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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니로 EV,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충전의 압박 없이 일상에서도 편히 탈 수 있는 전기차. 385km의 주행가능거리를 가진 니로 EV를 꼼꼼히 살펴 봤습니다. / 글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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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전기차(EV)들은 배터리 용량을 키워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고 있다. 초기 EV가 도시형 근거리 교통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작고 비싼 배터리 때문에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배터리 가격 하락과 에너지 밀도 향상 덕분에 주행가능 거리가 150~160km로 늘어나면서 EV는 일상 용도로 쓸 수 있을 만큼 실용성을 갖출 수 있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었다. 한 번 주유로 300~500km를 달릴 수 있는 내연기관 차와 비교하면 사용 범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신 EV들은 내연기관 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더는 EV의 절대적 약점으로 주행거리를 꼽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기아 니로 EV도 공인 주행가능거리가 복합 기준으로 385km에 이른다. 기아의 이전 세대 전기차였던 쏘울 EV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주행가능 거리가 갖는 의미도 그렇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니로 EV가 정말 내연기관 차를 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주어진 시승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EV로서의 특징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기로 했다.


니로는 이미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앞서 출시되어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만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 구동계가 니로에 쓰인 것은 처음이지만, 외모가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EV는 전체적 형태는 앞서 선보인 HEV나 PHEV와 같지만, EV만의 특별한 디자인 요소로 성격이 다른 차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형태만 남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엔진 냉각을 위해 커다란 라디에이터를 쓸 필요가 없으므로, 굳이 그릴을 돋보이게 만들 필요가 없다.

앞서 쏘울 EV에서도 그랬듯 그릴의 운전석 쪽에 충전용 소켓을 설치해 놓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대신 범퍼 아래쪽 공기 흡입구를 파란색 장식으로 감싼 것은 다른 니로 라인업은 물론, 역대 기아 EV(레이 EV, 쏘울 EV)와도 구분된다.

또한 기아 전기차의 상징색으로 쓰이고 있는 파란색 장식을 곳곳에 더했다. LED DRL과 프로젝션 타입 안개등, 휠 에어 커튼의 공기흡입구를 한데 모은 부분은 최근 출시된 스포티지 더 볼드의 것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비슷한 형태의 디자인 요소를 뒤 범퍼에도 넣어 앞뒤 모습의 통일성이 느껴진다. 앞 범퍼 아래의 범퍼 일체형 스플리터 형태도 니로 HEV나 PHEV와 다르다.


겉보기보다 실내가 넓다는 니로 특유의 장점은 여전하다. 특히 같은 차급에서도 돋보이는 뒷좌석 공간은 니로의 인기 비결 중 하나기도 하다. 전반적 디자인과 실내 공간은 다른 니로와 비슷하면서, EV만의 특징적인 부분들도 있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EV 전용 메뉴와 정보를 표시하고, 충전소 관련 상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과 충전 예약 기능 등은 실제 EV 활용의 불편함을 크게 줄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전자식 변속 기능(Shift-by-Wire, SBW)을 구현한 기어 선택 다이얼이다. 기어 선택 다이얼은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 조작 편의성은 물론 실내 공간효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니로 HEV나 PHEV와 비교해도 EV는 센터 콘솔 디자인이 완전히 다르다. 기어 선택 다이얼 앞에는 제법 큰 수납공간이 열려 있고, 그 뒤로도 슬라이딩 커버가 있는 컵홀더 겸용 수납공간과 팔걸이 겸용 콘솔 박스가 있다. 이렇게 쓰기 편한 수납공간이 늘어난 것은 (동력원에 관계없이) 실용성 때문에 SUV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니로 EV의 설득력을 더할 만하다. 그 밖에도 같은 세그먼트에 속한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풍부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는 기본적인 상품성에 대한 평가를 좋게 만든다.


대부분 전기차가 그렇듯, 시동이 아닌 전원을 켠 상태에서는 움직일 거라고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표시되는 정보를 보면 언제든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어 선택 다이얼을 돌려 D 위치를 선택하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큰길로 접어들기 전,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에는 전기 모터가 작동할 때 나는 독특한 '윙~' 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최근 시승한 몇몇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전기적 작동 소음이 유난히 귀에 잘 들어온다. 차 종류에 관계없이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조절하거나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적절한 기준점을 잡아 타협해야 하는데, 니로 EV는 그 기준을 전체적으로 조금 낮춰 잡은 느낌이다.


