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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대형 SUV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에선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미국에선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의 인기가 뜨겁다.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는 대형 SUV 유행의 원인과 현황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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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단연 효율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배기량과 실린더 수를 줄인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이 대두하고, 효율을 극대화한 하이브리드 기술과 배출가스 제로를 실현하는 전기차가 주목받는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형 SUV가 인기의 중심에 섰다. 트렌드를 역행한 대형 SUV가 인기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대형 SUV와 인기의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글로벌 경제 호황이 부른 대형 SUV의 인기

고유가 흐름과 소비 위축 현상으로 대형 SUV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 SUV는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고유가, 대형 SUV 시장의 최대 판매처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소비 위축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특히 대형 SUV처럼 상대적으로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떨어지는 차량은 치명타를 입는다. 



하지만 2016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SUV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연비가 낮은 대형 차량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고,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든 점이 호재가 됐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곧 세계 경기의 호황을 뜻한다. 대형 SUV의 판매 호황은 미국 경제 회복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 호황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 팰리세이드 같은 한국 기준 대형 SUV는 미국에서는 중형으로 분류되고, 대형 SUV는 따로 있지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 글에서는 팰리세이드급을 대형 SUV로 통일합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대형 SUV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우디 Q8, BMW X7, 롤스로이스 컬리넌, 인피니티 QX60)

경기 훈풍을 맞은 현재 북미 시장은 그야말로 대형 SUV의 격전지다. 도요타 하이랜더,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스바루 어센트 등 수많은 대형 SUV 신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1월 출시된 기아 텔루라이드가 경쟁에 가세해 시장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프리미엄 브랜드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BMW와 아우디가 서로 경쟁하듯 X7과 Q8을 내놓았고, 심지어 롤스로이스마저 브랜드 역사 처음으로 컬리넌이라는 대형 SUV를 선보였다.


체질 개선에 성공한 도심형 SUV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는 험로에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지만, 너무 무겁고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

과거 SUV는 험준한 노면을 이동하는 뚜렷한 목적지향형 자동차에 가까웠다. 장애물을 잘 넘기 위해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보하고 높은 차체에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험로 탈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오늘날 SUV는 세련된 디자인과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자동차가 아니라, 넓은 실내 공간과 멋진 스타일, 그리고 뛰어난 주행 성능을 모두 갖춘 자동차로 진화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로 섀시를 꼽을 수 있다. 과거 SUV는 대부분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을 채택했다. 차체 하부 강성을 확보하고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레임 방식은 매우 무거운 데다 실내 공간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최근 SUV는 모노코크 방식을 적극 사용한다. 모노코크는 단단한 보디 셸(Body Shell)이 외피 역할과 뼈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덕분에 프레임을 따로 제작할 필요도 없고 무게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존 프레임 자리에 시트와 트렁크가 대신 자리하면서 실내 공간 활용성은 크게 향상됐다.


즐기는 데 집중하는 라이프 스타일

세단에서 대형 SUV로, '나만을 위한 차'에서 '우리를 위한 차'로 바뀌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SUV의 인기를 끌어올렸다. 오늘날 자동차는 자신의 여가를 뒷받침하는 도구로 적극 활용된다. 과거엔 품위 있는 세단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대형 SUV를 더 선호하게 된 셈이다. 즉,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진 만큼 실용적인 SUV는 더 주목받게 되었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SUV의 매력을 금세 피부로 느끼기 마련이다. 뒷좌석에 유아용 카시트를 달고 아이에게 필요한 짐과 유모차를 트렁크에 싣고 나면, 왜 사람들이 그토록 대형 SUV를 찾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



꼭 부모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1~2인 가족에게도 대형 SUV는 여전히 인기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삶의 무게 중심이 근로에서 여가로 이동하면서 여가 시간을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자전거 투어, 스키, 보드, 오토 캠핑, 카약, 서핑, 로드트립 등 여가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들의 레저 생활과 SUV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뒷좌석을 접어 쉽게 공간을 넓히고, 아늑한 침대가 되어주기도 하며, 가끔씩 만나는 눈길과 진흙길조차 걱정 없이 지날 수 있으니 말이다.

대형 SUV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침대로 탈바꿈한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도 발을 맞췄다. 기아차는 텔루라이드를,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북미 시장 전용 모델로 개발된 텔루라이드는 출시 한달 반 만에 5,395대가 판매되는 등 이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팰리세이드 역시 국내에서 사전계약만 2만 대 이상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대형 SUV 열풍에 자연스레 합류한 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텔루라이드, SUV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을 흔들다

