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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힙스터는 어떻게 클래식카와 사랑에 빠졌나

국내 1세대 스트리트패션 브랜드 편집숍 직원이 출시된 지 20년도 더 된 클래식카를 타고 다닌다. 스트리트패션과 클래식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조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주인공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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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 형태의 점프 슈트를 입고 스냅백을 쓴 김경업 씨. 참고로 저 점프 슈트는 작업복이 아니라 일상에서 그가 입고 다니는 옷이다. 그가 불혹의 중년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차림새다

판매성공 여부를 떠나 완성차 제조사는 저마다 기념비적인 모델을 갖고 있다. 기아차에게는 엘란과 프라이드가 그렇다. 영국 로터스에서 들여와 국내 정통 스포츠카의 시초가 된 엘란은 1996년 출시 당시 자동차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으며, 1987년생 프라이드는 브랜드 최장수 모델로서 지금의 기아차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두 모델 모두 여느 클래식카에 비하면 다소 연식이 낮지만, 그 가치만으로 클래식카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기아차 박물관에 있을 법한 이 두 차를 타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힙스터가 말이다. 

프라이드 지붕의 검투사 투구 모양 스티커는 그가 활동하는 달리기 동호회의 상징이다

주인공인 김경업 씨의 차는 1996년식 프라이드와 엘란이다. 스트리트패션을 좋아하고, 업계를 대표하는 편집샵 소속인 그와는 어딘가 모르게 거리가 느껴지는 조합이다. 유행에 밝은 그가 이처럼 오래된 차를 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프라이드와 엘란을 타게 된 경위를 묻자 그는 자신의 첫 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손자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 덕에 또래보다 일찍 자가용을 갖게 됐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돌아온 그에게 할머니가 안겨준 선물이었다. 제대 후 2년 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된 20대 초반의 청년 김경업에게 자동차는 자유 그 자체였다.

이른바 페스티바룩(수출용 프라이드 외관의 특징 요소를 적용한 튜닝)으로 불리는 프라이드만의 튜닝 스타일이다. 김경업 씨가 차량을 매입하기 전 이미 튜닝이 완료돼 있었다

“내 차가 생기면서 친구들에 비해 운전을 빨리 시작했어요. 그 덕에 차가 없는 또래들은 하기 어려운 경험을 일찌감치 할 수 있었죠. 전국 투어부터 차로 가능한 것들은 죄다 했어요. 그런데 차에 대한 경험이 너무 일렀던 건지, 많았던 건지 어느 순간 싫증을 느꼈어요. 또래들이 첫 차를 살 때 즈음 이미 차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자전거에 관심을 가졌어요.”

시간이 날 때면 김경업 씨는 차 지붕 위에 자전거를 고정하고 교외로 라이딩을 나간다

이후 그는 한동안 차를 멀리했다. 가능한 한 자전거로 이동했고,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는 회사차를 이용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친구의 차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네모지게 각진 모양이 한없이 예뻐 보였다. 김경업 씨는 그때부터 자신에게 차를 팔라고 친구를 설득했다고 한다.

오디오 시스템도 튜닝이 돼 있다. USB를 이용하면 1996년식 프라이드에서 최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가 전화해서는 갖고 있는 차 중에 한 대를 팔겠다는 거예요. 그게 프라이드였어요. 바로 제가 사겠다고 하고 가져왔죠.” 그렇게 그는 2014년에 다시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지금까지 5년 동안 프라이드는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닐 때 김경업 씨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그는 시내 주행에서는 이만한 차가 없다고 말한다. 

해치백 스타일의 프라이드는 1987년 출시 이후 국산 소형차를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프라이드는 서울 도심에서 너무 편하고 좋아요. 1.3리터 엔진이 정말 경쾌하고, 자동 변속기와의 조합도 반응이 빨라요. 신호 대기로 잠깐 멈췄다 출발해도 다른 차에 뒤쳐지지 않아요. 고속도로에서도 전혀 문제없고, 재미있게 타고 있어요.”

김경업 씨는 인터뷰 내내 엘란의 곡선 구간 주행(코너링) 성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라이드가 한 눈에 반해서 산 경우라면 엘란은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2년 전인 2017년 봄, 따사로운 햇살과 꽃향기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컨버터블(지붕이 열리는 형태의 자동차) 구매를 마음먹었다. 물론, 클래식카로 말이다. 당시 1990년대 출시된 수입 브랜드의 다른 모델들도 매입 후보군에 올라 있었지만, 최종 승자는 엘란이었다. 