그런 심증은 속도를 높여 시내 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고루 달리면서 더 굳어진다. 시내 도로에서 어중간한 속도로 달리면 차체 아래쪽에서 노면 소음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 고속으로 꾸준히 달리면 바람 가르는 소리가 가세해 전기적인 소음을 묻어버린다. 물론 어느 쪽이든 귀에 거슬릴 만큼 시끄러운 정도는 아니고, 소리의 크기도 불쾌할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다. 속도가 어느 정도 붙고 난 뒤에는 급가속할 때가 아니면 전기적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다만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에 대한 기대가 큰 사람에게는 내연기관 차와는 성격이 다른 소음들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소음이라는 요소를 접어놓고 나면, 니로 EV는 시종일관 편안하게 달린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꽤 너그럽게 흡수하고 풀어낸다. 천천히 달릴 때 들었던 차분한 느낌은 속도가 붙고 나면 넉넉함이 더해진다. 웬만큼 거친 노면도 충격을 무시하듯 걸러내며 달린다. 승차감만큼은 SUV의 넉넉함과 승용차의 든든함 사이의 적당한 지점에 있어, 일상생활에서 한 가족이 함께 이동하기에 부담 없을 만큼 편안하다.


차의 움직임과 관련한 특성들은 전반적으로 누가 몰아도 다루기 편한 방향으로 조율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 회전할 때의 느낌은 살짝 둔하기는 해도 반응은 비교적 고른 편이고,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은 거슬리지 않으면서 노면 상태를 확인하기에는 알맞을 만큼 가늘고 부드럽다. 다만 속도에 관계없이 몸놀림이 민첩하거나 차체의 상하 움직임이 탄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특히 고속에서는 조금 더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물론 고속도로보다 시내 도로를 달리는 쪽이 더 어울릴 뿐, 속도를 높여도 차의 움직임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어 안심할 수 있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가 예측보다 빨리 미끄러지기는 하지만, 차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바로잡을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이 있다.


니로 EV의 공인 전비는 5.3km/kWh로, 64kWh 배터리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복합 385km, 도심 415km, 고속도로 348km다. 니로 EV의 회생제동 효율은 지금까지 나온 기아 EV 중 가장 뛰어나고, 작동할 때의 이질감도 가장 적다. 회생제동으로 배터리 충전을 자주 할 수 있는 시내에서 주행가능 거리가 길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전기차가 마찬가지지만, 실제 니로 EV로 달려보니 회생제동을 통한 배터리 충전 효율이 꽤 뛰어났다. 하이브리드 카와 달리 순수 EV는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회생제동뿐이어서 효율이 무척 중요하다. 시승 출발점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접어들기 전까지 시내를 달리는 동안,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가 줄어든 숫자는 실제 주행한 거리보다 훨씬 더 작았다.


사실 니로 EV를 몰 때 운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전기차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해 주행특성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부분들이 그렇다. 우선 기본으로 세 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가 있다. 기어 선택 다이얼 오른쪽에 버튼이 있어 주행 중 선택하기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누를 때마다 에코-노멀-스포트 순으로 전환되는 모드는 선택할 때마다 가속 반응의 차이가 뚜렷하다. 대용량 배터리를 단 탓에 공차중량이 중형 세단을 훨씬 웃도는데도, 예상과 달리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이 답답하지 않은 것은 비교적 높은 성능을 내는 전기 모터 덕분일 것이다. 게다가 노멀 모드로 가면 가속은 한층 더 가뿐해지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스포트'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시원시원하게 속도를 붙인다. 동급 내연기관 차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매끈하고 고른 가속감을 만끽하기에는 스포트 모드가 제격이다.


또 다른 재밋거리는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회생제동 조절 패들이다. 이것을 쓰면 회생제동 작동 강도를 네 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왼쪽 패들을 당기면 한 단계씩 회생제동이 강해지고,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반대로 한 단계씩 약해진다. 그리고 주행상태에 따라 설정한 단계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할 수도 있고, 운전자가 수동으로 원하는 단계로 고정시킬 수도 있다. 가장 높은 단계로 조절한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마치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은 듯 정지에 가까운 상태까지 속도가 빠르게 준다. 알맞은 차간거리가 확보되었을 때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이른바 '원 페달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게다가 왼쪽 패들을 계속 당기고 있으면 회생제동 작동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손과 발을 모두 써서 속도를 조절하는 재미도 있다.


왕복 150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며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국도와 지방도 등 다양한 도로 조건과 폭넓은 속도변화를 거친 시승에서, 니로 EV는 실생활에 쓰기 편리한 차의 면모와 더불어 EV가 가진 기능적 장점도 뚜렷하게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커진 배터리 용량과 높아진 효율 덕분에, 충전 전력량이 30kWh 정도인 여느 전기차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주행가능 거리에 대한 불안감도 작다. 서울 근교 위성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할 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주말에 완전히 충전해 놓고 평일 내내 충전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정도다. 주행가능 거리가 길어졌으니 먼 거리를 갈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상에서 쓸 때 사용 패턴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변화라고 보는 것이 낫다. 차가 가진 능력을 훨씬 더 마음 편히 끌어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니로 EV는 평소 타던 차처럼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1996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전문 글쟁이.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전문 필자 및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북>(공역), < F1 디자인 사이언스 >를 번역했으며 그의 글을 묶은 매거진 총서로 <알기 쉬운 자동차 용어풀이>, <발가벗긴 자동차>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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