈인가요?


손유상 마스터(선행가솔린엔진개발팀): 맞습니다. 하경표 연구위원님이 제안한 CVVD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었습니다. CVVD는 성능,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존에 나와있는 가변 밸브 기술보다 장점이 많았고, 구조가 단순해 원가도 저렴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떠나 사람에 대한 믿음이 컸습니다. 기술적으로 CVVD의 장점은 분명했고, 실제 구현한다면 엄청난 기술이 될 게 확실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걸 어떻게 양산해 내느냐였죠. 연구와 개발을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신뢰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경표 연구위원님을 포함해, 팀에 합류한 모든 분들을 믿었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Q. CVVD 기술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다른 제조사에서도 개발을 했을 법 합니다. 전례가 전혀 없었나요?


유인상: 선행 기술 개발 중에 CVVD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조사를 했습니다. 개념에 대한 특허는 일부 있었지만, 개발로 진행되거나 양산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CVVD 기술 개발은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죠. 

어렵고 새로운 기술을 여러 사람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직접 CVVD의 작동원리를 보여주는 모형을 만들어야만 했다

Q. 처음 CVVD 기술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 회의적인 시각은 없었나요? 


손유상: 회의적인 시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기술과 개념이었던 탓에 연구개발에 참여한 인원이 아니면 CVVD 기술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임원 한 분은 "물증은 있는데 심증이 없다"는 말도 하셨죠(웃음). 


보통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고 하는데, CVVD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실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보여주고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Q. 개발 방식은 어땠나요? 기존의 가변 밸브 기술을 보완해서 만들었나요?


하경표: 언뜻 보면 CVVD와 CVVT나 CVVL 같은 가변 밸브 기술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까지는 컨트롤 할 수 없었던 CVVT, CVVL과 달리 CVVD는 시간까지 컨트롤해야 했기 때문에 구조 자체가 달라야 했습니다. CVVD가 기존의 CVVL 등에서 살짝 바뀐 기술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기술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따르지 않고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할 필요가 있었죠. CVVD 기술이 백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은 이런 복합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합심한 결과, 8년이 안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CVVD가 완성될 수 있었다

Q. 무에서 시작된 만큼, CVVD 기술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손유상: 초기만 해도 모든 것을 새롭게, 그리고 자체 진행해야 해서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팀원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준 덕분에 8년도 안 되는 시간에 CVVD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죠. 지금 와서 보면 훌륭한 팀원들 덕분에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초안이 나오면 시제품을 만들어 아이디어에 대한 부품 설계가 적합한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통상적인 신기술 개발 과정이었다면 굉장히 오래 걸릴 만한 일이었죠. 하지만 아이디어 제안과 설계, 제품 제작까지 굉장히 빠른 사이클로 진행했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CVVD 기술 개발 과정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박건혁 책임연구원(파워트레인프로젝트팀): 개발 과정을 딱 잘라서 설명하면 선행연구, 선행개발, 양산개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발현된 아이디어가 구현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게 선행연구인데, 이 단계에서 많은 것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선행개발 단계로 넘어가면, 과연 양산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이때 타당성에 문제가 없으면 양산개발로 이어지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기술이 탈락하고 사라집니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거죠.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기술을 최적화해 본격적인 양산 과정에 돌입합니다. 이 때 유관부서 모두의 합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약 어떤 부문에서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면 기술이 빛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CVVD 기술 개발은 모든 부문에서 합심한 덕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왔다 할 수 있습니다. 

하경표 연구위원의 노트에 적힌 CVVD 기술에 대한 이론적 검증 과정들. 완구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시작하였지만, 철저한 이론과 공식이 그 기반이 되었다.

Q. 아무리 팀웍이 좋아도 개발이 순탄하지 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김백식 책임연구원(가솔린엔진2리서치랩):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하경표 연구위원님이 노트에 CVVD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그려서 설명할 때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연구위원님을 믿고 한 번 해보자’는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하경표 연구위원님의 아이디어에 제 아이디어를 몇 가지 더해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CVVD 기술이 최초 적용된 엔진으로 일주일간의 성능 시험을 진행했을 때는 ‘효과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기존의 기술과 아무런 성능 차이가 없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하경표 연구위원님을 포함한 팀원 모두 포기하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연구를 했고,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결국 찾아내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기술이란 게 이렇습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하드웨어적으로 구현되지 못하면, 선행 개발 단계에서 사라지고 말죠. 하지만 CVVD는 좋은 아이디어를 좋은 하드웨어로 구현할 수 있었고, 모든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인상: 김백식 책임연구원이 말한 일주일간의 성능 시험을 제가 담당했습니다. 실제 선행 단계에서 평가를 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콘셉트 만으로 놓고 볼 때 이 기술이 실제 적용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한 번의 평가 결과만 놓고 이 기술이 좋다, 나쁘다를 섣불리 평가할 수 없었던 거죠. 구현과 양산만 된다면, 굉장한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엔진의 머리에 얹혀진 CVVD는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Q. 선행개발이 탄탄해서 양산화 진행 과정은 조금 수월했을 것 같은데요.


