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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로 자동차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을까?

현대·기아차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H스타트업'으로 탄생한 기업들, 두 번째 주인공은 차량 에어컨에서 나는 냄새를 저감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엠바이옴’(EMBIOME)이다. 자동차 연구원과 생명공학자가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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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에 대한 관심이 무척 뜨거운 요즘, 자동차 실내 공기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차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는데, 우리가 미생물이라고 부르는 이 생명체들은 사람의 몸이 닿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 발 아래 매트 등 곳곳에 살고 있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서식하며 악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부위가 바로 에바포레이터(evaporator)다. 



증발기라고도 부르는 에바포레이터는 에어컨 작동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에어컨을 틀면 자동차가 빨아들인 바깥 공기가 에바포레이터를 지나면서 온도가 낮아져 차 안을 시원하게 해주는 원리다. 단, 에어컨을 가동하면 에바포레이터 안팎의 온도 차가 심해져 표면에 습기가 차게 되는데(더운 날씨에 냉장고에 있던 맥주 캔을 꺼내면 겉에 물기가 생기는 것과 같다), 에어컨 사용 후 이를 잘 말려주지 않으면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미생물이 여름철 차량 에어컨 악취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좌로부터) 엠바이옴을 설립한 윤기영 대표와 박소윤 이사, 윤정표 책임연구원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신차 구매 후 2~3년이 지난 시점부터 에어컨 악취가 스멀스멀 나기 시작한다. 문제는 방향제를 설치하거나 정비소에서 에바포레이터 세척 작업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태어난 엠바이옴은 여기에 주목했다. '미생물 때문에 악취가 난다면, 차라리 냄새가 나지 않는 미생물을 번식시켜보면 어떨까?'



2011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3년의 선행 개발 과정을 거쳐 양산화로 이어졌고, 마침내 '에코 코팅'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에바포레이터에 무취 미생물을 번식시키는 에코 코팅 기술이 처음 본격적으로 적용된 건 지난 2017년 인도 시장에서였다. 극심한 더위와 습도 탓에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힘든 인도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엠바이옴을 이끌고 있는 윤기영 대표와 박소윤 이사, 윤정표 책임연구원을 만나 에코 코팅의 개발 과정을 들었다.

엠바이옴을 설립한 세 사람은 서로의 관심사가 동일했다

Q.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른데,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윤기영 대표는 현대차 배기개발팀, 박소윤 이사는 현대차 벤처기술개발팀 책임연구원이었다. 윤정표 책임은 현대차와 산학 연구를 함께 진행하던 대학원생이었는데, 에코 코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합류하게 됐다. 각자 몸 담고 있는 곳은 달랐지만, 모두 미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서로의 관심사가 동일했던 탓에 지금의 엠바이옴을 만들게 됐다. 



Q. 자동차에 바이오 공학을 접목하는 게 쉬운 도전은 아니었을 것 같다. 


에코 코팅 기술은 다른 제조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세계 최초의 기술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현대차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엠바이옴을 결성한 2014년 당시는 현대차 내부는 물론, 사회적으로 사내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던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인도에서 에코 코팅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에코 코팅 기술을 접목한 공기 케어 제품과 고성능 캐빈 필터 등 애프터마켓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올해 5월 독립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에코 코팅 기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냄새를 유발하는 미생물이 에바포레이터 표면에서 자리를 잡아 서식하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도록 무취 미생물로 미리 코팅하는 셈이다

Q. 에코 코팅 기술은 어떤 원리인가? 


간단하다. 냄새를 뿜지 않는 미생물이 미리 에바포레이터에 서식하게 만들어 악취를 유발하는 다른 미생물의 서식을 더디게 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서 미생물들의 자리 싸움에 도움을 준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중고차의 에바포레이터를 조사했는데, 지역과 환경에 따라 에바포레이터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수천 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 중에서 여러 종의 무취 미생물을 발견해 서로 조합한 뒤, 이를 에바포레이터에 뿌려서 미생물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악취 미생물이 침투해도 버텨낼 수 있는지 수 년간 연구했다.

에코 코팅에 사용되는 무취 미생물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신차에서는 최소 3년, 중고차에서는 최소 1년간 생존할 수 있다

Q. 에코 코팅 기술에 사용된 무취 미생물은 사람에게 유해하지 않은가?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러 실험으로 입증했다. 우리가 발견한 무취 미생물은 화장실, 집 안의 화분 등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미생물은 우리의 삶 곳곳에 함께 있는 존재지만,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생명체일 뿐이다. 


물론 검증 작업도 꼼꼼히 진행했다. 몇 년 전 가습기 살균제 논란 때 문제가 됐던 모든 항목을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IT(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부 등 주요 인증 기관을 통해 검증했다. 또한, 에코 코팅 기술이 인도에 처음 양산 적용됐기 때문에 인도 친환경 제품 평가 연구소를 통해 현지에서의 안전성도 입증했다.

