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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울은 어떻게 북미의 지배자가 되었나

출시된 지 거의 10년. 하지만 기아 쏘울은 여전히 북미에서 아주 잘 팔리는 차입니다. 왜일까요? / 글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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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쏘울은 박스카의 유행을 타고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박스카는 아니었습니다

‘이효리 차’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일 때가 있었습니다. 작은 상자처럼 생겼던 그 차의 이름은 닛산 큐브. 박스카(Box Car)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병행수입된 큐브를 이효리 씨가 타면서 국내에서도 젊은층 위주로 박스카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죠. 일본에서의 큰 인기를 바탕으로 큐브는 200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운전석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내장 구성을 조금 달리 했지만 상품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닛산도 내심 큐브의 북미 시장 성공을 점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닛산 큐브가 북미에 출시되자 예상과 다른 양상이 펼쳐집니다. 미국 시장에 조금 일찍 진출해 있던 기아 쏘울의 판매가 오히려 더 증가한 겁니다.

기아 쏘울은 미국으로 수출된 첫 해인 2009년 31,621대를 판매하며 혼다 엘리먼트, 사이언 xB, 그리고 닛산 큐브 등의 박스형 승용차들을 모두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011년 단숨에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이후, 미국 소형 승용차 시장 전체에서 1위를 놓치지 않습니다.

기아 쏘울은 미국에서 7년 간 10만 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쏘울이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희한한 면이 적지 않습니다. 첫째, 쏘울이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른바 ‘박스카’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박스카의 대표 모델이었던 닛산 큐브도 2014년을 끝으로 단종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쏘울이 속해 있던 시장 자체가 사라진 셈이었습니다. 시장에서 홀로 남은 모델이 살아남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홀로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커다란 부담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쏘울은 오히려 더 큰 시장을 공략합니다. 미국의 서브 컴팩트 승용차, 즉 우리 기준으로는 소형 세단과 해치백들이 모여 있는 주류 시장 말입니다. 즉, 박스카 시장이 포함되어 있던 서브 컴팩트 승용차 시장 전체에서 쏘울이 1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2017년 쏘울이 속한 미국의 소형 승용차 시장은 2016년보다 20.7%나 감소했을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쏘울이 손쉬운 승리를 차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SUV의 세상이라고 하듯 소형 SUV 시장도(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 소형 SUV 시장은 2016년보다 7%나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소형 SUV 시장 판매 1위는 지프 레니게이드였습니다. 하지만 출시된 지 햇수로 10년 된 기아 쏘울의 판매량은 레니게이드를 약간 앞서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 소형 SUV 시장의 챔피언은 지프 레니게이드였고 한 해 동안 판매량은 103,434대였습니다. 그리고 쏘울의 판매량은 위의 표에서 보았듯이 많이 줄어든 작년에도 11만5천대를 상회했습니다. 미국 소형 승용차 시장은 20%나 줄어들었고 내년에는 3세대 쏘울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쏘울이라는 모델 자체의 신선도가 꽤 약해져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베스트셀러, 아니 동급 넘버 원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쏘울이 국내 시장에서는 작년에 고작 3,009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총 생산 16만6천대 중 15만8천대가 수출되었는데 그 중 미국에만 11만5천대가 판매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도대체 기아 쏘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무슨 이유로 쏘울이 유독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요?

