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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우리 가족이 샀던 첫 차, 기억하세요?

오래 전 우리 가족의 첫 차, 코티나였나요? 혹은 스텔라나 쏘나타는 아니었나요? 헤리티지 라이브 행사를 통해 그 시절의 패밀리카를 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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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SUV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차는 중형 세단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첫 차’ 하면 대부분이 중형 세단을 떠올릴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죠. 물론, 지금도 세단의 인기는 꾸준합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그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자리한 중형 세단은 어떤 모델인가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로 정말 많은 세단이 역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자리한 대한민국 대표 중형 세단은 현대차 쏘나타일 것입니다. 



1985년, 초대 쏘나타가 데뷔한 이후 올해 3월 8세대 쏘나타가 등장할 때까지 시리즈 누적 판매대수는 800만 대를 넘었습니다. 쏘나타의 역사가 대한민국 중형 세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쏘나타의 상징성은 굉장합니다. 하지만 쏘나타 이전, 현대차의 중형 세단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30년이 훌쩍 넘은, 너무나도 오래 전 이야기니까요.

대한민국 대표 중형 세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많은 사람이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찾았습니다

이 특별한 역사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바로 지난 지난 5월 1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라이브’를 통해서 말이죠. 대한민국 중형 세단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스텔라, 쏘나타, EF 쏘나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독자 개발 중형 세단, 스텔라

 

현대차의 역대 중형 세단들입니다

스텔라는 이제 굉장히 보기 힘든 모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자동차와 다른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 때문에 아직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죠. 이 차는 1983년 5월 코티나의 후속 모델로 등장했습니다. 



스텔라는 들어봤어도 코티나는 익숙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코티나는 영국 포드에서 개발된 차를 현대차가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코티나의 설계는 당시만 해도 비포장도로가 많았던 국내 도로 환경과 맞지 않아 고장이 잦았습니다. 이는 결국 더욱 수준 높은 세단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스텔라는 바로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세단이었습니다.

코티나의 국내 조립 생산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쏘나타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스텔라는 5세대 코티나의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차체가 더해졌습니다. 당시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플랫폼을 독자 개발할 능력이 없었기에 코티나의 섀시를 구석구석 보강하고 수정해 신차를 개발했죠. 참고로 스텔라는 2008년 제네시스(BH)가 출시되기 전까지 현대차가 만든 마지막 뒷바퀴굴림 세단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초기 스텔라는 1.4L와 1.6L, 두 종류의 엔진으로 출시됐습니다. 당시의 세금 정책 때문에 1.4L 모델의 판매량이 높았지만, 아무래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 때문에 나중에는 출력과 세금 문제에서 절충을 이룬 1.5L 엔진이 등장했죠. 변속기도 초기 4단 수동과 3단 자동에서 한 단계 진화한 5단 수동변속기까지 제공됐습니다. 



당시 자동차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수동변속기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는 점입니다. 가격과 성능, 연비 등의 종합적인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자동변속기 일색인 현재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스텔라는 디자인과 공간, 편의장비 등 여러 부분에서 두루 사랑을 받은 차였습니다

현대차 권규혁 차장은 “스텔라 개발은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제품 개발 계획을 시스템화 시키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또한, 포니 개발을 위해 협업했던 미쓰비시의 힘을 빌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기술력 자립에 큰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화가이자 자동차 마니아인 이익렬 씨도 말을 보탭니다. “스텔라는 코티나 시리즈의 자연스러운 진화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텔라는 당시로서 상당히 신선한 스타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옵션도 다양했죠. 대우 로얄 시리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신차 효과가 대단했었죠.” 