엘란의 소프트탑은 자동이 아닌 수동 개폐형이다

“컨버터블을 사고 싶어서 후보 모델들에 관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다른 모델에 비해 엘란이 더 좋았어요. 개발 배경부터 외관 디자인, 주행 감각 등 다른 차에 비해 재밌는 특성이 더 많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팝업 헤드램프는 그 시대에만 나왔던 특징적인 요소인데, 등을 켜면 되게 예뻤어요. 엘란 만의 분위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주행 성능도 대단해요. 특히 코너링을 할때면 이 차가 20년 넘은 차가 맞나 의심될 정도에요. 코너 깊숙이 들어갈 때면 짜릿함까지 느껴요. 운전석 위치도 낮아서 모든 감각이 더 역동적으로 다가오고요.” 

오디오를 들어낸 자리가 훤하게 드러나 있다. 여유가 될 때 구해 놓은 순정 오디오를 끼울 참이다

하지만 엘란은 나름 관리가 잘 됐던 친구의 프라이드와 달리 구매 당시 차량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진 떨림 현상까지 있었다. 내부의 녹을 긁어 내고, 고장 난 실내 부품을 모조리 들어낸 뒤 엔진도 달릴 수 있는 상태로 고쳤다.

오른쪽 테일램프 위에 김경업 씨가 이용하는 클래식카 전용 공업사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리 때문에 애를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란도, 프라이드도 매입 직후 마음 먹고 하루를 투자해 엔진을 비롯해 고장 나거나 문제가 있는 부속은 전부 교체했다. “감사하게도 프라이드는 동호회가 활발해서 수리 및 부품 관련 인프라가 잘 형성돼 있어요. 그리고 판매량이 높았던 모델이기도 해서 순정부품뿐만 아니라 재생부품도 쉽게 구할 수 있고요.”



이는 엘란도 마찬가지다. 그는 두 차량 모두 부품 수급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현대기아차 모델을 타는 큰 요소 중 하나가 편리한 수리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전화 한 통이면 2~3일 안에 부품을 받을 수 있어요.” 옛날 차라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고 한다. “프라이드 엔진 손볼 때 부품만 30개 정도 바꿨는데, 비용이 30만 원 정도였어요. 정말 싸죠. 다른 브랜드 차였다면 몇 백만 원 깨졌을 지도 몰라요. 요새도 오일필터는 겨우 2200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엘란의 왼쪽 팝업 헤드램프가 올라가지 않자 손으로 직접 올리면서 김경업 씨는 “이것이 클래식카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일일이 손수 차량 관리를 하는 것도 재미다. 김경업 씨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래식카 전용 공업사에서 차량 수리 방법을 배워가며 프라이드와 엘란을 운행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오고 있다. 오래된 차를 직접 만져서 되살려 놓는 것. 그가 클래식카를 즐기는 이유 중 하나다. 



“기계식 차를 운전하는 맛도 있지만, 차를 만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주인이 여럿 바뀌면서 군데군데 망가진 상태로 저에게 왔는데 수리 후 제대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희열이 엄청나요.”

독수리 발톱 형상의 엘란 휠. 순정 휠이 귀해서 여기저기서 팔라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업무가 바빠 차에 신경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외장 색을 비롯해 엘란을 최대한 순정에 가깝게 복원할 계획이다. 이미 오디오를 비롯해 각종 버튼도 구해 놓은 상태다. 반면, 프라이드는 튜닝이 돼 있는 모습으로 간직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페스티바룩이 마음에 들어 매입하기도 했고, 바뀐 모습이 조금 더 젊은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그에게 차량을 출고 때와 똑같이 복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꼭 순정 상태와 같은 모양일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된다. 



“단순히 튀고 싶어서 클래식카를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프라이드와 엘란의 생김새가 제 취향이었어요. 요새 나오는 신차들의 기능이 부럽긴 하지만, 아직은 클래식카를 더 즐기고 싶어요. 늘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에는 호감을 느끼지 못했고, 서브컬처(하위문화)를 즐겼어요. 지금껏 걸어온 인생도 그랬고요. 스트리트패션을 다루는 저의 직업도 같은 맥락인 거죠.”

한 번 산 물건은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는 김경업 씨는 엘란과 프라이드도 팔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클래식카를 타는 마지막 이유. 바로, 사람이다. “프라이드와 엘란을 매개체로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귀었어요. 신기하게도 자동차라는 공통의 관심사 하나로 연령과 직업 불문하고 서로 금세 친해지고,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나요. 차 외적으로도 모임이 커지고요.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은 게 가장 값지고 보람차요.” 김경업 씨는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제 차가 멋지거나, 고가의 차는 아니지만 저에게만은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차입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그는 자전거나 슈퍼모타드(오토바이의 한 종류)를 싣고 다닐 차를 물색 중이다. 후보는 현대차의 대표 클래식카인 포니2 픽업이다. 조만간 그에게 또 하나의 클래식카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사진.박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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