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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87년식 포니2 픽업을 타는 이유

어느덧 반세기. 현대기아차의 초기 모델들이 클래식카 반열에 오르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 오래된 차를 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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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규 씨는 13년째 포니2 픽업을 타고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현대차에게는 포니가 이에 해당된다. 현대차는 독자개발 모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에 들어갔다. 그렇게 1974년 첫 고유모델인 포니1을 공개한 이후, 무려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포니1을 비롯한 포니 시리즈는 현대차의 역사를 대표하는 클래식카로 자리 잡았다. 이 유산 같은 차를 타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젊은 남자다. 그는 포니2 픽업과 함께 20대를 보냈다고 했다. 

포니2 픽업을 사진으로 처음 접했다는 이현규 씨는 차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다고 했다

Q. 포니2 픽업이라는 클래식 차량을 구매한 이유는 뭔가? 


1987년식인데, 차를 산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공동 차주이자 죽마고우인 친구와 2007년 5월 5일에 샀으니 딱 13년 된 셈이다. 군대 전역 뒤 동대문에서 일하면서 차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이라며 포니2 픽업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거다’ 싶었다. 다른 이유 없었다. 그냥 예뻐서 덜컥 구매했다. 



Q. 스타일을 보니 원래 클래식한 것들에 끌리는 사람 같다. 


그렇다. 나와 친구 둘 다 클래식이나 빈티지, 낡은 것들에 끌린다. 당시에는 클래식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서 클래식카를 의식하고 산 건 아니었다. 그냥 옛날 차가 좋았던 거지. 너무 맘에 들어서 차에 ‘알렉’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2007년 이현규 씨가 차를 구매했을 때는 흰색의 순정 상태였다

Q. 포니2 픽업 차주로서 뿌듯했던 기억이 있나? 좋았던 점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질 때다. 반가운 마음에 도로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분들도 있었고, 사람들이 몇 년식인지 물어보면 자랑스럽게 대답하곤 했다. 물론 도가 심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구매 당시 장발로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던 때였는데, 여기 더해 차도 남들과 다른 느낌이 좋았다. 패션과 관련된 나의 일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고 생각한다. 포니2 픽업은 여러모로 내 자존감을 높여줬다. 

이현규 씨의 팔에 새겨진 타투. 그가 이 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Q. 얼마에 구매했나? 차량의 상태는 어땠나? 


딜러가 경남 진주에서 농사 짓는 할아버지한테 100만 원에 가져왔다고 했었다. 그리고 차 값으로 350만 원을 불렀는데, 250만 원으로 깎아 구매했다. 뒤늦게 바가지 썼다는 걸 알긴 했지만. 


처음 차를 인수했을 때 겉은 괜찮았는데 속은 많이 부식된 상태였다. 나중에 보니 펜더를 비롯해 안쪽 여기저기가 녹슬어 있었다. 결국 차를 산 지 1년 만에 라디에이터에 구멍이 났는데, 바로 수리하지 못해서 차를 1년 가까이 세워둬야 했다. 달리라고 있는 차인데 가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슬프더라.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시동도 안 걸리는 차에 혼자 앉아서 “알렉아 미안하다, 형이 능력이 없어서 당장 못 고쳐주겠다”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적도 있다. 

이현규 씨와 공동차주인 친구는 포니2 픽업에 ‘알렉’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Q. 엔진 수리 이후 복원 작업은 했나? 평소 차량 관리를 어떻게 하나? 


구매 이후 지금껏 차를 제대로 복원한 적은 없다. 엔진 오일 교체 등 기본적인 것만 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비소를 찾았다. 다행히 단골 카센터가 집 인근에 있는데 경력이 많은 분이라 오래된 차도 잘 다루신다. 이렇게 13년 동안 고치면서 타다 보니 지금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물론 계속 말썽인 부분도 있지만, 감수할 만하다. 

논파워 스티어링휠은 운전자가 힘을 들여서 움직여야 한다

Q. 30년도 더 된 차인데, 타면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명확할 것 같다.


물론 편하진 않다. 수동 변속기라 손이 자유롭지 못하고, 오래 운전하면 허리와 엉덩이에 쌓이는 피로도가 좀 더 크다. 또, 속도를 낼 수 없어서 제일 오른쪽 차선으로만 가야한다. 최고 시속 12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제동 거리가 길어서 천천히 달려야 한다. 


