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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N 연구원 인터뷰] 자동차 마니아, ‘성덕’이 되다

고성능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얼마나 뜨거운 열정과 진심이 있을까? 자동차 마니아로 태어나 '성덕'의 꿈을 이룬 현대·기아차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권종혁 책임연구원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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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자동차를 좋아해서 자동차를 주제로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신차나 날렵한 쿠페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돌아가고 맛깔스러운 배기음을 가진 고성능차를 보면 가슴이 저릿해진다. 아마 ‘차 좀 좋아한다’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이런데, 고성능차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차를 좋아할까? 



그래서 고성능차 개발 연구원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고성능 N으로 국산차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주인공 중 한 명이자,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고성능차성능개발1팀에서 새로운 고성능차를 담금질하고 있는 권종혁 책임연구원이다. 그는 어떤 열정과 꿈을 품고 자동차 개발 현장에 뛰어들었을까? 어릴 때부터 차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말하는 권종혁 책임연구원. 고성능차 개발을 위해 직접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하게 된 배경과 갤로퍼를 리스토어해서 타고 다니는 사연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혈관에 엔진 오일이 흐르는 자동차 마니아

대학생 시절 자작자동차대회에 출전하며 자동차 개발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 권종혁 책임연구원(좌)

Q. 언제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고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했나? 처음 매력을 느낀 차는 뭔지 궁금하다.


사실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어렸을 적부터 자동차 장난감만 쥐어주면 울음도 뚝 그쳤다고 한다. 어딜 가든 신나서 차를 구경했고, 4~5살 꼬마 때도 지나가는 차가 뭔지 물어보면 모르는 게 없을 만큼 차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과장 좀 보태면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자동차 마니아였다고 할 수 있다(웃음).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차는 현대차 갤로퍼다. 네모 반듯한 차체가 강인해 보였고, 차량 하부의 기계적인 구조에 매력을 느꼈다. 트랜스퍼 케이스나 판 스프링, 두꺼운 로어 암 같은 것들 말이다. 같은 이유로 갤로퍼를 좋아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권종혁 책임연구원의 아버지 역시 상당한 자동차 마니아라고 한다

Q.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가족들의 걱정은 없었나? 


사실 우리 아버지도 취미로 자동차 전장회로도를 살펴볼 정도로 자동차 마니아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자가 정비를 할 정도였다. 리스토어 작업 중인 내 차(갤로퍼)에 아버지가 오토 라이트, 오토 도어락, 리모컨 키 등 전장 부분 작업을 도와주겠다며 본인 차례를 기다리고 계실 정도다. 가끔 어머니가 자동차 환자들이라며 질색하신다(웃음). 


고성능차를 만드는 마음이란

그의 해맑은 미소 뒤에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고성능차를 만들겠다는 열정과 집념이 숨어 있다

Q. 자동차를 너무 사랑했기에 현대차에 연구원으로 입사까지 했을 거다. 어떤 과정을 거쳐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부서에까지 오게 됐나? 


2010년 현대차에 입사했을 때 남양연구소 기술센터 차량성능개발1팀에 있었다. i30 2세대 개발 프로젝트에 처음 투입됐고, 그 뒤로 i20 WRC 랠리카 선행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i20 WRC 랠리카는 현대차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실제 대회까지 출전한 모델이기에, 회사 내부에서도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 당시 랠리카를 개발하려면 랠리카의 실제 주행 환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전 세계 랠리카 코스를 꼼꼼히 연구해 연구소 시험장에 랠리카 코스를 직접 만들고, 시험까지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나아가 연구소 내부에 일종의 자동차 서킷인 고속핸들링시험로 설계 담당자로 투입돼 고성능 시험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요구하는 서킷 규격을 일일이 공부해 시험로를 구축한 것이다. 덕분에 고성능차를 개발할 때 어떤 주행 환경이 필요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뒤에는 제네시스 G70 선행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제네시스 G70는 세계에 진출한 뒤로 수많은 호평을 받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Q. 제네시스 G70와 고성능 N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12살 때부터 자동차 전문 잡지를 구독했는데, 그때부터 현대차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잡지를 고를 때 현대차 기사, 특히 해외 모델과 비교한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고 구매할 정도였다. 현대차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아쉬웠고, 다음에는 더 좋은 기사가 나오길 응원했다. 그랬던 소년이 어느 순간 현대차의 연구원이 되고, 직접 개발에 참여한 G70와 고성능 N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까지 받으니, 그 뿌듯함은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권종혁 책임연구원은 고성능 N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도 직접 달렸다

Q. 고성능 N에 대한 평가에 만족하고 있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 고성능 N은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성능차 하면 운동선수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를 애국심으로 응원하듯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고성능 N 브랜드를 지켜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고성능 모델은 단번에 등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진 계보가 있었고,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기까지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그렇게 오랜 준비를 통해 나온 i30 N이 폭스바겐 골프 GTi, 혼다 시빅 타입 R 등 쟁쟁한 경쟁 모델과 동등한 평가를 받으니 기분이 정말 좋다. 나중에는 BMW M3, 메르세데스-AMG C 63 같은 고성능 후륜구동 모델도 개발하고 싶다.

