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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 시트를 보고 왔다

미래 자동차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현대트랜시스에서 개발한 2세대 자율주행 시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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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자율주행 시트가 태어나는 과정을 공개한다.

지금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는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그럼 언제까지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할까? 최근 업계의 흐름을 보면 자율주행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올 가능성이 높다.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도로 위의 풍경은 물론, 자동차 내부의 모습도 상당히 변할 것이다. 



이미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소개하며 상상 속 미래의 도로 위 풍경을 그리고 있다. 세부적인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개념은 대체로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이 사라지고, 앞뒤 좌석이 자유롭게 움직여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모습 말이다. 그렇게 되면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등, 지금의 자동차 안에서 할 수 없던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꽉 막히는 도로에서 가다 서길 반복하는 대신, 시트를 눕히고 꿀맛 같은 단잠을 청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현대트랜시스에서 만든 1세대 자율주행 시트. 국산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2016년부터 자율주행 시트 개발에 착수했다. 시장 조사 및 자동차 트렌드 세미나, 논문 연구 등을 통해 미래 환경 트렌드를 분석하고, 홍익대학교 및 한국예술종합학교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콘셉트를 다듬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핵심 콘셉트를 현대차 내장디자인팀과 공유한 결과, 르 필 루즈의 초기 디자인개념을 반영한 1세대 자율주행 콘셉트 시트가 등장한 바 있다. 



이 콘셉트 시트는 승·하차를 돕는 이지 액세스(Easy Access) 기능을 비롯해 자율주행(Autonomous),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릴랙스(Relax), 카고(Cargo) 모드 등 상황에 따른 5개의 모드를 제공한다. 각 모드에 맞춰 시트가 앞뒤로 움직이고 180도 회전하는 스위블(Swivel) 기능은 물론, 한정된 실내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 시트의 경량화와 슬림화에도 신경을 썼다.

현대트랜시스에서 만든 2세대 자율주행 시트의 모습

그리고 최근, 현대트랜시스가 2세대 자율주행 시트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와 함께 1세대 콘셉트 시트의 양산형 모델도 공개됐다.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대트랜시스 동탄 시트연구소를 찾았다. 홍성경 시트디자인팀장과 이재성 시트구조설계팀 책임연구원을 만나 자율주행 시트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고 왔다. 

이재성 책임연구원은 1세대 자율주행 시트의 양산을 위해 강도와 안전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Q. 우선 1세대 콘셉트 시트를 기반으로 만든 양산형 시트 얘기가 궁금하다. 콘셉트와 양산형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제일 큰 차이는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콘셉트 시트에서 제시한 디자인과 기능은 그대로 구현하고, 전보다 2~2.5배의 강도를 지니도록 개발했다. 실제로 자동차 시트를 만들 때 검증받아야 할 충돌 안전성이 있는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전·후방 충돌 상황과 앞좌석이 뒤로 180도 회전한 상태에서의 충돌 안전성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트가 회전하려면 B필러에 장착되는 시트 벨트 뭉치를 어깨 부위로 옮겨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BIS(Belt In Seat) 프레임이라고 명명했다. 이를 구현하려면 시트 프레임의 강도가 2배 이상 높아야 한다. 시트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시트 벨트 앵커 테스트(커다란 갈고리 모양 구조물로 시트 벨트를 당겨서 시트 프레임의 강도를 테스트하는 항목)에서 통과하려면 기존 시트 프레임의 강도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콘셉트 단계를 벗어나 양산형 모델로 거듭난 1세대 자율주행 시트의 모습

또한, 시트의 회전 범위를 180도에서 240도로 확장했고, 앞뒤 슬라이딩 범위는 260mm에서 700mm로 늘였다. 앞좌석이 좌우로 100mm 이동할 수 있는 ‘매직 슬라이드 기능’도 담았다. 시트가 회전할 때 차체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시트가 안쪽으로 움직인 뒤 회전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모노 트랙’이라고 부르는 콘셉트도 도입했는데 이름 그대로 시트 받침축이 하나만 있는 구조다. 시트 아래 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뒷좌석 탑승객이 발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세대 자율주행 시트의 동승석에는 제너러티브 디자인이란 설계 방법론을 활용해 전에 없던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Q. 2세대 자율주행 시트 콘셉트도 함께 공개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2세대 시트는 제네시스 디자인팀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제네시스에서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원했고, 이에 ‘제너러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라는 색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모든 것을 설계할 필요 없이 목표값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설계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가령 원하는 강도를 100이라고 입력한 뒤 프로그램을 돌리면 수백 개에 달하는 시트 프레임 디자인이 나온다. 그 중에서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목표 강도를 만족시키면서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의 자율성이 훨씬 높아진다.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가 모두 수긍할 만한 설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그 결과 거미줄처럼 가닥가닥 이어진 프레임 형상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헤드레스트 뒤쪽은 재활용 알루미늄 파우더를 활용해서 더 섬세하게 다듬었다.

