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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N, 뉘르부르크링을 다시 방문하다

고성능 N이 담금질 된 독일 뉘르부르크링.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를 즐기기 위해 전 세계 300명의 N 고객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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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N 모델이 처음 판매된 유럽을 비롯해 호주와 미국, 국내 등 전 세계에서 N의 인기 상승세가 가파르다. N에 열광하는 이들의 수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N의 폭발적인 성능에 매료된 N 오너들은 서로를 Nthusiast(N에 '팬'을 뜻하는 'enthusiast' 단어를 결합한 용어)라고 부르며 유대감을 느낀다. 이러한 전 세계 N 고객 중 300명이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모였다. 

수십 명도 아닌 300명의 고객이 한데 뭉친 이유는 지난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 2019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때문이다. 알다시피 뉘르부르크링은 고성능 N이 태어나고 담금질 된 장소. 현대차는 지난 2016년부터 N의 성능을 공개적으로 시험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해왔다. 올해 역시 i30 N TCR, 벨로스터 N TCR, i30 패스트백 N 3대가 경기에 참가했다. 이 행사에 초대된 N 고객들의 기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DAY 1. 세계를 하나로 묶은 24 Hours of Hyundai N Experience 2019

고객들은 아시아 및 북미 고객 100여 명, 유럽 고객 100여 명, 독일 고객 100여 명 등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세 그룹은 시간을 달리해 같은 프로그램을 체험한다. 내가 속한 1그룹의 첫날 일정은 뉘르부르크링 인근 멘딕 공항에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체험하고, 뉘르부르크링의 시설과 역사, 팀 부스를 둘러보는 백스테이지 투어였다. 

6월 21일 오전 10시

오전의 첫 일정은 드라이빙 아카데미 체험이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i30 N과 i30 패스트백 N을 타고 차의 가속력과 핸들링, 제동력 등 기본 성능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i30 N과 i30 패스트백 N으로 이뤄진 50대의 시승차가 멘딕 공항의 드넓은 공터에서 일행을 맞이했다.

그 동안 직접 경험할 수 없었던 N 모델의 성능을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쾌한 가속력과 역동적인 몸놀림, 가슴을 두드리는 강렬한 배기 사운드에 마음을 홀딱 빼앗겼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매체와 고객들의 높은 평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마치고 뉘르부르크링으로 가는 길. 곳곳에 운집한 캠핑카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해마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가 열릴 즈음이면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문제는 1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 때문에, 경기장 주변 숙소를 예약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 그래서 캠핑카를 끌고 오거나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이렇게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광경은 쉽게 보기 힘들다. 

6월 21일 오후 2시

마침내 도착한 뉘르부르크링. 경기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꽉 막혔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의 행렬이 레이스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는 말 그대로 ‘자동차에 미친 사람들을 위한 축제’나 다름없었다. 


백스테이지 투어는 뉘르부르크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내부 시설과 경기장의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 대회에 참가한 팀들이 모여 있는 부스를 차례대로 살펴봤다. 현대차도 뉘르부르크링의 전시관(링불르버드) 안에 관람객들이 편히 머물면서 경기 시청 및 N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체험 공간에는 N 모델의 배기 사운드를 활용한 팝콘 머신,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었고, N 로고가 새겨진 옷이나 모자도 살 수 있었다. 특히 팝콘 머신은 버튼을 누르면 N 모델 특유의 짜릿한 배기 사운드와 함께 고소한 팝콘이 펑펑 터져 나왔다.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벽을 선명하게 수놓고 있는 Grune Holle 로고가 맞이한다. Grune Holle은 녹색 지옥(Green Hell)의 독어 표기다. 녹색 지옥은 뉘르부르크링의 북쪽 코스인 노르트슐라이페를 말한다. 녹음이 우거진 숲 사이로 20km 넘는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뉘르부르크링 박물관 안에는 경기장에서 활약한 역사 속 레이스카를 만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전설적인 선수들의 밀랍 인형, 유명한 올드카도 구경할 수 있으니 뉘르부르크링을 찾는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경기장 안에도 별도의 부스를 준비했다. 관람객들이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N 로고로 곳곳을 수놓은 푸른색 부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이거나, 서킷이 훤히 보이는 테라스에서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다. 


백스테이지 투어 중 BRC 레이싱팀 부스에 잠깐 들렀다. i30 N TCR로 WTCR에 출전 중인 BRC 레이싱 팀은 2018 WTCR 팀 종합 준우승, 드라이버 종합 우승(가브리엘 타퀴니)을 차지한 강팀이다. 위의 사진은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의 또 다른 즐길 거리로 마련된 WTCR 5라운드 독일전을 위해 미캐닉들이 레이스카를 꼼꼼히 점검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이날 진행된 첫 번째 결승에서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팀의 노버트 미첼리즈가 1위를 달성했다. 

