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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현대차의 승부수, 8세대 쏘나타

자동차가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이 갈림길에서 현대차는 쏘나타라는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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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 업체의 성공적인 증시 상장이 의미하는 것 

지난 3월 29일, 미국의 승차공유 업체 리프트(Lyft)가 미국 뉴욕증시(NASDAQ)에 공식 데뷔했다. 리프트는 미국 승차공유 시장 2위 업체로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30% 안팎에 이른다.



뉴욕증권거래소 등록 첫날 리프트는 시가총액 222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로 단숨에 데카콘(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신생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에만 9억1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보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치가 얼마큼인지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승차공유 업체 리프트는 뉴욕증시에 상장하자마자 데카콘 대열에 합류했다

문제는 미국 승차공유 시장 1위 기업인 우버(Uber)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아직 나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중 상장이 예정돼 있는 우버의 예상 기업가치평가액은 무려 1200억 달러(약 135조 원)에 이른다. 그렇다. 앞서 ‘이 기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치’라고 적었던 문장은 좀더 상세하게 고쳐 써야 한다. ‘승차공유 기업을 향한 세간의 기대치’라고 말이다. 

8세대 쏘나타는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8세대 쏘나타를 둘러싼 가혹한 환경 

미국 승차공유 시장 2위 기업이 뉴욕증시를 통해 데카콘으로 우뚝 서기 일주일 전쯤, 한국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인 현대차는 그 자신에게 기둥과 같은 브랜드를 일신해 선보였다. 프로젝트명 DN8로 알려진 8세대 쏘나타였다. 5년 만에 선보인 새 모델에 세간은 뜨겁게 반응했다. 과감하고 감각적인 안팎 디자인, 기본기를 한층 충실히 다진 차체, 첨단(尖端)이란 수식에 꼭 들어맞는 안전사양과 편의사양의 대거 탑재 등 변화의 면면마다 절치부심의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난 까닭이다. 



주가가 기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가치라면, 사전계약대수는 출시를 앞둔 신차를 향한 시장의 기대심리. 8세대 쏘나타는 접수 닷새 만에 1만대 이상의 사전계약을 기록했다. 그랜저(IG), 싼타페(TM) 등의 사전계약 성적엔 미치지 못해도 하락세가 완연한 최근 세단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충분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신형 쏘나타가 불티 나게 팔릴 거라거나 다시금 쏘나타 전성시대를 열고 말 거야, 라는 핑크빛 전망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SUV 기세에 눌린 세단 시장의 침체 속도는 우리 짐작보다 훨씬 가파르며, 쏘나타 역시 그랜저와 싼타페라는 성공적 형제모델들과의 경쟁에서 얼마큼의 저력을 보일지 미지수다. 신형 쏘나타는 그만큼 혹독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쏘나타가 홍보 이미지로 노란색 모델을 선택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판매성적이 아닌 다른 관점에선, 어느 때보다 현대차에 중요한 모델로 기능하리라는 확신이 있다. 8세대 쏘나타를 향한 내 기대치의 근거는, 정중하고 고급스러운 블랙이나 실버 컬러 대신 강렬한 노란색(글로잉 옐로우) 옷을 입은 쏘나타의 홍보용 이미지와 ‘이름만 빼고 다 바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는 다소 직설적인 보도자료 타이틀에서 비롯한다.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는 자동차 생태계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체계는 생산에서 서비스로, 그리고 소유에서 공유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승차공유 플랫폼 기업이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동 자체보다는 이동하는 ‘시간’을 장악한 자가 더 대접받는 시절이 도래했다는 얘기다. 실상 시가총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사실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의 미래, 나아가 한국 자동차 제조업의 중심을 잡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협업은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미 변혁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기술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스스로 몸집을 줄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혁신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거나 인수 또는 투자하는 곳도 적지 않다. 10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한 다임러그룹과 BMW그룹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럽 승차공유 및 차량호출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간의 경쟁심마저 내려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동남아의 승차공유 업체 그랩에 무려 2억5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대차 역시 부지런히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동남아 1위 승차공유 플랫폼 기업 그랩에 2억5700만 달러 투자를, 올해 3월엔 인도의 우버로 불리는 올라에 3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딥러닝과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분야 등의 슈퍼 개발자들을 영입하며 차세대 기술의 내재화·고도화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바꿔 말해 현대차는 지금 승차공유 산업의 핵심인 ‘플랫폼’과 ‘완전한 자율주행(로봇화) 기술’ 확보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앞서 언급한 해외 유수 자동차 제조사들이 보여온 움직임의 배경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간단한 숙제는 아니다. 미국 승차공유 시장은 우버와 리프트, 중국은 디디추싱, 동남아는 그랩이 장악했고 인도는 올라의 지배력이 지대하다. 이미 여러 지역에선 이동성 서비스(Mobility-as-a-Service)라는 새로운 산업의 판도가 상당 부분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플랫폼보다는 생산에 익숙한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승차공유 플랫폼 기업의 ‘차량 공급업체’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승차공유 시대의 핵심은 브랜드 경험이다 

