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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따라 도심 드라이브] 초록 노선을 자동차로 달리다

대림역 차이나타운에서 DDP를 거쳐 성수까지. 자동차를 타고 2호선을 따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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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명동거리 끝에 위치한 명동성당 모습입니다

2호선은 서울 교통의 중심이자, 이용객 수로 따지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선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요지란 요지는 다 통과하는 알짜 노선이기도 하죠. 강남역, 삼성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홍대입구역, 서울대입구역 등 2호선의 주요 역사에서는 하늘을 뚫을 듯이 솟아 오른 고층 빌딩들, 골목마다 자리잡은 그럴듯한 음식점과 상점들, 뭐가 그렇게 급한지 바쁘기만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주요 역들에 다다르기 전에 스쳐가는 수많은 역들을 잘 들여다보세요. 이름만 익숙할 뿐 모르는 동네가 많을 겁니다. 2호선 길을 따라 달리며 소박하고 재미있는 장소를 여럿 발견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2호선을 따라 달려봅니다


대림역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자주 들리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입니다

낯익은 중국동포의 사투리가 유독 많이 들리기 시작하는 구간, 바로 대림역입니다. 중국인과 중국동포가 모인 차이나타운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들리는 사건사고들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긴 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사건사고는 우리 주위에서도 늘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외롭고 약할수록 모여 살잖아요. 고향 사람들과 같은 말투로 대화하고 중국 식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들에게는 편안한 안식처일 뿐입니다. 바삐 움직이는 자전거, 먹거리 좌판, 한쪽 벽면에 가득한 구인광고지까지 모든 게 그저 성실한 일상의 풍경입니다. 색안경을 벗고 한 바퀴 돌아보시죠.

바삭하게 튀긴 꽈배기가 건장한 성인의 팔목에서 팔꿈치 정도 길이만큼 큽니다. 심지어 단 돈 천원입니다

대림역에서 머지 않은 곳에 대림중앙시장이 있습니다. 2호선 여행의 시작을 대림으로 정한 것은 아침 재래시장의 활기를 보기 위함이기도 했죠.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 들 만큼 물가는 싸고,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손짓, 발짓하다 보니 정말 외국에 온 느낌입니다. 웬만한 먹거리는 천 원 대인데 크기는 엄청 커서 나눠 먹기에 좋습니다. 절임배추, 자차이, 해바라기씨 등 중국에서 즐겨먹는 재료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대림동에는 현지 음식을 파는 식당이 대부분이니 훠궈와 마라탕 등 중국 현지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도 있습니다.


문래역

문래동 철강소에서는 아침부터 공작기계가 굉음을 내며 파이프를 깎고 선반을 다듬습니다

판자촌이나 생명력을 잃은 재래시장이 예술촌으로 바뀌는 현상은 이제 꽤 흔한 일이 됐습니다. 철강단지였던 문래동에도 화려한 벽화가 그려지고 예술 공방들이 생겨났는데요. 다만, 문래동의 철강소 골목은 멈추거나 죽은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노동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죠. 단층건물이 늘어선 좁은 골목에는 철을 가공하는 날카로운 기계음이 가득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감성 카페와 맛집이 이곳에 있을 리 없단 생각이 들 정도죠.

주변 건물과 키를 맞춰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는 카페 외관이 흥미롭습니다

이곳이 그 문래창작예술촌이 맞나 싶어 오가는 어르신께 여쭤보니 “아, 예술촌! 여기가 맞다고들 하대요!” 하고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두어 번 모퉁이를 꺾자 감각적인 간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철가루가 날리는 골목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오아시스처럼 말이죠. 생생한 삶의 현장과 공생하는 가게들이 이색적입니다. 안쪽까지 차로 가기 힘드니 근처 공영주차장에 대고 걸어 이동하세요. 소박한 상점과 공방이 느긋하게 맞아줄 겁니다.


충정로역

서울역에서부터 이어지는 고가도로 보행길, 서울로7017입니다

양화대교를 건너 강북으로 올라왔습니다. 부동산 가격 오름세로 소음이 끊이지 않는 합정, 홍대를 지나 계속 달렸습니다. 부풀어오른 임대료가 밀어낸 이 동네의 진짜들은 결국 어디로 갔을까, 의문을 뒤로한 채 말입니다. 홍대에 전성기를 물려준 신촌, 저녁이면 조용해지는 이대를 지나 어느덧 충정로에 이르렀습니다.

충정로는 예전부터 그만의 정취가 있었습니다. 경보음이 들리면 멈춰 서야 하는 기찻길이 예스러운 감성을 부추기고, 소박한 카레집과 떡볶이집의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역 고가도로의 보행길 ‘서울로7017’이 완성되고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로7017 길 끝이 중림동에 맞닿아 있어 충정로역까지 한 길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중림동에는 새로운 식당과 카페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곳을 오래 지켜온 '진짜'들은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근대식 벽돌집으로 지은 건물, 약현성당입니다

약현성당은 언덕 위에 있어 세상과 단절된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사실 충정로는 있어온 것들로 이미 충분한 동네입니다. 적당히 경사진 길의 모양새가 심심하지 않고, 멋스러움도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인 약현성당이 대표적인데요. 건립 당시, 순교자들을 잊지 않으려는 의미에서 서소문 밖 형장이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1892년 완공된 오랜 건물임에도 세월을 뛰어넘는 존재감이 있죠. 그 시절부터 내려온 경건한 정신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약현성당에서 내려오는 골목길에는 중림동의 진짜 맛집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근처 손기정체육공원도 걸어봄직한 산책 코스니 고즈넉한 시간을 즐겨도 좋겠습니다.