에코 코팅 기술은 2017년 현대차의 인도 전략 차종 베르나에 처음 양산 적용됐다

Q. 2017년 인도에서 에코 코팅 기술을 처음 선보이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인도는 굉장히 뜨겁고 습한 열대 기후다. 가장 더울 때는 40°C를 훌쩍 뛰어넘는다. 당연히 에어컨을 자주 틀게 되고, 에어컨 악취도 더 빨리 발생한다. 현대차뿐 아니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이라도 신차를 산 뒤 오래지 않아 에어컨에서 냄새가 난다며 AS를 요청하는 고객이 많을 정도다. 에바포레이터를 교체해도 한 달 만에 다시 냄새가 난다며 현대차서비스센터에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이 고객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에코 코팅을 시공했는데 고객이 인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냄새가 저감되었다. 그 뒤로 수백 대 차종에 시공한 결과, 최소 1년이 넘게 냄새가 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에코 코팅 기술의 효능이 입증되면서 신차에도 도입을 결정했다. 특히, 인도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테크리뷰>에서 주최하는 IATIA(인도 자동차 기술 및 혁신 어워즈)에 에코 코팅 기술이 이름을 올리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누릴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에코 코팅 기술을 접목한 애프터마켓 제품 '에바코팅 패키지'를 경험할 수 있다

Q. 에코 코팅 기술은 현재 인도에서만 적용되고 있는데, 다른 시장의 소비자는 경험할 수 없는가? 


신차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도입이 결정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에코 코팅 기술이 신차보다 중고차에서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 결과로 태어난 게 '에바코팅 패키지'다. 지난해 4월 국내에 처음 출시했고, 올해 안에 인도 외 다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에바코팅 패키지는 시공법도 간단하다. 동승캐빈 필터를 제거하고 살균제와 탈취제를 실내 및 공조룸에 고르게 분사해주면 된다. 국내에서는 2012년에 현대차에서 분사한 애프터마켓 전문 기업 오토앤과 협업해 '디테일링 에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에 유통하고 있는데, 시공한 고객의 70%가 재시공을 원할 만큼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환경이 열악한 인도에서도 효과를 검증 받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중고차 수출 업체로부터 에바코팅 패키지를 시공한 차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 받는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엠바이옴은 에바코팅 패키지와 함께 초미세먼지와 악취, 유해 가스를 차단하는 헥사가드 캐빈 필터도 개발했다

Q. 에바코팅 패키지와 별개로 헥사가드 캐빈 필터라는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 헥사가드 필터는 시중에 나와 있는 필터와 뭐가 다른가? 


밖에서 빨아들인 공기는 캐빈 필터를 거쳐서 실내로 들어온다. 그래서 필터가 많은 물질을 걸러낼수록 에어컨 바람이 약해진다. 우리는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는 헤파 필터를 개발하면서 먼지와 유해 가스, 냄새를 걸러내는 동시에 바람의 세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 결실이 헥사가드 캐빈 필터다.


헥사가드 캐빈 필터는 PM 0.3의 초미세먼지를 97% 이상 차단하는 국내 최초의 6중 구조 헤파 필터다. 보통 냄새와 배출 가스를 거르기 위해 활성탄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흡착성이 뛰어나 불순물 제거와 탈취에 효과적인 광물인 제올라이트까지 더했다. 제올라이트는 인공으로 합성할 수 있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 헥사가드 캐빈 필터는 작년 10월에 출시했는데, 오토앤 유통망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꽤 좋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비타민 C를 머금은 필터를 이용하는 게 특징이다

Q. 앞으로 선보일 차량용 공기청정기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이미 시장에 많은 차량용 공기청정기 제품이 나와 있지만, 우리는 색다른 기능을 원했다. 공기청정기 내부의 헤파 필터에 비타민 C를 스며들게 만든 것이다. 인체에 이로운 각종 비타민이 있는데 우리는 비타민 C의 피부 보습 효과에 주목했고, 실제로 공기청정기를 적용했을 때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곧 출시될 예정이다.

자동차에 바이오 공학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엠바이옴. 그들은 건강한 자동차 라이프와 신선한 공기를 위해 다양한 발전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Q. 엠바이옴은 앞으로 어떤 기업이 되길 꿈꾸는가?


일단 에바코팅 패키지와 헥사가드 필터 등 애프터마켓 제품을 해외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대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사람들이 뛰어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동차와 관련된 헬스 케어, 위생 등 전반적인 건강 관련 제품 개발도 생각하고 있다. 가정 및 산업용 공조 장치 역시 자동차 공조 장치와 똑같은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 영역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차량 실내 냄새 저감 이외에 새로운 기능성 미생물을 발굴해서 사업화할 계획도 있다. 미생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쓰임새에 따라 미생물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미생물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면 질병 치료제로도 쓰인다. 그리고 환경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우리와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사진.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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