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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이유

근래 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이끈 것은 SUV, 그중에서도 소형 SUV였습니다. 그런데 그 불길이 대형 SUV로도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대형 SUV가 주목받는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 글 김형준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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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욕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기아차 텔루라이드의 모습입니다

‘환경’과 ‘연료 효율’은 21세기 자동차산업을 지배한 두 가지 키워드입니다. 디젤게이트가 환경규제 통과를 노린 유럽 제조사의 무리수에서 비롯했음을, 그리고 디젤게이트 직후 전기자동차 보급에 가속도가 붙었음을 떠올려보면 환경과 효율은 금세기 자동차산업의 향방을 가른 가장 결정적인 주제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대형 SUV 출시 소식이지요. 올해 초엔 롤스로이스가 난생처음 만든 SUV(컬리넌)를 공개하더니 최근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와 BMW의 첫 번째 대형 SUV(Q8과 X7)가 마치 약속한 것처럼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형 SUV에 대한 관심은 유럽 고급차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아차 북미법인은 지난 9월 뉴욕 패션위크에 텔루라이드라는 이름의 큼직한 SUV를 선보였고, 현대차도 중형 SUV 싼타페보다 조금 더 큰 신형 SUV 팰리세이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환경이나 효율과는 담쌓고 살 듯한 대형 SUV 신모델이 경쟁하듯 등장하다니, 이 이율배반적 현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요? 대형 SUV는 왜 갑자기 자동차 시장의 빅뉴스로 부상하게 된 걸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대형 SUV는 정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당대의 현상이긴 한 걸까요?

지난 2017년 미국 대형 SUV 시장은 약 34만대 규모의 판매를 보였습니다

신모델 출시 소식이 잇따르는 건 시장이 형성됐다는 뜻입니다. 대형 SUV가 인기인 대표적인 시장은 바로 미국입니다. 과연 미국 대형 SUV 시장이 요즘 성장일로에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주요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을 차급별로 집계해 공개하는 전문 블로그 ‘carsalesbase.com’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형 SUV 시장 판매량은 34만대가량이었습니다. 그 전년도에도 비슷한 규모를 보였지요.

10년 전엔 어땠을까요? 2007년 한 해에만 거의 49만대에 가까운 대형 SUV가 판매됐다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약 15만대 많은 수치입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01~2004년 무렵엔 연간 판매량이 70만대 이상에 달했습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2배 이상 되는 규모였지요. 아무래도 대형 SUV가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보긴 어렵겠습니다.

미국 대형 SUV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급격한 하락세를 겪습니다. 대형 SUV 판매가 경기에 민감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융위기에 빠진 2008년 이후의 흐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08년 대형 SUV 연간 판매량은 31만대가량으로 전년도인 2007년에 비해 17만대 가까이 줄어듭니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아예 20만대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미국 대형 SUV 시장이 다시 30만대 규모로 올라선 건 불과 2년 전, 그러니까 2016년부터입니다. 말하자면 대형 SUV는 최근에야 비로소 예년의 분위기로 돌아온 셈입니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풀사이즈 럭셔리 SUV 시장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3~2007년 10만대 초반 규모를 유지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만대 미만으로 위축됐지요.

한창 때의 규모를 회복한 건 지난 2014년 무렵부터입니다. 연간 10만대가량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약 12만6000대로 금융위기 직전에 가까운 규모로 올라섰습니다. 짐작하는 바대로입니다. 미국 대형 SUV 시장은 여느 소비재가 그렇듯이 세계 경제의 흐름과 궤를 같이해왔습니다. 경기가 활황일 때는 불티나게 팔리다가 위기가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활황세가 꺾이곤 했습니다. 요즘 대형 SUV의 전 세계적인 인기 역시 최근 미국 경기의 가파른 회복세가 반영된 거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대형 럭셔리 SUV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레인지로버의 아성에 도전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익성 높은 시장이라는 증거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대형 SUV 인기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대형 SUV 붐업은 실상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풀사이즈 럭셔리 SUV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GLS 클래스입니다. 영국에서 수출하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수요도 꾸준합니다.

고급 대형 SUV의 경우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특히 레인지로버의 경우 2012년 4세대 모델이 선보이면서부터 전 세계 판매량이 2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이 차의 성공을 지켜본 유럽 고급차 브랜드가 하나둘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2015년, 벤틀리가 그들 최초의 SUV 모델 벤테이가를 내놓았고 롤스로이스도 뒤질세라 세계 최고가 SUV 컬리넌을 준비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BMW와 아우디는 다소 뒤늦게 출전한 셈입니다. BMW X7과 아우디 Q8은 모두 벤테이가나 컬리넌보다 한급 아래인 메르세데스-벤츠 GLS 클래스와 레인지로버의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유럽 브랜드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시장과 달리 전통적인 미국 대형 SUV 시장은 사다리꼴 프레임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브랜드 제품이 중심입니다.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제조사가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독립된 프레임 위에 차체의 외피를 얹는 방식) 방식 풀사이즈 SUV를 내놓고 있지만, 판매 톱3는 쉐보레 타호와 서버번, 포드 익스페디션 등 미국 브랜드 모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 모델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는달까요?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의 대형 SUV 콘셉트카 그랜드마스터의 모습입니다. 곧 발매될 팰리세이드의 모태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대형 SUV도 실상은 타겟 시장인 미국 기준으로는 중형 SUV에 가깝습니다. 기아차가 미국에서 출시를 앞둔 텔루라이드를 기준으로 보면 이 차는 포드 익스플로러, 폭스바겐 아틀라스 등 3열이 여유로운 8인승 중형 SUV 시장의 도전자입니다. 현대차가 준비 중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 역시 롱 휠베이스 버전의 8인승 모델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물론 두 모델 모두 국내 시장 기준으로 대형 SUV라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풀사이즈 SUV 대신 넉넉한 중형 SUV를 내놓는 것은 꽤 현명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정통 풀사이즈 SUV 시장은 미국 제조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그에 비해 중형 SUV 시장은 사다리꼴 프레임 구조부터 미국에서 크로스오버로 분류하는 모노코크 구조(보디와 프레임이 하나의 덩어리로 제작된 일체형 차체)까지 두루 섞여 있고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 모델의 경쟁도 제법 치열한 편입니다. 시장 규모도 풀사이즈 SUV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도 하고요.

미국 중형 SUV 시장의 최강자는 포드 익스플로러입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27만대가 판매됐습니다

영국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해에만 700만대가량의 SUV가 판매됐습니다. 이 중 중형 SUV는 200만대 안팎 판매량으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지요. 지난해 미국 자동차(승용차 및 경트럭) 시장 판매량이 1725만대가량이었으니까 어림잡아도 100대 중 11~12대가량은 중형 SUV였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경트럭(픽업트럭과 SUV) 점유율이 67%에 달할 정도였지요. 시장 상황과 달리 승용 모델 판매 비중이 더 컸던 현대·기아차에게 지난해까지의 미국 시장은 보릿고개가 따로 없었습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1월 28일 LA모터쇼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미국 시장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중형(그뿐 아니라 전반적인) SUV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분위기 반전에 트리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8인승 SUV 역시 인기가 시들한 기존 미니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 꼭 필요한 모델이이었습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SUV 신모델을 대거 투입한 올해가 최근 부진한 현대·기아차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안도할 때가 아닙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에 있고 미국 경기는 정체의 조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SUV의 인기가 거품처럼 꺼질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유구하게 이어지리라 믿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글. 김형준

올해로 만 17년째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에서 일했다.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이브 클럽>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며 자동차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냉철한 시각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까지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의 편집장으로 자동차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자동차 문화를 알려왔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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