느려서 좋은 점도 있다. 천천히 가더라도 옛날 차니까 다른 운전자들이 많이 배려해준다. 클래식카로 달리는 맛을 온전하게 느끼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부모님도 현대차를 타셨는데, 두 세대가 함께 현대차를 타고 다니니 뭔가 브랜드의 역사를 공유한 느낌이었다.



Q. 클래식카라고 애지중지하며 모셔두는 사람도 많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클래식카 차주 분들은 차량을 수집해서 복원한 뒤,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투자용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알렉이는 관상용이 아니라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차다. 계기판의 누적 주행거리 표시는 14만 km에서 멈췄지만, 이미 40만 km를 넘게 탔을 정도다. 말 그대로 우리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차의 묘미는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수동 변속기이다

Q. 현재도 매일 차량을 이용하고 있나? 


30년 넘은 차라서 마모된 부품이 많은데 주행할 때마다 하나, 둘 교체할 곳이 생긴다. 확인 차원에서 두 세 달에 한 번 정도만 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문제 없이 굴러가 줘서 고맙다. 

이현규 씨는 길가다가 클래식카를 보게 되면 눈으로만 봐 달라고 당부했다

Q. 튜닝한 흔적이 보이는데, 보유 기간을 늘리기 위해 한건가? 


친구의 제안으로 <체인지 업>이라는 자동차 튜닝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그때 보닛과 천장은 검정색, 차체는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보닛의 에어덕트, 광폭타이어와 검정색 휠, 적재 공간의 롤바도 튜닝의 결과물이다.

에어컨과 히터의 방향을 조절하는 다이얼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다

Q. 차를 초기 상태로 복원할 계획은 없나? 


우리가 생각하는 복원은 출고 상태로 외관을 돌려놓는 것이 아니다. 타고 다닐 수 있게 만드는거다. 알렉이는 지금도 움직일 수 있지만, 조금 더 완벽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예산은 2000~3000만 원 정도 생각하고 있다. 



Q. 더 이상 주행 불가한 상태가 되면 차를 어떻게 할 계획인가? 팔거나 폐차할 건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가능한 오랫동안 함께 할 계획이다. 알렉이는 소유물이라기보다 동생이자 사업 파트너 같은 존재기 때문이다. 정말 주행 불가 상태가 되면 박제해서 집 안에 들여 놓지 않을까? 그런데 포니2 픽업은 카뷰레이터 방식의 옛날 차라 웬만하면 고치면서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이얼 방식의 창문 개폐 손잡이에서 30년이 넘는 세월이 묻어나온다

Q. 다른 클래식카를 추가 구매할 마음은 없나? 


콜벳 C3나 홍콩서 택시로 쓰였던 토요타 컴포트 80년대 식을 갖고 싶기는 하지만 현재는 없다. 개인 차고가 생긴다면 또 모르겠지만. 클래식카 오너가 되면 마음이 많이 쓰인다. 요새는 덜하지만 예전에는 하루에 수 차례씩 오가며 차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할 정도였다. 누군가 차를 만져서 탈이라도 날 까봐 항상 조바심 나니까. 너무 좋아하니 그것도 힘든 일이더라. 

이현규 씨는 포니2 픽업이 차가 아닌 동생같은 존재라고 했다

Q. 13년 동안 포니2 픽업을 운행한 경험자로서, 국내 클래식카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뭘까?


클래식카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조금은 더 생겨나길 바란다. 낯선 사람이 차를 만지거나 하는 행위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다. 좋아해주는 마음이야 고맙지만, 멀리서 지켜 봐줬으면 좋겠다.

이현규 씨는 국내에도 클래식카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생겨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클래식이란? 


자연스러움이다. 옛날 것을 똑같이 복원하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신발도 새 신발 신고 가면 어쩐지 창피하지 않은가.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와야 진짜 클래식이 아닌가 싶다. 




사진. 안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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