실제로 당시 스텔라의 인기는 굉장했습니다. 출시 후 90일 만에 계약대수가 1만 대를 넘겼을 정도니까요. 얼마 전 출시된 8세대 쏘나타가 5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넘겼는데요, 35년 전과 지금의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비교해보면 당시 스텔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텔라는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48만 대 이상이 생산되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끊임없는 부분 변경과 상품성 개선을 거친 스텔라 자가용 모델은 1992년까지 판매됐습니다. 영업용, 즉 택시 모델은 1997년 2월까지 생산됐죠. 그렇게 스텔라는 무려 13년 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48만7000여 대가 생산되며,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국산 중형차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쏘나타 시리즈와 국산 중형 세단의 실질적 원조, Y2 쏘나타

 

Y2 쏘나타는 디자인과 편의장비 등에서 크게 발전한, 쏘나타 시리즈의 실질적인 원조 모델입니다

스텔라의 인기에 힘을 얻은 현대차는 스텔라를 바탕으로 좀 더 고급스러운 중형 세단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렇게 1988년 6월 등장한 차가 Y2 쏘나타였습니다. 스텔라 이후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중형 세단 Y2 카 프로젝트에 많은 역량을 투입했습니다. 미쓰비시와 공동개발한 1세대 그랜저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Y2 카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지형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완성된 차였습니다. 



스텔라와 달리 앞바퀴굴림 방식을 채용하고 라운드 디자인을 더한 Y2는 쏘나타 시리즈의 실질적인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큰 혁신이 있었습니다. 0.32Cd라는, 당시로서는 놀라운 공기저항계수가 이를 증명하죠. 길이에 비해 차폭이 좁았던 그랜저와 달리 쏘나타는 길이 대비 차폭의 비례감이 적당해 일반인이 보기에도 디자인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앞바퀴굴림 방식과 긴 휠베이스 덕분에 Y2 쏘나타는 동급 최고의 실내 공간을 자랑했습니다

디자인의 완성도와 더불어 Y2 쏘나타의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바로 광활한 실내공간입니다. 길이 4,685mm에 2,650mm의 넉넉한 휠베이스를 갖고 있어 뒷바퀴굴림 방식인 대우 로얄 시리즈보다 실내가 넓었고, 조용하기까지 했습니다. ‘동급 경쟁 모델 대비 넓은 실내공간’이라는 쏘나타의 장점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3링크 방식을 채용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파워&틸트 스티어링, 크루즈 컨트롤 같은 편의장비까지 더해졌죠. 



엔진은 1.8L와 2.0L 두 종, 변속기는 5단 수동과 4단 자동이 있었습니다. 그 중 2.0L 버전은 최고출력 120마력을 바탕으로 최고속도 175km/h를 자랑했고, 8인치와 9인치 부스터 2개를 조합해 제동 성능을 높인 탠덤 브레이크 부스터를 국산차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국산차의 기준을 몇 단계 높인 쏘나타의 등장 이후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은 다양화 됐습니다. 대우 에스페로와 로얄 시리즈, 기아 콩코드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중형 세단들입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쏘나타는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뉴 쏘나타의 앞/뒷바퀴 트레드를 넓혀 주행안정성을 높였고, 보다 강력한 DOHC 방식의 2.0L 엔진도 추가했습니다.

오늘날 쏘나타의 장점과 인기는 Y2 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권규혁 차장은 “당시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은 그랜저였지만 그랜저는 소수를 위한 상징적인 차였습니다. 하지만 쏘나타는 합리적인 가격에 당시 첨단 시스템을 최대한 적용한 중형차였고, 이런 높은 상품성이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습니다”라고 당시 쏘나타의 인기를 되짚었습니다. 


세대를 거듭해 발전한 현대차의 중형 세단

 

Y2 쏘나타의 경우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앞바퀴굴림 중형 세단으로 놀라움을 안겨줬다면, Y3 쏘나타 2는 혁신으로 가득 찬 모델이었습니다. 쏘나타 2는 국산 최초 에어백 적용, ABS, 전자식 서스펜션, 전자식 4단 자동변속기 등의 탑재, 전 세대의 이미지를 계승하며 보다 스포티해진 디자인을 바탕으로 당시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습니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 중형 세단으로서는 최초로 94년과 95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중형급으로 넘어가는 추세를 이끌었습니다. 쏘나타가 국민차의 반열에 오른 시기는 이 무렵부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쏘나타 2는 국산 중형 세단의 경쟁력을 크게 높인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쏘나타 2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탓에 페이스리프트 버전인 쏘나타 3가 비교적 일찍 출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50만 대 이상 팔린 쏘나타 2가 식상해진 것도 있었고, 대우 프린스와 기아 크레도스 등 경쟁 모델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쏘나타 3는 디자인 변화에 초점을 맞춰 출시됐고, 1996년 6월, 1세대 쏘나타가 출시된 지 11년 만에 ’누적 판매 대수 100만 대 돌파’라는 기록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우아한 디자인과 혁신적 기술의 조합, EF 쏘나타