쏘울은 해치백, MPV, SUV 어느 장르로 분류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파격은 쏘울의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쏘울의 성공 요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시장을 읽고, 소비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쉽게 들리지만 실제로 실천하려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쏘울의 성공 방정식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첫째 ‘시장을 읽는다’는 것은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쏘울에게 항상 따라붙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쏘울은 SUV야, 아니면 해치백이야?’라는 것입니다. 일단 기아자동차의 미국 홈페이지는 쏘울을 ‘크로스오버/SUV/미니밴’ 그룹에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전문 정보 매체인 에드먼드닷컴(Edmunds.com)은 왜건, 즉 승용차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이렇듯 쏘울은 매체와 분석 기관에 따라 해치백, MPV, 왜건, SUV 등 가능한 모든 장르로 분류되는 특이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쏘울의 분류에 재미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쏘울이 미국 시장에 처음 등장했던 2009년에는 5도어 해치백으로 분류하는 곳이 많았다가, 도중에는 MPV로, 요즘은 SUV로 분류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이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쏘울의 독창성이자 다양성입니다. 쏘울은 도로와 주차장의 면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 해치백을 기초로 합니다. 그러면서도 높은 지붕으로 시트의 높이를 높여 다리를 앞으로 뻗어야 하는 승용차보다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MPV의 면도 갖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승용차보다 높은 차체 바닥으로 요즘 대세인 앞바퀴굴림 크로스오버 SUV의 전형적인 접근법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쏘울은 기본형인 해치백부터 최근 대세인 크로스오버 SUV까지의 장점을 절묘하게 하나로 집약하는, 매우 독창적인 모델입니다. 지금까지도 쏘울을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정도로 쏘울은 문자 그대로 완벽한 크로스오버 ‘팔색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쏘울은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단어 ‘small’을 고급화로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small’이라고 할 정도로 미국인들은 작고 볼품없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실용적이고 작은 소형차인 쏘울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쏘울은 작지만 값싸게 보이지 않는다’입니다. 쏘울의 수상 경력을 보면 이런 평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쏘울은 가성비가 좋은 소형차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가성비’ 상(2017, US뉴스앤월드리포트)도 수상했지만 대부분 ‘올해의 디자인(2009,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혹은 ‘올해의 혁신적 인테리어(2009, 워즈오토)’ 등 디자인과 관련된 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로 쏘울의 인테리어는 동급 경쟁자들과는 달리 소프트한 우레탄 소재를 충분히 사용하는 등 동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성공 요인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일본 브랜드의 전형적인 박스카 스타일과 비교했을 때, 쏘울은 자신만의 개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디자인 오리지널리티가 쏘울을 헤일로 카의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외관 디자인에서도 귀엽거나 단정하기만 했던 1세대 박스카들인 닛산 큐브나 사이언 xB같은 모델과 쏘울은 완전히 다릅니다. 쏘울은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도록 만드는 자신만의 스타일 DNA를 가진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자신만의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차를 ‘헤일로 카(Halo Car)’라고 합니다. 쏘울이 속한 소형차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미니, 피아트 친퀘첸토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예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평론가들은 쏘울이 헤일로 카의 역할을 함으로써 기아 브랜드에 또렷한 캐릭터를 선사했다고 할 정도로 브랜드 아이콘으로서의 중요성까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쏘울은 다양한 선택지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쏘울이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소형차 시장의 필수 경쟁력인 제품력과 가성비를 등한시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쏘울의 가격은 1.6 GDI 엔진을 탑재한 기본형이 1만 6,49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저렴한 모델들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이지만 헤일로 모델인 점과 고급 소재, 후방 카메라 등이 기본 적용되는 고품질, 고사양을 감안하면 경쟁력은 매우 높습니다. 그 위로는 2리터 GDI 엔진과 UVO 커넥티드 내비게이션, 오토 에어컨 등을 탑재해 높은 사양을 가진 ‘+’ 트림, 그리고 최근 추가된 1.6 터보 GDI 엔진과 강렬한 스타일 요소를 제공하는 ‘!’ 트림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소형차의 본질, 럭셔리함, 그리고 파워풀한 아이콘의 느낌 등을 부여해 성격과 목적을 또렷하게 구분한 것입니다. 그리고 쏘울은 미국의 동급 모델로는 드물게 앞좌석 파워 시트와 뒷시트 열선까지 제공하는 고급스러운 모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고급스럽게 진화하려는 소형차 시장의 흐름을 쏘울이 리드하겠다는 공격적인 포석입니다. 즉, 쏘울의 세 번째 성공 요인은 시대의 흐름을 앞서나간 선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순응하지 말고, 시장을 리드하라. 쏘울의 성공이 주는 교훈일 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쏘울의 성공 요인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절대 순종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시장은 우리 나라보다 훨씬 크고 다양성이 풍부합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도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기에 이제는 좀 더 세심하게 분석하고 적재적소의 처방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시장을 확대할 수 없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상품 전략이 필요해진 시대인 셈입니다.

글. 나윤석

필자는 아우디 브랜드 매니저, 폭스바겐 코리아의 프로덕트 마케팅 팀장, 폭스바겐 본사 매니저, 페라리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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