김백식: 예상과 다르게 양산화 과정은 정말 지옥이었습니다. 콘셉트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느냐, 아니냐로 접근하는 선행 개발 단계와 달리, 양산 단계로 접어들면 제약이 많아집니다. 


우선 관련 부품을 개발해 줄 협력사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CVVD가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직접 부품을 깎아 시제품을 만든 후 업체를 찾아가 성능 시험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제품을 만들어달라고 한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기술에 대한 효과부터 검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면서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속울음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박동헌 책임연구원(가솔린엔진설계1팀) : 김백식 책임의 말대로 선행 개발 단계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양산이 결정된 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나마 제약이 덜 했던 선행 개발 단계와 달리 양산 개발 과정은 비용과 내구성, 양산 시점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러다 결국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그런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경쟁력 있는 기술이 탄생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 기술'이라는 목표 의식이 분명했기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Q. 새로운 기술에는 신뢰성과 내구성이라는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가 있었을 텐데요.


손유상: CVVD 기술이 지금의 모습으로 나오기까지 에베레스트 산을 두 번 정도 넘었습니다. 첫 번째 산은 전기장치의 내구 문제였습니다. 시제품을 테스트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고, 전기장치의 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상황까지 논의됐었죠. 전기장치의 내구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팀원들과 이 문제를 밤을 새가며 해결했던 게 기억에 가장 남네요. 

캠 축의 중심을 바꾸는 모터(우측의 큰 덩어리)의 문제로 인해 CVVD는 한 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Q. 또 다른 큰 산은 무엇이었나요


김백식: 선행 평가를 위해 개발했던 시제품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CVVL에 썼던 DC 모터로 선행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이미 양산된 모터였기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모터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구성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문제가 터진 것이죠. 모터의 소음과 진동이 생각보다 커서 이대로는 양산하지 못한다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때 콘셉트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까지 오갔을 정도로 상황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다음날 시제품을 만들고 평가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였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캠 축의 중심을 바꾸는 모터로 BLDC(BrushLess Direct Current) 방식을 적용했고 결국 해결해냈습니다. 물론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여러 팀원들이 코피라는 선물을 얻은 것은 ‘안 비밀’입니다. 


박동헌: 이 때 손 떨리는 일이 가장 많았습니다. 1호 엔진을 제작했을 때 모두 기대를 품고 시동을 걸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눈 앞이 샛노래지는 경험은 내 인생에 다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이후 거의 반년의 실험 기간 동안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정도니 우리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당시 자체 평가결과는 '양산 불가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팀에 합류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고 독이 오를 대로 올라서 정말 목숨을 걸고 오류를 찾아내고 기계적인 완성도를 높인 끝에 '양산 가능'이라는 판정을 받을 수 있었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을 때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돕니다. 



Q. 이 두 가지 문제 외에 또 다른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승재 책임연구원(가솔린엔진기능시험팀): 멀티링크라는 복잡한 밸브 구조물을 엔진에 처음 적용한 게 CVVL이었습니다. 그때는 경쟁사들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이었기에 참조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았죠. 우리 회사 고유의 독자 CVVL 기구 개발을 위해 엄청난 연구와 노력이 들어간 것은 분명했지만 보고 비교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CVVD는 말 그대로 무에서 시작했습니다. 1에서 100까지 전부 다 새로 만들었죠. 부품 하나, 하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깎고, 적합한 업체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CVVD의 완성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단합이죠. 누구 하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기에 CVVD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안 되는 것은 되게 하라’는 현대·기아차 만의 DNA 덕분인 것 같습니다. 단지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 노력만 한다면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결국엔 될 거라고, 만들 것이라고,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CVVD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CVVD 개발팀은 CVVD가 단순히 하나의 기술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기술 개발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Q. 앞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승재: 원가절감, 내구성 등의 하드웨어적인 개선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끊임없이 개선하고 더 완벽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죠. 하지만 CVVD를 통해 연소 기술 외에도 변속기나 차량 등 완전히 다른 분야에 개선 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VVD를 개발하며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많기 때문이죠. 융합기술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기술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손유상: CVVD만으로 말하긴 어렵고, 가변 밸브 시스템으로 인해 뒤이어 개발될 수 있는 기술이 정말 많습니다. 완성된 시스템이란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CVVD 역시 끊임없이 개량하고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지만, 다른 제조사에게 영감을 주는 등 이 시스템 개발로 인한 다른 파급효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의 가변 밸브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CVVD이 새로운 기술 개발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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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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