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HMG저널

쏘나타를 통해 알아본 한국 패스트백의 역사와 진화

화끈한 변신을 시도한 신형 쏘나타. 특히 지붕 라인이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패스트백 스타일은 신형 쏘나타 디자인의 핵심이다. 그런데 대체 패스트백 스타일이 뭐길래?

5,887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현대차가 지난 3월 선보인 8세대 쏘나타는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독특한 스타일이다. 물론 스타일 또는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30년 넘는 쏘나타 시리즈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이번 쏘나타의 겉모습이 이전 세대 어느 모델과 비교해도 날카롭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내는 데는 신형 쏘나타가 받아들인 '패스트백' 스타일의 영향이 크다.

지붕에서 시작해 트렁크 끝까지 매끈하게 떨어져 내리는 패스트백 스타일은 세련미와 속도감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을 가리켜 패스트백이라고 하는 걸까? 패스트백은 자동차의 차체 형태를 구분하는 용어 중 하나다. 영어로 'fastback'이라고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차체 뒤쪽(back)이 빨라(fast) 보인다는 뜻이다. 빨라 보이는 스타일. 무척 막연한 표현이지만, 사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고, 어느 것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뚜렷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패스트백뿐 아니라, 자동차의 형태를 구분하는 여러 용어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럼에도 패스트백이라고 불리는 차들에 공통적 디자인 특징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붕에서 시작해 트렁크 모서리 부분까지 이어지는 차체 뒤쪽이 매끄러운 직선이나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세단이나 해치백처럼 정형화된 형태의 차체에 비하면, 패스트백 스타일은 차의 외모에 세련되고 속도감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초기 쏘나타는 전형적인 3박스 노치백 세단이었다

물론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능이나 효율을 고려해 공기역학적 특성을 높이도록 설계되는 요즘 차들 치고, 차체 뒤쪽이 매끄럽지 않게 만들어진 차가 어디 있어?”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굳이 패스트백 스타일을 구분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승용차의 기본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4도어 세단을 보면 그 이유를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일반적인 4도어 세단은 대개 옆에서 보았을 때 엔진룸, 탑승 공간, 적재 공간(트렁크)으로 세 부분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래서 각 부분을 상자에 비유해 '3박스' 형태라고 하거나, 뒷유리와 트렁크 덮개 부분이 각진 모양이라는 뜻의 '노치백(notchback)'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패스트백은 공력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우아한 실루엣도 만들 수 있다

이런 3박스 또는 노치백 형태의 차를 간단히 패스트백으로 만들 수 있다. 옆에서 바라봤을 때 지붕이 끝나고 뒷유리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트렁크 덮개가 뒷범퍼를 향해 아래로 꺾인 부분까지, 자를 대고 직선을 그으면 된다. 뭔가 복잡했던 차체 뒤쪽이 간결하고 시원해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형태에서 비롯되는 속도감이야말로 패스트백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패스트백 스타일의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전통적인 차체 형태가 자리 잡은 뒤의 일이다. 공기역학 개념이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되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비스듬히 아래를 향해 떨어지는 차체 형태로 공기 흐름을 매끄럽게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차의 공기 저항을 줄여 더 빨리 달리게 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기능적 측면 외에 새로운 디자인이 주는 혁신적이고 특별한 느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세대 머스탱 패스트백은 영화에 등장하며 고성능 스포츠카의 이미지를 널리 알렸다

이런 이유로 1940년대 이후 등장한 여러 스포츠카에 패스트백 스타일이 쓰였다. 1960년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손꼽히는 재규어 E-타입, 페라리 250 GT 등 2인승 쿠페들은 대부분 패스트백 스타일로 만들어졌고, 수퍼카 붐이 일었던 1970년대 이후에는 고성능 미드십 스포츠카의 기본 디자인 공식처럼 쓰이기도 했다. 이런 영향 때문에 패스트백은 스포티한 성격을 대표하는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패스트백 모델이 나왔지만, 자동차 역사에서 대표적인 패스트백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건 1세대 포드 머스탱이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생산된 1세대 머스탱은 각진 하드톱(쿠페), 컨버터블, 패스트백의 세 가지 형태로 만들어졌다. 특히 머스탱 패스트백은 자동차 애호가로 잘 알려진 배우 스티브 맥퀸이 영화 <불릿(Bullitt)>에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자동차 추격전에 타고 등장한 바 있다. 그 영화 덕분에 머스탱 패스트백은 고성능 스포츠카로서 머스탱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4도어 쿠페의 원조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CLS 역시 패스트백 스타일을 따랐다

지금은 여러 자동차 제조사가 다양한 형태의 패스트백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10~15년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는 4도어 쿠페나 쿠페형 SUV들 역시 대부분 패스트백 스타일이고, 언뜻 봐서는 평범한 해치백인데도 패스트백이라고 강조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차를 접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패스트백은 어디까지나 스타일 관점의 특징을 가리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디자인의 방향을 대표하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스타일 기준으로 보면 패스트백에 해당하지만, 구조적 특징에 따라 얼마든지 세단, 쿠페, 해치백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통적 스타일과 차별화되는 신선함을 강조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친다.