을지로3가역

국물에 적셔진 말랑말랑한 아귀포도 별미입니다

시청을 지나 이번엔 을지로입니다. 지역을 막론하고 골뱅이 전문점 중에는 이름이 ‘을지로골뱅이’인 집들이 꽤 있죠. 정통의 맛을 강조하기 위해서일 텐데요. 실제 을지로3가역의 11번 출구와 12번 출구 사이 길은 ‘을지로골뱅이골목’으로 10여 개의 골뱅이집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까지 와서 그런 명물을 지나칠 수야 없죠.

을지로골뱅이는 일반 골뱅이무침과 많이 다릅니다. 고춧가루와 간 마늘을 넣어 알싸하게 맵고, 채 썬 파가 수북이 들어갑니다. 얼얼해진 혀로 학학거리자 계란말이에 파를 말아 먹어보라고 사장님이 권해주시더군요. 매운 맛을 중화시키는 푸짐한 계란말이는 무제한 리필이 가능합니다. 오후 2시 오픈인데 대낮부터 골뱅이와 술을 찾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먹을수록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계속 찾게 되는 맛입니다. 정 두렵다면 새콤달콤 스타일로 조리해달라고 말하세요. 기호에 맞춰 조리해 주기도 합니다. 나가는 길에 사탕을 한 주먹 쥐어가는 것 잊지 마시고요. 마늘과 파 향이 다음날까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명동성당은 시끌벅적한 명동거리 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골뱅이골목 안쪽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명동성당사거리입니다. 부른 배를 식힐 겸 근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명동성당은 약현성당 완공 6년 뒤인 1898년에 준공되었죠. 맞은 편 커피숍에서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이 그럴 듯합니다. 복잡한 명동에서 안정감 있게 자리하고 있어 이국적인 포토 스팟이기도 하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화려한 외관이 이목을 끕니다

2호선, 4호선, 5호선이 만나는 지점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은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역사 내 유동인구가 엄청납니다. 지금이 출근길 2호선 열차 안이었다면, 자리 쟁탈을 위한 눈치 게임을 한창 벌이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상의 장면은 사뭇 여유롭고 화려할 뿐입니다.

DDP는 패션 지역으로서의 동대문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건축물입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일명 DDP로 줄여 부르죠. DDP는 하늘과 연결되는 느낌의 비정형 건물과 곳곳에 설치된 야외 조형물이 가히 예술적입니다. 건물 안에는 트렌디한 스타일의 옷들, 감각적인 디자인 작품 등의 볼거리가 전시됩니다. 체험거리와 맛집 역시 알차게 들어서 있습니다. 숨막히는 열차 안에서 오가는 통로로만 지나치기엔 아쉽잖아요. 이 참에 DDP에서 문화 생활도 좀 해야겠습니다.


성수역

구두 장인들이 모인 성수동은 독창적이면서도 동시에 수수한 매력이 넘칩니다

뚝섬역부터 성수역까지는 2호선 지상 열차길 아래길로 달렸습니다. 높낮이만 달리해 같은 좌표를 밟으니 2호선 여행이 더욱 와 닿습니다. 성수동 온 김에 신발 좀 보고 가야겠습니다. 성수동은 예전부터 구두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화로 유명했죠.

성수동 수제화거리에서는 발의 본을 뜨고 나만의 신발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기성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얼굴의 생김처럼, 발 모양도 모두가 다르게 생겼으니까요. 전체 폭과 길이뿐 아니라 발바닥의 곡선, 발가락, 발등마저 다르죠. 그러니 기성품으로 자신의 발에 완벽히 들어맞는 신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게마다 디자인과 가격대는 다양하니 들어가 문의해보세요.

세월의 얼룩이 묻은 빨간 벽돌 건물이 매력적입니다

성수동에는 독창적인 공간, 다양한 먹거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성수동 하면 오래된 공장을 개조한 앤티크 카페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벽화, 빨간 벽돌 공장 등 예술적인 감성이 곳곳에서 발견되죠. 작년 11월에 오픈한 S팩토리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입니다. 80년대 지어진 3000평 규모의 공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리뉴얼한 곳인데요. 1층에는 공방이나 브랜드 숍, 공연이 열리는 개방된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빅뱅의 10주년 기념 전시도 이곳에서 열린 바 있죠. 3층에는 건강식 슈퍼푸드부터 퓨전중식, 카레라이스 등의 먹거리가 모여 있습니다. 3층이 옥상이니 자연광을 받으며 맥주 한잔 하며 쉬어가도 좋겠습니다.


직장인의 애환을 닮은 2호선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신형 K3는 도심의 어떤 풍경과도 어울립니다

일 평균 승하차객이 300만 명을 넘는다는 2호선.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는 강남역과 선릉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을지로입구역 등의 존재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무엇보다 별도의 종착역 없이 순환 형태로 계속 달리는 노선이기도 하죠(실제 열차는 몇 번의 순환 뒤 성수행이나 신도림행으로 바뀌어 차량사업소로 입고됩니다). 마치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해야 하는 대부분 직장인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집과 직장 사이, 2호선의 공간들을 찾아보세요. 한 번쯤 지하철 대신 자동차를 타고 방문해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겁니다. 작은 즐거움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사진. 안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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