운전석에는 차량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스마트 암레스트가 달려 있다

Q. 1세대 자율주행 시트와 비교했을 때 앞좌석 센터 콘솔이 사라진 점이 유독 눈에 띈다. 


1세대 시트는 기아 카니발에 맞춰 설계했는데, 2세대 시트는 제네시스의 차세대 콤팩트 전기차에 맞춰 개발했다. 센터 콘솔이 있으면 시트가 회전할 때 제약이 많은데, 콤팩트 전기차에서는 자율주행 시트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좁아졌기 때문에 센터 콘솔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주행 모드와 시트, 공조 장치 등을 조작하는 스마트 암레스트 기능을 운전석에 담았다. 평소엔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스르륵 등장하는 장치로, 올해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기존에는 시트만 중점적으로 디자인했다면, 이번에는 실내 인테리어까지 고려하면서 디자인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 해도 신체와 맞닿는 시트는 사라지지 않을 테고, 시트가 인테리어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인테리어 담당 디자이너와 협업하면 가능성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뒷좌석에는 VIP를 위한 수퍼 릴랙션 모드를 적용했다

Q.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1세대 시트가 운전자 중심이었다면, 2세대 시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뒷좌석에 VIP를 위한 기능인 수퍼 릴랙션 모드를 적용했다. 2세대 시트는 노멀(일반 모드), 커뮤니케이션(앞좌석이 안쪽으로 15도 회전), 수퍼 릴랙션 3가지 모드로 나뉜다. 물론, 승·하차가 편하도록 시트가 바깥쪽으로 향하는 이지 액세스 기능도 있다. 


수퍼 릴랙션 모드에서 뒷좌석은 비행기 1등석처럼 편안한 자세를 취하도록 각도를 조절한다. 이를 '무중력 시트'라고 부르는데, 그랜저에 적용된 동승석 릴랙션 컴포트 시트와 구조적으로 비슷하지만, 시트를 훨씬 큰 폭으로 조절하고 엉덩이 부위의 무게중심을 변경해 한결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뒷좌석 가운데 암레스트 밑 공간을 냉·온장 기능 및 컵홀더,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VIP 시트 오른쪽에는 탑승자가 차 안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슬리퍼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효율적으로 공간을 쓰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인 동시에, 제네시스 오너를 위한 감동 요소인 셈이다. 시트 표면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넣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세대 자율주행 시트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기하학적인 패턴까지 곁들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Q. 사람의 몸과 맞닿는 시트는 승차감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다. 승차감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질문처럼 시트는 승차감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우리가 양산 중인 제품 중 착좌감이 편안하다고 평가받는 기아 K9의 시트 윤곽선(FCL, Free Contour Line)을 활용해 차세대 시트를 디자인했다. 


시트 내부 충전재도 착좌감과 시트의 쿠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 도로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충전재를 시험한다. 2세대 시트는 디자인과 기능, 형태를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친환경 소재인 재활용 울을 활용했다. 가죽은 단 한 장도 쓰지 않았다.

앞좌석이 서로 마주 보고 15도 회전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드의 모습

Q. 자율주행 시대에는 교통사고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만에 하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시트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시트를 개발할 때 강도와 내구성을 시험하는 항목이 수십 가지에 달한다. 차세대 시트의 경우 BIS 프레임을 적용했고, 작년에 시트 벨트 앵커 테스트와 전·후방 충돌 안전도 관련 테스트도 진행했다. 


자율주행 시트의 안전성과 관련해 다각적인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예컨대 누운 듯 편한 자세에서 사고가 났을 때의 안전 확보를 위해 시트 쿠션 아래 에어백을 넣어서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시트 벨트와 시트 벨트 뭉치에 에어백을 넣는 방법도 고안 중이다. 시트 안쪽 볼스터에 에어백을 넣는 센터 에어백은 곧 양산될 예정이다. 


고민 중 하나는 앞좌석이 서로 마주 보고 15도 회전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드에서의 충돌 안전성이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충돌을 미리 감지해 시트를 원래 상태로 빠르게 되돌리는 것인데, 아직 논의 중인 부분이다.

홍성경 시트디자인팀장은 '이동성을 위해 교감하는 지능형 시트'가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Q. 여러 제조사가 운전의 즐거움, 극한의 안전 등의 개념을 제시하며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이고 있다. 두 연구원은 어떤 마음으로 차세대 시트 개발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16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에 원하는 키워드와 트렌드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핵심 키워드가 바로 '휴식'이었다. 휴식, 수면, 독서, 오락 등 개인의 여가와 관련된 편안한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우리 역시 '휴식'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등장할 시트는 지금까지의 시트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편안한 착좌감, 안전성, 첨단 기능 탑재, 부수적으로 생길 수 있는 시장의 요구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넥티드카 개념은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데, 서버와 지속해서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메모리가 계속 작동해야 한다. 시트에는 전원이 계속 공급되기 때문에 메모리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미래의 시트를 만들려면 현대트랜시스의 역량을 강화하는 건 물론, 자동차 제조사와의 끈끈한 협업이 중요하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지금보다 한 단계 진화한 시트, 즉 '이동성을 위해 운전자와 교감하는 지능형 시트'를 만드는 것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홍성경 시트디자인팀장(좌)과 이재성 시트구조설계팀 책임연구원(우)을 만나 자율주행 시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트가 더욱 중요해지리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자율주행 시대의 시트가 어떻게 진화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사진. 김범석

◆ 이 칼럼은 현대트랜시스의 견해이며,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시트 개발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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