신형 쏘나타는 트렁크 끝부분을 솟아 오르게 만들고 에어로 핀을 장착해 공력 성능을 높였다

패스트백 스타일은 시각적인 효과 외에 다른 형태보다 공기 흐름을 다스리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행기 날개의 단면과 비슷한 형태인 탓에 고속에서 차체가 뜨기 쉬우므로, 트렁크 끝부분에 스포일러 기능을 하는 디자인 요소를 더하거나 전동식 스포일러를 달아 고속에서 차체가 뜨는 것을 억제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인 편리함도 기대할 수 있다. 여느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트렁크가 열리는 범위가 넓어서 큰 짐을 싣고 내리기가 편하다. 물론 해치의 덩치가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만큼, 전동 개폐 장치로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트렁크 격벽이 없어 상대적으로 비틀림에 약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보강이 이루어져 차체가 무거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해치에 경량 소재를 써서 상쇄하기도 한다.

현대차의 첫 번째 고유 모델인 포니 역시 매끈한 패스트백 스타일을 자랑했다

사실 국산 패스트백의 역사도 꽤 길다. 1975년에 처음 선보인 현대차의 첫 고유 모델 포니가 전형적인 패스트백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포니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얻은 4도어 모델은 패스트백 스타일이면서도 뒷유리는 고정되어 있고 그 아래에 트렁크 리드가 있는 전형적인 세단이었다. 한편, 포니 3도어와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포니 2는 뒷유리와 트렁크 리드가 한 번에 열리는 해치백이었다.



그 뒤로도 다양한 형태의 패스트백 모델이 등장했는데, 스포티한 성격을 지닌 현대차 모델들 역시 대부분 패스트백 형태였다. 노치백 쿠페 형태였던 스쿠프를 제외하고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가 모두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아울러 i30가 등장하기 전까지 나온 대부분의 소형 및 준중형 해치백 역시 패스트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엑센트와 베르나, 아반떼 XD 등 해치에 3박스 세단의 트렁크처럼 약간 튀어나온 듯한 부분을 더한 이른바 '테라스 해치백' 형태로 만든 것도 현대 패스트백 해치백의 전통이었다.

i30 패스트백은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취향을 저격했다. 사진은 고성능 기술을 더한 i30 패스트백 N

현재 판매 중인 현대차 모델 가운데서도 패스트백 스타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 아이오닉과 벨로스터도 패스트백에 가깝고, 일부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i30 패스트백은 이름부터 그렇듯 전형적인 패스트백 형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최신 4도어 세단인 쏘나타에 패스트백 스타일이 반영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는 HDC-1 르 필 루즈 콘셉트카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제시했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HDC-1 르 필 루즈 콘셉트카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현대디자인센터 이상엽 전무(당시 스타일링 담당 상무)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카. 지금 봐도 상당히 미래적인 디자인이다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디자인 역시 그렇다. 오늘 발표하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방향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의 스포티함은 1974년 발표된 현대차 2도어 쿠페 콘셉트의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차의 첫 번째 디자인이 태동하던 순간부터 내재돼 있던 디자인 DNA는 지금까지 다양한 세대에 걸쳐 계승됐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기능과 미학을 조화롭게 아우른 신형 쏘나타

이렇듯, 신형 쏘나타의 패스트백 스타일은 첫 고유 모델로 디자인된 포니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현대차 디자인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5세대 NF 쏘나타 때부터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지붕 라인은 8세대 신형 쏘나타에 이르러 완벽한 패스트백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 세단의 역할과 기대치가 달라지고 있는 요즘, 보편적인 중형 세단 쏘나타가 패스트백 스타일로 과감히 변신한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표현이 거의 정설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형태가 미학을 따르는(form follows aesthetics)' 시대다. 패스트백 스타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기능적인 요소는 물론, 시각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하며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패스트백 스타일은 기능과 미학,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조화로, 요즘 소비자들의 요구에 걸맞은 자동차 디자인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1996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전문 글쟁이.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전문 필자 및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북>(공역), < F1 디자인 사이언스 >를 번역했으며 그의 글을 묶은 매거진 총서로 <알기 쉬운 자동차 용어풀이>, <발가벗긴 자동차>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작성자 정보

HMG저널

Connecting to the Future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