 

EF 쏘나타는 우아한 디자인과 승차감, 조종 성능을 두루 갖춰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1998년 3월, EF 쏘나타가 출시되면서 디자인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전까지는 기존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선에서 변화를 꾀했다면, EF 쏘나타는 파격적인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EF 쏘나타는 ‘Elegant Feeling(우아한 감성)’이라는 뜻처럼 곡선으로 가득한 유선형 디자인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디자인이었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죠. 



디자인 못지않게 EF 쏘나타는 이전 쏘나타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더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이 서스펜션입니다. 쏘나타 시리즈 최초로 앞쪽에 더블위시본을 적용했고, 뒤는 멀티링크 방식을 썼습니다. 강해진 차체 강성과 더불어 새로운 서스펜션까지 적용된 덕분에 EF 쏘나타는 승차감과 조종 성능을 모두 확보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EF 쏘나타에는 독자 개발한 V6 2.5L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습니다

1.8L와 2.0L 가솔린 엔진은 이전 쏘나타 시리즈에 쓰였던 그대로였지만, 탑재 위치를 바꿔 무게 균형과 동력 성능을 개선시켰습니다. 변속기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4단 자동변속기가 최초 적용됐습니다. 이외에도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V6 2.5L 엔진을 얹은 고사양 버전도 있었습니다. 



실내에서는 그랜저와 같은 상급 모델에 적용됐던 CD 체인저 오디오가 포함된 AV 시스템,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운전석 파워 시트, 시트 내장형 유아 안전 시트, 앞좌석 사이드 에어백, 진주색 외장 색상 등 당시 국산 중형 세단에서는 볼 수 없던 장비가 많았습니다. Y2 쏘나타 때부터 시작된 넓은 실내 공간은 EF에서도 그대로였죠. 



이런 혁신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EF 쏘나타는 출시 직후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IMF의 영향으로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두웠고, 삼성자동차의 SM5가 출시되면서 신차 효과를 많이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죠.

EF 쏘나타는 출시 직후 IMF의 여파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뒤늦게 국민차가 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자동차 애호가인 이재욱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1998년 3월 출시 당시만 해도 판매량이 기대를 밑돌았는데 연말이 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어요. EF 쏘나타는 같은 해 1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 동안 판매 1위 자리를 지키는 대기록을 세웠죠. 이에 힘입어 2000년 7월에는 쏘나타 시리즈의 누적 생산량이 2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라고 말이죠. 



실제로 EF 쏘나타를 구매했던 화가 이익렬 씨는 당시의 모습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성능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어서 구입했습니다. 사실 당시 중형 세단은 달리기 성능보다는 중후함과 편안함이라는 가치가 중시됐었어요. 그런데 EF 쏘나타는 상당히 스포티한 느낌이었어요. 특히 튜닝 잠재력이 높아서 방향성만 잘 잡고 튜닝하면 정말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차였어요.”

대한민국의 국민차, 중형 세단의 인기와 역사는 8세대 쏘나타를 통해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후 쏘나타의 역사는 디자인 완성도를 다듬은 뉴 EF 쏘나타, 품질을 크게 개선한 NF 쏘나타, 쏘나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평가 받는 YF 쏘나타, 기본기에 초점을 맞춘 LF 쏘나타를 거쳐, 올해 3월 등장한 8세대 DN8 쏘나타까지 이어졌습니다. 코티나의 조립 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최장수 모델인 쏘나타까지. 현대차 중형 세단의 역사는 곧 한국 자동차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8세대 쏘나타가 먼 훗날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될 지 몹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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