물론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시대는 이제 막 문이 열렸을 뿐이다. 바꿔 말해 불리해 보이는 차량 제조기업들에게도 아직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세상 모든 자동차의 용도를 ‘공유’로만 제한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터다. 

8세대 쏘나타가 인테리어에 많은 신경을 쓴 이유는 브랜드 경험 때문이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의 상품이 자동차라면 승차공유 시대의 상품은 ‘이동성 서비스’다. 그리고 어떤 상품이든 ‘차별화된 가치’ 없이는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즉 이동수단 대신 이동성 서비스를 제공할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선 매력적인 브랜드가 필수라는 얘기다. 최근 자동차시장 신(scene)에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또는 사용자 경험(UX)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터다. 나아가 브랜드 경험이나 UX의 무게중심이 주행성능이나 감성보다 운전자나 승객이 머무는 실내공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인 까닭 역시도. 

현대 디지털 키 작동 장면. 8세대 쏘나타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 될 기능들을 다수 장착했다

8세대 쏘나타 소개자료의 타이틀, ‘이름만 빼고 다 바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에서 이 같은 행간을 읽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현대 디지털 키나 개인화 프로필 설정, 빌트인 캠 등은 신기술(新技術)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소유 차량의 공유화(현대 디지털 키), 사용자 경험의 꽃인 개인맞춤형 환경 조성(개인화 프로필 설정),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유기적인 연결, 즉 O2O(빌트인 캠)까지 미래 이동성 서비스 시대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속성 대부분을 이 차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형 쏘나타가 제시한 새로운 경험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에 공유하는 차의 특별한 서비스 경험 토대가 될지, 소유하는 자동차에 필요한 소장가치로 작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기능들이 2019년 자동차 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임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UX가 8세대 쏘나타라는 모델을 규정하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이 되리란 사실도.


8세대 쏘나타의 글로잉 옐로우가 의미하는 것 

신형 쏘나타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어울리는 디바이스로 거듭나고 싶어한다 8세대 쏘나타가 소유하는 자동차와 공유되는 자동차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는 현대차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씨앗 같은 존재로 자리잡기 위해선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층 더 ‘매력적인’ 브랜드, 즉 갖고 싶은 자동차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홍보사진 속 쏘나타에 과감한 노란색이 선명한 이유일 것이다. 



최근 현대차는 8세대 쏘나타 출고 개시 전 정밀점검을 실시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지만, 현대차에게 신형 쏘나타가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를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작은 불만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고. 8세대 쏘나타는 ‘국민세단’으로 불리는 대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어울리는 ‘디바이스’로 거듭나고 싶어한다. 해외와 달리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한 한국 실정에서, 8세대 쏘나타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글. 김형준 

올해로 만 18년째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에서 일했다.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이브 클럽>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자동차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냉철한 시각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까지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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