2017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참가 당시 함께한 현대차 개발진과 찍은 단체 사진

Q. 고성능 N의 등장으로 국내 모터스포츠 열기가 한층 후끈해진 것 같다. 직접 참가할 생각은 없나?


예전에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예전에 기아차 K3 쿠페로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에 나갔었는데, 올해 벨로스터 N컵이 새로 열리니 다시 레이싱하고 싶어 심장이 쿵쾅거린다. 레이싱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희열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참여하기 힘들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KSF 출전을 계기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도 나가게 됐다. 자동차 마니아로서는 굉장히 기쁜 일이지만,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일의 당사자가 되는 건 큰 압박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도전 그 자체다. 회사가 연구원들의 능력,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신뢰했기에 가능했던 모험 같은 일이었다. 



Q. 레이싱에 참여한 것이 자동차 개발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트랙에서 차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면 차량의 성능이 제대로 나오는지,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연구원 입장에서 직접 레이스에 참여하면 실제 주행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온 몸으로 느끼고, 이를 반영할 수 있다. 때문에 개발자가 아닌 평가자의 입장에서 트랙 주행에 참여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고성능 N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권종혁 책임연구원은 짜릿한 고성능 N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의 영혼이 하나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Q. 고성능 N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인사말 부탁한다. 


나 역시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 중 한 사람이다. 다만 운 좋게 일반인보다 신차를 좀 더 먼저 만나고, 성능을 단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고성능 N은 운전의 즐거움, 재미, 짜릿함 등 자동차 마니아들의 영혼을 원초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태어났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고성능 N을 만날 텐데, 그때 우리의 영혼이 연결돼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고성능 N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교감을 위해 태어났으니까. 


내가 국산 올드카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권종혁 책임연구원은 직접 복원 중인 1993년식 갤로퍼를 운전한다. 그가 올드카를 운전하는 이유는 이렇다. 

권종혁 책임연구원은 고성능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올드카의 예스러운 감각도 사랑한다

Q. 내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들어보는 건 대부분 자동차 마니아의 꿈인 것 같다.


이 갤로퍼의 이름은 ‘네모’다. 1993년식이니까 올해로 26살이다. 6년 전에 데려와서 외장 도색이나 변속기를 완전히 분해해 수리한 것 외에는 대부분 내 손으로 작업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직접 손 보느라 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존재기도 하다. 



Q. 올드카를 타면서 복원하거나 관리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사실 직접 리스토어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 비용, 그 외에도 많은 걸 투자해야 한다. ‘네모’를 데려온 뒤로 지금까지 1,000만 원 정도 들였고, 지금도 틈 날 때마다 손 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개발 분야기 때문에 일단 하체부터 관리했다. 전국을 뒤져 순정 휠을 구해 끼우고 랠리 명가로 이름난 BF 굿리지 오프로드 타이어를 신겼다.

권종혁 책임연구원의 갤로퍼 '네모'가 하루 빨리 멋진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지금 실내 방음 작업 중이라 아직 내장재 복원을 마치지 않았는데, 원목으로 만든 이탈리아 나르디 사의 스티어링 휠을 달아 놓으니 분위기가 산뜻해졌다. 엔진 누유가 약간 있어서 나중에 가솔린 엔진으로 교체하거나, 전기차 개조 관련 법규가 마련되면 전기차로 개조해보고 싶다.

나란히 서 있는 권종혁 책임연구원의 애마, '흰둥이'와 '네모'

Q. 다른 차는 없나? 


‘흰둥이’라는 이름의 제네시스 쿠페를 가지고 있다. 갤로퍼가 올드카의 감성을 준다면, 제네시스 쿠페는 고출력 후륜구동 스포츠카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을 갖고 있다. 특히 코너 탈출 시 오버스티어를 컨트롤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현대차에서 이런 차를 개발했다는 게 고마울 정도다.


갤로퍼와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차 역사에 상징적인 모델이자, 도전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성능 N도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언젠가 내 차를 전시해놓고 볼 수 있는 소소한 갤러리를 하나 차리는 것이 꿈이다. 

사진.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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