2019 북미 오토쇼에서 공개된 텔루라이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아차가 지난 1월 북미 오토쇼에서 공개한 텔루라이드는 남성적인 디자인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첨단 사양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된 지 갓 두 달이 지난 이 차량의 판매량을 주목해보자. 텔루라이드는 2월 315대, 3월 5,080대를 판매했는데, 이 수치는 대표적인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닛산 패스파인더의 판매량(월평균 판매량은 5,629대)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미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성향, 갓 데뷔한 차량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텔루라이드의 인기는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의 평가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러 매체는 공통적으로 모하비(미국명 보레고)의 후속 모델로 텔루라이드를 소개했는데, ‘과거 보레고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도 좋다’면서 텔루라이드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텔루라이드의 실내는 한층 개선된 품질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미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 매체인 <카앤드라이버>는 고급스러운 소재가 어우러진 멋진 인테리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나뭇결을 살린 우드 트림과 표면을 고급스럽게 가공한 메탈 트림의 조화가 프리미엄 SUV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했다. 또한 ‘3.8ℓ V6 엔진이 제공하는 풍성한 토크와 정확하게 반응하는 핸들링이 차체 크기를 잊게 할 만큼 빼어난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날카로운 비평으로 유명한 미국 <모터 트렌드> 역시 텔루라이드를 시승하고 호평을 남겼다. <모터 트렌드>가 힘주어 말한 텔루라이드의 장점은 균형 잡힌 상품성과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가치다. 탑승자와의 소통과 배려를 강조한 ‘드라이버 토크’와 ‘콰이어트 모드'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효율적인 3열 접근성도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혼다 파일럿, 도요타 하이랜더 등 경쟁 모델과의 비교도 빼놓지 않았다. <모터 트렌드>는 ‘텔루라이드가 경쟁 모델보다 다채로운 옵션을 갖추고 있으며, 연비 효율 등의 강점을 갖고 있어 결과적으로 도요타, 혼다, 포드는 견제할만한 경쟁자를 두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유명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텔루라이드 시승기는 140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디어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은 텔루라이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소비자 반응의 바로미터가 되는 유튜브에서도 텔루라이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2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브 채널 < Doug DeMuro >는 지난 3월 텔루라이드 시승기를 업로드했다. 이 시승기는 조회수 140만 회, 댓글 6,000여 개가 달렸다(참고로 BMW 3시리즈는 137만 회,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는 150만 회,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65만 회의 리뷰를 기록했다). 



유튜브 리뷰와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텔루라이드의 세련된 디자인, 넓은 실내 공간, 풍부한 편의 장비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또한 북미 시장에서 기아차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영상에 달린 일부 댓글들을 살펴보자. 



Lucky Luck

사실 아내와 나는 다음 차로 텔루라이드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리뷰를 보고 마음을 확실히 정했다. 특히 첨단 안전 장비가 마음에 든다.

 

Jack Kirkpatrick

터프하고 강렬한 스타일이 맘에 든다. 그저 매끈하기만 한 다른 SUV와 확실하게 구별되는 것 같다.

 

Robert Rathman

기아가 제대로 해낸 것 같다. 전반적인 가치나 스타일, 안전과 내구성까지. 경쟁 모델을 충분히 압도한다.


팰리세이드, 국내 시장에 유례없는 대형 SUV 유행을 만들다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펠리세이드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지난 연말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사전계약 첫날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르며 3,468대가 계약됐다. 이후 약 2주(영업일 기준 8일) 동안 진행된 사전계약에서는 무려 2만 대가 넘는 대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 SUV 시장은 2만 대 규모. 팰리세이드는 사전계약만으로 세그먼트 전체가 1년 동안 거둔 판매량을 넘어섰다. 몰린 주문량 때문에 차량 인도가 다소 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팰리세이드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국내 대형 SUV 시장은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당연했다. 우리나라는 도로와 주차 공간이 좁고,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핵가족화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 SUV가 많이 팔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팰리세이드는 유례없는 대박을 터뜨렸다. 팰리세이드는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았을까?

팰리세이드는 세심한 UX기술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팰리세이드의 훌륭한 상품성, 즉 탑승자를 위한 세심한 기술에 크게 공감했다. 팰리세이드는 효율적인 3열 탑승을 위해 스마트 원터치 워크인 & 폴딩 기능을 마련하고 윈도우를 널찍하게 설계해 개방감을 확보했다. 또한 운전자와 탑승객의 소통을 위한 후석 대화 기능, 2열과 3열 탑승객을 위한 USB 포트, 뒷좌석까지 개별 온도 제어가 가능한 3존 풀오토 에어컨 등 모든 승객을 배려한 편의 장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관통한 것으로 보인다.

11.8km/ℓ의 복합연비를 자랑하는 팰리세이드(2.2 디젤), 대형 SUV의 유지비 부담을 크게 줄였다

팰리세이드의 유례없는 인기 요인은 기술의 발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팰리세이드는 현대차 최초로 험로 주행 모드가 추가된 HTRAC을 적용했다. 덕분에 다양한 지형에서 뛰어난 주행 성능을 자랑하며, 동시에 에코 모드를 통해 연료소비 효율을 바짝 끌어올릴 수도 있다. 또한 2.2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복합 11.8km/ℓ라는 훌륭한 연비를 뽑아내기도 한다. 이는 친환경과 효율이 화두인 최근의 흐름에 부합하는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 곧 미국에서 만난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곧 북미 시장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현재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에서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이 시장을 주름잡았던 혼다 파일럿, 포드 익스플로러, 도요타 하이랜더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낸 점은 큰 성과다. 한편 팰리세이드 역시 북미 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플랫폼을 공유한 두 모델은 북미 시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이미 북미에서 높은 상품성을 증명한 텔루라이드, 그리고 국내에서의 호평을 발판 삼아 북미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팰리세이드는 어떤 승부를 벌일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형 SUV 시장에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또 현지의 강호들과는 어떤 경쟁을 펼칠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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