6월 21일 오후 5시

첫날 일정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향한 N 캠프. 대회가 열리는 동안 300명의 N 고객들이 먹고 자며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현대차가 공들여 준비한 곳이다. 야외에서 캠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 숙소는 대회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찬다. 때문에 대회 기간 동안 이처럼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N 캠프에 도착하자 첫날 일정을 마친 N 고객들이 모여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비롯해 24시 내구레이스에 출전하는 드라이버들도 함께하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DAY 2. 24시 내구레이스의 막이 오르다

6월 22일 오전 9시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하는 레이스카들의 웜업 레이스가 시작됐다. 경기 시작 전 마지막으로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뉘르부르크링 서킷의 남쪽에 해당하는 GP 서킷에 자리 잡은 N 캠프에서는 레이스카들이 지나는 모습을 펜스 너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때마침 벨로스터 N TCR이 지나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6월 22일 오후 1시 30분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하기 전 모든 레이스카가 스타트 라인 앞에 도열하는 그리드 워크가 시작됐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 레이스카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구름 같은 관중이 서킷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6월 22일 오후 3시

24시 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리는 기념 주행을 펼친다. 현대차는 200여 명의 N 고객들이 N 모델을 타고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함께 달리는 ‘N 코르소’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50여 대의 N 모델이 트랙을 달리며 역사의 한순간을 장식하는 것이다. 많은 N 고객들이 이번 행사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N 코르소 프로그램을 꼽을 정도였다. 

6월 22일 오후 3시 30분

비로소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가 시작됐다. 총 참가 차량은 155대. 이들 중 앞으로 24시간 뒤에 어떤 이들만 남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저 경기를 지켜보며 하루 뒤에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달리고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300명의 N 고객들 역시 'N'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전한 3대의 레이스카가 무사히 완주하기를 응원했다. 


6월 22일 오후 5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는 수많은 팀이 참가하기 때문에 평소엔 한 팀이 하나씩 이용하는 피트박스를 여러 팀이 이용한다. 때마침 N 모델로 출전 중인 팀 앵슬러와 현대모터스포츠팀이 함께 있는 피트에 들렀는데, i30 패스트백 N이 주유와 타이어 교체를 위해 피트 안으로 들어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선수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게 누구든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6월 22일 오후 9시

6월의 독일은 해가 길고 밤이 짧다. 밤 10시는 돼야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튿날 새벽 일찍 해가 떠올라 어둠을 밝힌다. 위 사진은 N 캠프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테라스에 둘러앉아 쾌적하게 경기를 관람하는 N 고객들의 모습이다. 출신 국가와 문화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N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전한 레이스카가 무사히 완주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을 것이다. 


6월 23일 새벽 2시

N 고객들도 하나 둘 숙소로 들어가고 몇몇만이 옹기종기 모여 경기를 지켜본다. 24시 내구레이스는 직접 경기에 참가하는 팀과 선수들뿐 아니라, 관람객도 함께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차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과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에 묘한 연대감이 느껴진다.


다음날을 위해 잠자리에 누웠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레이스카들의 거친 숨소리가 숙소 밖으로 생생하게 들리고, 내가 보지 않는 사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닐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DAY 3. 24시간 뒤 무대는 막을 내리고

6월 23일 새벽 5시

경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 팀당 3~4명의 선수가 번갈아 운전한다 해도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분명 고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24시 내구레이스는 선수 개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선수들과 미캐닉, 엔지니어, 모든 팀원이 전우가 되어 함께 싸우는 치열한 전장이나 다름없다. 

6월 23일 오전 11시 30분

경기가 시작되고 20시간이 지난 시점, 벨로스터 N TCR은 전체 53위, 클래스 2위로 달리고 있다. i30 N TCR은 전체 112위, i30 패스트백 N은 114위로 달리는 중이다. 다행히 어느 한 대도 리타이어하지 않고 레이스를 이어나가고 있다. 


24시간 동안 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차량 문제, 드라이버의 실수, 다른 레이스카와의 충돌 등으로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주 자체가 정말 대단한 성과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4시간. 3대 모두 무사히 완주하기만을 바라며 경기를 지켜본다.


6월 23일 오후 3시 25분

벌써부터 피트가 북적거린다. 5분 뒤면 24시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기에 팀원들과 취재진이 몰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N 모델 3대 모두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제 경기가 끝나면 대회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어우러져 기쁨을 나눌 일만 남았다.

6월 23일 오후 4시

바야흐로 치열했던 24시간이 지났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차량은 총 155대, 이 중 102대만이 완주에 성공했다(완주율 65.8%). N 로고를 단 3대의 레이스카(벨로스터 N TCR 45위, i30 N TCR 94위, i30 패스트백 N 97위)는 모두 무사히 완주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처음 출전한 벨로스터 N TCR은 종합 순위 45위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현대차 관계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N의 역사를 주의 깊게 지켜봐 온 나로서도 무척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몇 달 전, N을 개발한 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N 탄생에 대한 많은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대화에서 N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에 대해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고성능 자동차 분야의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기존 제조사들의 고성능 모델들을 뛰어넘기 위해 지새워야 했던 수많은 밤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사연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함께 기뻐하고 감격했던 300명의 N 고객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날 우리는 모두 N으로 똘똘 뭉친 Nthusias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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