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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인포테인먼트가 가져올 미래 내 친구 키키

인공지능이 가장 주요한 이슈로 떠오른 지금, 인공지능은 우리의 카 라이프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능동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바꾸게 될 미래의 어느 한 때를 잠깐 상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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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필요한 수많은 정보를 직접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차량이 있는 곳의 날씨, 온도와 습도는 물론이고 시트의 센서를 통해 운전자의 혈압과 호흡까지 체크할 수 있습니다

금요일, 밤 11시 20분.

회사의 지하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매끈하게 잘 빠진 세단으로 가서 운전석 도어 손잡이에 엄지 손가락을 대자 지문을 인식했다는 확인음이 울린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6개월 쯤 지나자 익숙해진 보안 장치다. 운전석에 앉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려다가 잠깐 멈춘다. 대신 시트에 몸을 깊이 묻고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무척 긴 하루였다. 잠시 후, 시동 버튼을 가볍게 누르자 계기판이 밝아지며, 전기차의 전원이 들어왔음을 알려준다.

“안녕하세요, 지원님. 현재 위치는 서울 삼성동, 기온은 영상 16도, 습도는 45%입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양호, 맑은 날씨입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맑겠습니다.”

지원은 “고마워, 키키.” 라고 대답했다. 차를 사면서 인공지능을 고급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가격이 다소 비싸게 여겨졌고, 굳이 이게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지원은 인공지능이 없던 때를 생각하지 못할 만큼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기보다 친밀해졌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몰랐다. 인공지능에게 ‘키키’라는 이름도 지어줬으니까.

“그런데 지원님,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

“응? 왜?”

“평소보다 시동 거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혈압과 호흡은 정상 범위지만 평소에 비하면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가까운 병원으로 안내할까요?”

“아니야, 괜찮아. 고마워.”

“천만에요. 그러면 기분 전환을 위한 음악을 틀까요?”

“그래.”

스피커에서 곧 편안한 음악이 흐른다. 처음 듣는 곡인데도 듣기에 좋다. 지원은 주차장을 나와 큰 길로 들어섰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 차가 많지는 않았다. 신호 대기로 잠시 멈추자 키키가 다시 말을 건다.

“현재 위치에서 집까지 25분 걸릴 예정입니다. 평소대로 강변북로 진입 후 반포대교를 건널 때까지 교통상황은 원활합니다. 자율주행으로 전환할까요?”

“응, 그렇게 해줘. 그런데 아까 처음에 나온 곡은 뭐야? 처음 듣는 곡인데 좋았어.”

“슬로우다이브(Slowdive)의 ‘Sugar for the Pill’입니다. 취소하지 않으셔서 비슷한 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했어요. 아티스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세요?”

“아니야, 그냥 즐겨찾기에 넣어줘.”

“네, 즐겨찾기에 추가했습니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시대로 가는 필수 인프라는 스마트 도로입니다. 정보 수신을 위해 도로 곳곳에 설치된 단말기는 차량 간의 통신은 물론, 교통상황을 한 발 앞서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이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현대기아차가 경기도 화성시 내 14km 구간에 설치한 V2X(Vehicle to everything)가 그 대표격입니다

강변북로에 들어서자 차는 자율주행으로 전환됐다. 그와 동시에 운전석이 약간 뒤로 젖혀진다.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오늘은 여러가지로 힘든 하루였다. 아침부터 중요한 대표님 보고가 있었고, 그 회의 때문에 팀장과 여러 차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이번 주 내내 거의 밤을 새웠다. 하지만 대표님은 뜻밖의 내용을 지적했고, 덕분에 팀장도 지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원이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적은 지적이었다. 더없이 피로한 하루였는데, 애인도 아니고 자동차한테 위로 받은 기분이라니. ‘돈 들인 값은 하네’라고 생각하면서 지원은 피식 웃었다.

강변북로를 달리던 차는 이내 반포대교에 진입해 한강을 건넌다. 지원은 무심한 얼굴로 창밖으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을 본다. 화려한 도시의 밤은 한 켠에 늘 쓸쓸함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에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무작정 택시를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돌기도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지원은 새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다행이라면 이제 구태여 택시를 잡아 탈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 정도.

“키키. 집까지 얼마나 남았지?”

“네 지원님. 집까지 8분 남았습니다. 미리 준비해 둘 게 있나요?”

“아니야, 괜찮아. 수동운전으로 전환해줘.”

“네, 알겠습니다.”

운전석의 시트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 지원은 핸들을 쥐고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차를 돌린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춘천이든, 양평이든 어디든 가서 좀 쉬었다 와야지, 생각했다.

“키키. 춘천까지 얼마나 걸리지? 춘천역까지.”

“현재 위치에서 춘천역까지 1시간 14분 걸립니다.”

“오케이, 그럼 춘천역 근처 숙박업체를 알아봐줘. 평점이 좋고 10만원 이하의 곳으로.”

“춘천역 부근에 5개의 업소를 찾았습니다. 사진을 보여 드릴까요?”

“아니야, 사진은 안 보여줘도 돼. 후기가 제일 많은 곳으로 예약해줘.”

“예약했습니다. 결제는 현장에서 하시면 됩니다.”

“고마워. 아, 그리고 집에 전등 불 좀 꺼줘. 도착 시간에 맞춰서 자동으로 켜지게 해뒀거든.”

“네, 점등 예약 취소했습니다.”

“고마워.”

“도움이 되어서 기뻐요.”

키키의 대답에 지원은 싱긋 웃는다. 미리 세팅된 답변이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지. 지원의 자동차는 심야의 강변북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갑작스러운 휴가를 떠나는 기분이었다. 이 차에는 모두 10개 정도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운전자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는 센서도 포함된다. 차선 변경과 스티어링 휠의 이상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는 기본인데, 자동차 본체의 이상 동작 외에 운전자의 이상 행동을 감지해서 상태를 확인하는 센서는 고급 차량에만 포함되었다가 최근 준중형 세단에도 고급 옵션으로 장착되었다. 와이파이와 연동되어 집이나 사무실의 기기들을 사물 인터넷으로 등록해 몇 마디의 말로 통제할 수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단지 음악을 틀고 정보를 찾아주는 것 이상으로 자동차의 핵심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는 네 바퀴 달린 컴퓨터라고 해도 좋겠지. 실제로 영업사원도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러면, 키키는 내 개인 비서일까, 친구일까, 가족일까, 혹은 말이 통하는 애완동물 같은 걸까? 지원은 피식 웃으며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잘 못 들었어요” 키키가 대답한다. “아니야, 괜찮아. 음, 음성인식 센서는 잠깐 꺼두는 게 좋겠다.” 지원은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센서 감도를 가장 둔감한 상태로 바꿨다. 지원의 차는 춘천을 향해 달린다.

Add to 위의 글은 자율주행차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상용화된 시대를 상상해 쓴 글입니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곧 마주할 미래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비서이자 주치의, 대화 상대, 운전사의 역할까지 할 상황은 머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자 공간, 인간의 가장 밀접한 라이프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꿈꾸는 모빌리티의 미래기도 합니다.


글. 차우진

차우진은 1999년부터 <씨네21>, <보그>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며 음악 및 문화평론가로 활동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네이버 온스테이지] [현대카드 뮤직] 기획에 참여했다. 저서로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H.O.T.부터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 보고서> 등이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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