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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로브, WRC 칠레 랠리서 이적 후 첫 포디엄 등극

올해 처음 치러지는 2019 WRC 칠레 랠리에서 현대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의 세바스티앙 로브가 첫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했다. 9년 연속 월드 챔피언 기록을 가지고 있는 WRC의 전설 로브는 종합 3위로 경기를 마치며 클래스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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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치러진 2019 WRC 6라운드 칠레 랠리의 총 주행 거리는 1,245.84km이며, 16개의 SS(스페셜 스테이지) 304.81km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32번째 WRC 개최국으로 이름을 올린 칠레 랠리는 올해 처음 치러지는 만큼 각 팀이나 드라이버에게 자료가 없어 어느 팀이 기선을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현대팀은 올 시즌 5번의 레이스에서 최근 2연승(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랠리)을 기록 중인 상황. 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가 이번 레이스의 관건이었다. 

칠레 랠리는 흙과 자갈이 단단하게 뒤섞인 그래블 노면으로 구성됐다

같은 남미라고 해도 아르헨티나에 비해 속력을 높일 수 있는 코너로 구성된 칠레 랠리는 전 구간이 단단한 그래블(흙과 자갈이 섞인 비포장도로) 노면이다. 타이어 선택과 드라이버의 빠른 판단력, 거칠고 단단한 노면에 대한 빠른 적응 등이 승부의 관건이다. 또한, 고산지대의 특성상 예측할 수 없는 날씨로 인해 노면이 미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을 팀과 드라이버들이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매우 중요했다.


6개의 SS가 준비된 첫 날 일정은 탐색전으로 가득했다. 칠레에서 가장 먼저 기선을 잡은 팀은 도요타. 야리 마티 라트발라와 크리스 미크가 SS1에서 같은 기록으로 공동 1위를 차지하면서 도요타는 상승 기류를 타는 듯했다. 포드와 시트로엥팀이 그 뒤를 쫓고 있었으며 티에리 누빌과 안드레아스 미켈슨, 세바스티앙 로브를 기용한 현대팀은 중위권에 포진하며 첫 일정을 마쳤다. 

SS1에서 6위로 쳐졌던 티에리 누빌은 SS2에서 단숨에 3위로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SS2부터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선두였던 라트발라가 고속 코너에서의 차량 오버스티어로 고전하며 5위까지 추락하고 시트로엥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와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각각 2위와 3위에 랭크되며 본격적인 선두 다툼이 시작됐다. SS1을 8위로 출발한 세바스티앙 로브 역시 선두 그룹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분전하며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었다. 누빌은 이어진 SS3을 1위로 마치며 2위 오지에와의 기록 차이를 0.5초까지 줄였고, 로브는 SS3를 5위로 마치며 전체 7위로 선두권을 향해 순위를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었다.


도요타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SS2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라트발라가 SS4에서 누빌을 잡으며 3위로 올라섰다. 선두는 여전히 도요타팀의 오트 타낙이 유지 중이었으며 2위 오지에와의 기록을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오후 일정이 시작되면서 누빌이 바빠졌다. 선두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위권 선수들이 하나, 둘씩 칠레 노면에 적응해가며 누빌의 뒤를 바짝 쫓았기 때문이다. 팀메이트인 로브를 비롯해 도요타팀의 미크, 포드팀의 엘핀 에반스와 티무 수니넨 등 중위권 선수들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첫날 마지막 일정인 SS6에서 누빌은 3위 라트발라를 0.6초까지 따라 붙으며 중위권 선수들의 추격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SS7부터 SS12까지 치러진 토요일 일정은 그야말로 난전에 난전을 거듭했다. 비가 내려 노면은 미끄러웠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선두는 여전히 도요타팀의 오트 타낙이 유지 중이었고, 2위인 시트로엥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선두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SS7까지 맹렬한 기세로 선두를 쫓던 티에리 누빌은 SS8에서 불의의 사고로 리타이어 하고 말았다

SS7에서는 현대팀 티에리 누빌의 활약이 돋보였다. SS7을 1위로 마친 누빌은 3위를 달리던 도요타팀의 라트발라를 6.9초 차이로 제치며 다시 한번 3위로 올라섰다. 2위 오지에와의 차이는 1.4초,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될 참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빌의 추격은 SS8에서 막을 내렸다. 


23.09km가 배정된 SS8의 13.9km 부근에서 누빌은 전복사고를 당했다. 누빌의 경주차는 긴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왼쪽 뱅크에 부딪히고 10바퀴 이상을 구르고 나서야 멈췄다. 경주차가 완전히 부서질 정도로 큰 사고였다. 다행히도 누빌과 코드라이버 니콜라스 질술은 사고 후 곧장 자력으로 탈출했고, 이후 두 선수는 현장에 도착한 헬리콥터를 이용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고 골절이나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질술은 사고 후 인터뷰에서 “사고 직후 차체 뒤쪽의 브레이크에서 화재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 누빌과 나는 차에서 빠르게 탈출했고 나는 소화기를 찾아 달궈진 브레이크에 뿌려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우리가 큰 부상을 입어 자력으로 탈출하지 못했다면 더 큰 사고에 휘말렸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WRC 경기에서 발생한 사고 중 가장 큰 사고였으나 강화된 안전규정 덕에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결국 현대팀의 에이스 티에리 누빌은 SS8에서의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도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WRC의 전설, 세바스티앙 로브는 SS7부터 페이스를 올려 종합 순위 4위까지 치고 올랐다

한편 세바스티앙 로브를 SS7부터 페이스를 올리더니 SS8을 1위로 마치며 종합 순위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3위 라트발라와 기록차이는 약 16.2초, 로브의 추격은 계속 되었다. 그는 이어진 SS9, SS10, SS11에서도 계속 기록을 줄이며 라트발라를 강력하게 압박해 3.9초 차이까지 따라 붙는 데 성공했다.


궁지에 몰린 라트발라는 안타깝게도 SS12에서 드라이브 샤프트가 부러지며 선두 경쟁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로브는 단숨에 라트발라를 넘어 2위 오지에 사냥에 나섰다. 로브는 둘째 날 마지막 스테이지인 SS12에서 또다시 스테이지 1위를 차지, 2위 오지에와 차이를 5.1초까지 좁히는 데 성공하며 2일차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 했다. 

세바스티앙 로브는 관록과 실력을 뽐내며 마지막까지 선두를 위협했다

어느 정도 칠레 랠리의 윤곽이 드러난 상황에서 시작된 마지막 일정은 파워 스테이지를 포함해 총 4개의 스테이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선두는 여전히 타낙으로 2위와 무려 30초 이상의 큰 차이를 내며 순항 중이었기에, 마지막 날 관전 포인트는 약 5초의 갭을 두고 다투는 디펜딩 챔피언 오지에와 WRC의 전설 로브의 대결로 좁혀졌다. 


페이스를 가득 올린 로브는 특유의 노련함으로 SS13에서 2위 오지에와 차이를 1.1초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좁은 노폭과 단단하고 미끄러운 노면에서 로브는 오지에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오지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오지에는 SS14에서 1위 기록을 차지하면서 1.1초 차이까지 따라온 로브와의 기록을 다시금 5.3초까지 벌려내며 2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어차피 종합 선두를 달리는 타낙을 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지에는 로브를 방어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듯했다. 로브는 이에 보란 듯 SS15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달성했고, 이는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오지에보다 0.7초 빠른 기록이었다. 


결국 로브는 오지에를 4.6초 차이까지 다시 따라 붙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으나 칠레 랠리의 마지막 스테이지인 SS16에서 오지에보다 0.6초 늦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끝내 오지에를 넘어서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이변을 기대했지만, 결국 로브는 칠레 랠리에서 3위의 성적으로 만족해야 했다. 

세바스티앙 로브와 코드라이버 다니엘 엘레나(우측)는 노련미를 뽐내며 칠레 랠리 3위를 기록했다

결국 칠레 랠리의 최종 우승자는 도요타팀의 오트 타낙이 이름을 올렸고, 시트로엥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2위, 현대팀 세바스티앙 로브는 3위로 경기를 마쳤다. 로브는 보너스 포인트가 걸려 있는 파워 스테이지에서 4위를 기록하면서 보너스 포인트 2점을 추가했다. 현대팀의 안드레아스 미켈슨은 종합 순위 7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라운드까지 드라이버 챔피언십 1위를 달리던 티에리 누빌은 리타이어로 포인트 획득에 실패해 110점에 머무르며 3위로 하락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2위를 달리던 오지에가 이번 칠레 랠리 2위로 122점을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고, 칠레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낙은 30점을 획득하면서 112점으로 2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세바스티앙 로브는 활약 덕분에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에서 선두를 유지했다

한편 제조사 부문에서는 21점(3위와 7위)을 보태면서 178점으로 여전히 현대팀이 선두를 유지 중이다. 2위 도요타팀은 149점으로 현대에 비해 한참 뒤져있는 상황이며, 그 뒤를 시트로엥팀이 143점으로 바짝 추격 중이다. 다음 경기는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포르투갈에서 열린다. 한참 기세가 오르던 현대팀이 칠레 랠리에서의 부진을 털고 포르투갈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글. 황욱익


바퀴 달린 건 다 좋아하는 남자. 카트 레이서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테스트 드라이버이며, 국내 최초 자동차 전문 토크쇼 < The Garage >의 기획자이자 진행자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 상 세계 각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전천후 자동차 칼럼니스트이다. <딴지일보>와 <모터매거진>, < SBS 모터스포츠 > 해설위원을 거쳤으며 현재는 자유기고자, 자동차 이벤트 기획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2016년 출판된 <클래식카 인 칸사이>가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히스토리와 클래식카 문화를 다룬 2권의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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